2012년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가 루이 비통에 합류한 뒤 2016년부터 시작된 여성 오 드 퍼퓸 컬렉션. 장식적인 요소를 덜어낸 향수 병은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의 작품이다.
연일 폭염으로 둘러싸인 유럽은 여름 한가운데 있었다. 미항으로 꼽히는 나폴리에 도착했을 때 항구도시 전체를 에워싼 뜨거운 열기와 로맨틱한 기운은 죽어가는 연애 세포를 살릴 만큼 강렬했다. 루이 비통의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Jacques Cavallier Belletrud)도 여기에 동의했다. 여성 오 드 퍼퓸 컬렉션의 열 번째인 ‘쾨르 바텅’을 소개하는 장소로 나폴리를 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나폴리는 로맨틱하다”는 심플한 답을 했다. ‘쾨르 바텅’을 우리말로 바꾸면 ‘요동치는 심장’이다. ‘아침에 만나는 첫 햇살’(르 주르 스레브, Le Jour Se L`eve), ‘해 질 녘 월하 향이 흩날리는 순간’(튜블렁스, Turbulences)처럼 그가 만든 향수엔 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식이 붙는다. 이번 향수에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그 순간’이란 설명이 덧붙었다. 일렁이는 파도를 배경으로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와 향에 관한 여러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이끈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
한국에서는 심장 박동 소리를 ‘두근두근’이라고 말한다.
불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나. ‘Le coeur qui bat’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심장은 빨리 뛴다. 심장에 어떤 자극이 전해지면 빨리 뛰게 되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빠르게 뛰는 심장의 소리, 그게 바로 이 향수의 이름이다. 감정이 생기는 그 순간 말이다.
다양하다. 아이들을 바라볼 때. 32년이 지났지만 아내를 볼 때도 여전히 심박이 빨라진다. 중요한 무언가를 만들 때나 만드는 것에 열정이 생길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 향수를 만들 때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는지 궁금하다.
이름만 알고 있었다. 마케팅팀과 한 곳에서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이름만 들었지만 그 이름이 매우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꽃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향수를 만들고 싶었다. 새로운 향을 더해 순수한 프렌치 느낌의 향을 가진 향수 말이다. 풍부한 동시에 유행이 휩쓸리지 않는 패션처럼 우아한 매력을 담아내고 싶었기에 다양한 개성과 독특함을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했다.
이번 향수를 만드는 데 영감을 받은 특별한 소재나 도시가 있는가?
특정한 소재와 도시보다는 많은 나라와 그곳의 문화가 섞여 있다고 보면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예를 들어보자.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포용되는 단어다. 하지만 이걸 표출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소 거칠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새로운 감정 그리고 꽃이 가진 고유의 메시지를 향수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다. 향수만이 나타낼 수 있는 세련된 방식으로 말이다.
4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좋은 재료를 찾는 당신만의 방법이 궁금하다.
희귀한 재료들을 찾고 그 소유주에게 그에 합당한 값을 지불하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한 번 관계를 맺으면 그 인연을 잘 이어가는 것이다. 1백50년 혹은 그 이상 이어져온 관계도 있다. 재료를 구입하는 것은 그곳의 역사와 문화의 일부분이기에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조향사가 일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어떤 과정을 거쳐 향수가 완성되는가?
꽤 긴 과정을 거친다. 먼저 감정에 대해 말하자면, 이건 어느 곳에서든 느낄 수 있다. 그저 눈을 떠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보는 것 부터다. 지금 내가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면 이게 향수를 만드는 첫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많은 곳에서 영향을 받고 영감을 얻는다. 오늘 만난 당신들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는 것 역시 영감이 될 수 있다. 매력이나 유혹을 느끼고 영감을 받았던 순간들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곤 한다.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지. 우아했고 내 마음을 만지는 무언가가 있었어.’ 그렇게 향수를 만드는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1920년대 여성들이 가지고 다니던 화장품 케이스를 연상시키는 모노그램 향수 케이스와 쾨르 바텅.
첫 번째 여성 향수 컬렉션은 7가지였고, 그 다음 선보인 남성 향수는 5, 최근 레 콜로뉴는 3, 이번엔 한 가지를 선보였다. 특별히 홀수를 택한 이유가 있나?
홀수를 좋아한다. 내가 좀 미신적인 사람이다.(웃음) 루이 비통에서 첫 번째 여성 향수 컬렉션을 선보일 때, 5개로는 충분치 않았다. 8개나 9개는 많다고 생각했고, 7개가 적당했다.
향을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 어디에 뿌려야 하는가?
손등에 뿌리면 하루 종일 향을 즐길 수 있다. 손목에 바르는 것은 스프레이 향수가 나오기 전 이야기다. 스프레이 향수가 나오면서 보다 넓은 면에 향을 분사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손목 안쪽이 아닌 손등이 맞다.
예전에 누군가가 손목 안쪽에 향수를 뿌리고, 문지르는 걸 보고 당신이 놀란 적이 있다.
향수를 문지르는 것은 좋은 와인을 전자레인지에 넣는 것과 같다. 그 행동이 향을 죽이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향수는 섬세하고 휘발적인 재료로 이루어져 있어 문지르는 것 자체가 그 조합을 파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경우엔 마치 샤워하듯이 허공에 뿌리고 그 밑을 지나간다.
괜찮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뿌리는 과정에서 향이 가벼워지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
당신은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고 직업상 많은 곳을 여행한다. 향, 아니 냄새에 관해 좋지 않은 경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웃음) 특히 기차 여행을 할 때 심하다. 그것만 제외하면 화가에게 모든 색이 쓸모가 있듯 좋지 않은 냄새라는 건 딱히 없다고 생각한다. 도쿄의 한 수산시장에 갔을 때 해산물 냄새가 심하게 났지만 그런 냄새마저 좋았다. 이게 나쁜 냄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잘 씻지 않은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는 참을 수 없다. 이를 닦지 않아서 나는 냄새 같은 것 말이다.
개인의 이니셜을 새길 수 있는 100ml와 200ml 그리고 휴대용 스프레이 세트(사진)로도 구매 가능하다.
신선함과 달콤함 그리고 플로럴 부케의 풍성함으로 이어지는 루이 비통 여성 오 드 퍼품 컬렉션의 열 번째 향수. 시원하고 사각거리는 과일인 배를 향수의 톱 노트로, 여기에 카스칼론(Cascalone)이 청량감을 더한다. 베이스 노트로 사용된 시프레(Chypré)는 따뜻한 플로럴 향으로 향수를 우아하게 마무리한다. 쉽게 휘발되지 않는 향기를 지닌 쾨르 바텅은 처음 뿌렸을 때와 시시각각 달라지는 향의 오묘한 리듬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