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이혜승의 사진집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목적 없이 찍은 사진이 책 속에서 연관 없이 마주할 때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탄생한다. 모델 이혜승은 지난 몇 년 동안 찍은 일상 사진을 묶은 사진집 <Still Fine Day>를 빌어 절망의 순간이 실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기회의 순간일 수 있음을 전한다. | 이혜승,사진집,모델 이혜승,사진가 스티븐,photographer 모델

&nbsp; &nbsp;━&nbsp; Still, I’m fine &nbsp; 이혜승은 매달 패션 화보 안에서 왕성하게 움직인다. 그가 언젠가 사진집을 낼 거라는 전조는 차분히 있었다. 셀린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과 모델을 찍거나 패션지에 선배 장윤주의 화보, 동료 모델들의 초상을 찍어 실었다. 이혜승의 사진집이 나왔다. 아니 곧 나올 것이다. 완벽을 기울이느라 인쇄가 조금씩 늦춰지고 있는 책의 제목은 다. 진작 완성된 디지털 원고 뭉치에는 아름답고 어딘가 초라하고 쓸쓸한 사진이 배치되어 있다. 분홍색 꽃은 아름답지만 지저분한 덤불 속에 피어 있다. 식물의 모자이크 너머에는 관대한 눈빛을 한 할머니가 앉아 이쪽을 응시한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대단한 걸 목격한 듯한 기분이 든다. 모나고 거친 80여 컷의 사진은 이혜승이 삶 속에서 찾아낸 희망의 단서들이다. 부서지고 깨져 완벽하지 않은 것들, 평범한 사람의 지친 행색 어느 구석에는 환하고 예쁜 모습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nbsp;&nbsp; &nbsp; “Still fine day.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정도이다. 삶이 다 내 맘 같지 않고 마냥 행복하지도 않다. 그래도 아름답고 좋은 것들은 여전히 있다. 좋은 게 영원했으면 싶은데 영원한 게 없으니까 허무했다. 이런 마음을 점차 깨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하늘만 보면 문득 아름답다. 너무 힘들 때 누군가가 그런데도 왜 죽지 않냐고 하면 아직 살 만하니까라고 말할 수 있다.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나한테만 있는 건 아니라고 영화나 책을 보며 위로받았다. 사람 사이에 느끼는 아름다움, 자연에서 받는 위로를 단 몇 명이라도 좋으니 사진으로 건네고 싶었다.” &nbsp; &nbsp; MODEL &amp; PHOTOGRAPHER&nbsp;모델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적성이 연출 쪽에 조금 더 가깝지 않나 생각했다. 개인 포트폴리오가 아쉽다고 느꼈을 때 직접 구상을 하고 주변의 사진가들과 새로운 작업을 해나갔다. 정말 즐거웠고, 사진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포토그래퍼 어시스턴트를 할까도 고민했다. 결국 작업실을 만들어 조명과 배경지를 구입해 사진을 찍어봤는데 내가 원하던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모델로서 보던 익숙한 사진들, 좋아할 거라 믿었던 사진들이 너무 꾸며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작업실은 바로 집이 되었다. 길거리에 나가 아무 의식도 하지 않은 채 놓인 것들을 찍는다. 평생 보고 살 것들이지만 질리지 않는다. &nbsp; SELF PUBLISHING&nbsp;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내가 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성격이기도 하다. 사진의 배치에 따라 속도감도 생기고 미묘한 표현이 달라진다. 꼭 스스로 흐름을 끌고 가고 싶어서 전문가만큼은 아니지만 작업에 꼭 필요한 포토샵과 인디자인, 프리미엄 프로를 배웠다. 판매도 우선 개인 사이트를 통해서 할 예정이다. 한 군데 좋아하는 사진 서점에 판매할 수 있을지 물어본 상태다. 좋은 독립 서점도 많지만 서로 신뢰를 쌓은 후에 거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nbsp; HA ESUN 모델인 나와 사진집은 분리되길 원한다. 해외에서 일할 때 ‘bye’의 ‘ye’가 ‘ai’로 발음되니까 내 이름의 ‘hye’를 다 ‘하이’라고 불렀다. 읽는 것도 표기도 훨씬 간단해 하이선이라는 이름을 정했다. 쌩뚱맞은 외국 이름은 싫고 너무 멋부려 의미를 담는 것도 싫었다. &nbsp; STEPHEN GILL&nbsp;미국의 스탠더드 북스토어에서 표지가 맘에 들어 샀는데 안의 사진도 너무 좋았다. 나중에 구글링했을 때 나오는 모든 작품도 맘에 들었고. 가끔 아주 귀한 확률로 평생 100% 만족감을 줄 것 같은 아티스트가 있지 않나. 사진가 스티븐 길이 바로 내게 그런 사람이다. 다양한 스타일로 작업을 하는데 인위적이지 않다. 노동자의 초상을 담은 , 한 장소에서 새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찍은 에는 초라함과 쓸쓸함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그의 시선에 큰 공감을 느낀다.&nbsp; *구입 방법과 시기는 이혜승의 인스타그램(@_hyeseunglee)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nb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