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자카파의 감성리스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10년 전 이맘때 서울의 어지간한 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시고’가 울려 퍼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반자카파는 꾸준히 도시인의 감성을 노래하고 있다. 물론 ‘꾸준히’라는 부사어는 이들 자신에겐 ‘치열하게’로 치환해야 적절한 표현이겠지만.


권순일이 입은 수트는 YCH, 톱은 Dunst. 조현아가 입은 수트는 Studio Tomboy, 귀고리는 Thomas Sabo. 박용인이 입은 수트는 Man on the Boon, 톱은 Dunst.

권순일이 입은 수트는 YCH, 톱은 Dunst. 조현아가 입은 수트는 Studio Tomboy, 귀고리는 Thomas Sabo. 박용인이 입은 수트는 Man on the Boon, 톱은 Dunst.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소감이 어떤가? 권순일: 우리도 신기하다. 어떻게 셋이 뭉쳐서 의지해오다 보니끼 벌써 10년이 됐더라. 조현아: 운도 따라주었고.
한 분야에서 10년 동안 일하기가 어디 쉬운가. 심지어 급변하는 음악계에서 10년을 버티기는 더욱 어려웠을 텐데, 운이라고 할 수만은 없지 않나? 조현아: 운도 있었고 실력도 있었지만 10년 동안 팀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관계였던 것 같다. 우리는 팀워크밖에 자랑할 게 없는 그룹이라서. 만약 이번에 내가 만든 노래가 타이틀인데 그게 잘 안 된다든지 하면 멤버들한테도 미안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지 않겠나. 그럼 술 한잔 하면서 앙금이 안 남게끔 솔직하게 대화를 나눈다. 가볍기도 했다가 진지하기도 했다가. 외줄타기를 계속하는 거다.
본인이 만든 곡이 별로라는 얘길 들으면 상처받겠다. 조현아: 상처받는다. 그런 음악적인 자문을 듣는 과정은 싫지만 또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얘기해주는 게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
세 사람이 처음 만난 게 10대 때라고 들었다. 조현아: 17살 때 용인 씨와 실용음악학원에서 만났고, 이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권순일: 현아 씨를 17살에 봤는데 지금 32살이니까, 인생의 거의 절반을 함께한 셈이다. 조현아: 꼴 보기 싫다 가끔은.(웃음) 너무 오래 보니까 활동 끝나면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또 금방 보고 싶고 같이 놀고 싶다. 10년 동안 그 반복이었다. 박용인: 와이프보다 이 두 사람을 더 자주 보는 것 같다.

 권순일이 입은 셔츠는 Zara, 팬츠는 Cos. 박용인이 입은 셔츠는 Sandro Homme, 팬츠는 Cos.

권순일이 입은 셔츠는 Zara, 팬츠는 Cos. 박용인이 입은 셔츠는 Sandro Homme, 팬츠는 Cos.

얼마 전 발표한 ‘서울 밤’은 세 사람이 공동으로 만든 곡이라서 의미 있다. 원래는 각자 만든 곡을 세 명의 보컬이 함께 부르는 방식이지 않나. 조현아: 공동 작업은 팀 결성 초반에 하고 처음이다.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고 나서부턴 각자 작업했거든. 이번엔 10주년이기도 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다 같이 해봤다. 권순일: 뭐가 됐든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한 달 정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작업실에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곡도 쓰고 그랬다.
왜 하필 소재가 ‘서울’이었나? 10주년 기념 작업이라면 음악이나 우정 같은 주제가 더 직관적일 텐데. 조현아: 꿈을 갖고 서울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그 중 하나였고. 20대 초반에 서울은 그냥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재미있었고 그냥 다 좋았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도시에서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너무 치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여기서 10년을 버텼구나 그런 뿌듯함도 들고. 여러모로 애증의 도시인 것 같다.
출근길 교통체증을 겪을 땐 이 도시가 지긋지긋한데 퇴근하고 한강변을 걷다 보면 이만한 도시가 또 어디 있나 싶고. 조현아: 맞다. 서울은 밤이 특히 아름답지 않나. 어딜 가도 문이 다 열려 있고. 같은 공간인데 낮에 일할 때와는 기분 자체가 너무 다르다. 그런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서울의 밤에 대해서. 박용인: 결국에는 사는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빈지노가 피처링했다. ‘겟’ ‘목요일 밤’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호흡인데. 조현아: 우리가 빈지노한테 좀 집착하는게 있다.(웃음) 다른 좋은 래퍼들도 많지만 우리의 감성과 빈지노 감성에서 교집합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우리의 부족한 면을 보완해주는 느낌도 있고. 빈지노와 작업을 하면 든든하다. 우리 곡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도 있고. 예를 들어 우리가 포괄적인 얘기를 던지면 빈지노는 구체적으로 답을 해주고. 오가는 맛이 있다. 권순일: 우리가 쓸 수 없는 가사들이 있다. 예를 들어 “삼겹살집~” 이런 걸 빈지노가 하면 멋있거든. 생활 가사 같고. 그런데 우리가 보컬로 “삼겹살~” 이럴 수는 없으니까. 그런 부분을 해소해준달까.
지금껏 발표한 80여 곡 중에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곡도 많지만 묻힌 곡도 분명히 있을 거다. 아쉬운 곡이 있다면? 박용인: ‘피아노 앞에서’. 어반자카파의 모든 노래를 다 들어줬으면 좋겠지만 다른 방향으로 표현을 하자면 애착이 가장 많이 가는 곡이다. 금방 후다닥 만들어진 곡이라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조현아: 나는 ‘Nearness is to love’라는 곡을 좋아한다. 영어 가사다 보니까 와 닿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은데 나는 이 노래를 우리의 가창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곡으로 만들고 싶었다. 멤버들이 노래를 너무 잘해주었고 존박 씨가 디렉팅을 잘 봐줘서 완성도 있다고 느끼는 곡이다. 권순일: ‘꿈’이라는 노래가 있다. 3집 앨범 뒤쪽에 있는 솔로 곡이라 작정하고 앨범을 듣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들 거다. 나 혼자 남자 목소리, 여자 목소리로 듀엣처럼 부른다. 들어보면 몽환적이면서도 재미있을 거다.

점프수트는 Iro.

점프수트는 Iro.

데뷔곡 ‘커피를 마시고’는 지금도 음원 사이트에 댓글이 달린다. 이 곡을 다시 들으면서 각자의 2009년을 추억하는 이들이 많더라. 조현아: 정작 나는 당시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앨범 준비를 직접 했으니까. 데뷔의 기쁨보다도 보도자료 내야지, 유통사 계약해야지, 이런 것들 때문에.
요새 듣는 ‘커피를 마시고’는 어떤 느낌인가? 권순일: 목소리가 참 어렸다.(웃음) 요즘 콘서트 준비 때문에 옛날에 나온 정규 1집을 다시 듣고 있는데 참 애기더라. 발음도 그렇고 말투 자체가 바뀐 거지. 조현아: 우리랑 10년을 같이 해온 밴드 언니가 있는데 얼마 전에 합주 연습하려고 옛날 노래를 들었다더라. 그런 얘길 했다. “지금까지 잘해왔어, 너네는 옛날 앨범에도 부끄러운 음악이 하나도 없어.” 사실 자기가 자기를 평가하는 건 어렵지 않나. 오래 같이 해온 밴드 언니가 그런 얘기를 해주니까 정말 기분 좋더라. 그래도 우리가 지금까지 중심을 잘 지켜왔구나 싶어서 뿌듯하고. 박용인: 중심, 밸런스. 우리가 음악을 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또 10년이 흐를 것이고, 트렌드는 또 변할 것이다. 그럴수록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스타일은 물론이고 음악 산업 자체가 지각 변동 수준으로 변했다. 지금은 앨범보다 플레이리스트가, CD보다 음원이 친숙한 시대다.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작업하나? 조현아: 그냥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 몇 년이 지나도 아, 이 노래는 참 좋구나 싶은 음악. 그건 꼭 음악적인 기반이 탄탄해서, 이론이 훌륭해서 만들어지는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서 노래하고 사람들하고 공감을 하고 이런 작업들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게 우리에겐 더 중요하다. 권순일: 심플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지 않나. 듣기 좋은 음악을 하는 것 말이다. 말은 쉬운데 그걸 계속해서 유지해나가는 게 참 어렵다. 시장이 변하고 트렌드가 변해도 우리는 우리 것을 묵묵히 해나가야지.
사람들이 왜 어반자카파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권순일: 보컬이 세 명이라는 점. 이게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본다. 밴드도 있고 랩, 보컬이 나뉜 팀도 있고 많은 팀이 있지만 우린 셋 다 보컬이고 혼성이니까. 한 곡을 듣는데도 여러 가지 보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람들은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다.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진득하게 앉아서 노래를 듣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우리가 좀 더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닐까. 조현아: 찾는 분들은 계속 찾는 맛집 같은 느낌인 건가?(웃음) 박용인: 이 집 보컬 맛집이네.(웃음)


10년 전 이맘때 서울의 어지간한 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시고’가 울려 퍼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반자카파는 꾸준히 도시인의 감성을 노래하고 있다. 물론 ‘꾸준히’라는 부사어는 이들 자신에겐 ‘치열하게’로 치환해야 적절한 표현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