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은 처음이라서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오늘은 <바자>와 인터뷰했고, 내일은 머리를 짧게 자른다. 그 다음 날, 진영은 당분간 안녕을 전했다. | 넷플릭스,진영,첫사랑은 처음이라서,내 안의 그놈,구름이 그린 달빛

마르고 반듯한 몸을 숙여 인사를 건네왔다.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컨디션의 깊이는 가늠할 수 없었다. 입대를 이틀 앞둔 날이었다. 진영에게도, 팬들에게도 조금 이른 이별임에 분명했지만 달뜬 긴장감이라든가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초조함은 읽히지 않았다.불과 일주일 전에 우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시즌 2 오픈을 앞두고 홍보 관련 인터뷰 스케줄을 조율하던 참이었다. 안 그래도 입대 이슈가 있어 최대한 빠른 촬영 날짜를 이야기하던 중에 입대가 확정된 것이다. “저만 가는 것도 아니고, 요란하게 소리를 내면서 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심경이 아주 복잡하다거나, 미처 정리되지 못한 일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상황은 아니에요. 낯섦에 대한 약간의 조심스러움은 있지만, 나에게 새로운 의무가 주어졌고, 주어진 기간 동안 성실하게 잘 이행해야겠다는 생각, 그 정도예요. 거기에 약간의 기대감?(웃음)” 생각해보니, 촬영하는 6시간 동안 진영이 뭔가에 반응하는 모습을 목격하지 못했다. 기분이나 분위기가 잘 읽히지 않는 쪽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레귤러로 유지하는 법이 이미 몸에 밴 듯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호들갑스러운 감정의 배어남 없이, 미뉴에트를 한 곡 틀어놓은 것 같은 박자감으로 차분하게 자신의 감정을 밀고 당긴다. 그저 매 순간 진지했고, 컷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했으며 간혹 휴대폰을 들어 나열된 샘플 컷을 담아내는 모습으로 자신의 시간을 기록해갔다. 인터뷰에 앞서 벼락치기로 진영을 탐구했다. 작사와 작곡이 가능한 능력자, 드라마와 영화를 아우르는 연기도 되는 남자. 뭔가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해 좀 더 들어가보기로 한다. 최근작인 라든가 진작부터 주연이어야 했음을 확인시켜준 영화 까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의 ‘김윤성’이라는 치명적인 캐릭터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지만, 어쩐지 나의 호기심을 당긴 건 이라는 한 시간짜리 단막극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오랜 남사친과 여사친이 친구와 이성 사이에서 감정을 헤매는 사이, “안전한 우정과 설레는 이성의 차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방점을 찍는 캐릭터로 진영이 등장한다. 보통의 여주인공은 남사친과 반대되는 선이 명확한 캐릭터에 마음을 빼앗기곤 하는데, 진영의 캐릭터는 달랐다. 어리고 여린 감성이 뿌리가 되어 감정의 소용돌이에 조금씩 휘말리게 만드는 것. 실제로도 진영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밝고 선명하게 밀어붙이는 대신, 한 점 수묵화처럼 서서히 스며드는 것. 어떤 말 못할 상황에서도 뜻밖의 진지한 얼굴로 슬며시 웃어대면 그만인.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느라 배우로서의 면적은 아직 채워가는 중이고, 몸과 마음을 던져 오롯이 연기에만 인생을 걸어야 하는 나이는 더더욱 아니다. “종종 연기와 노래 중에 어떤 것이 더 편하냐는 질문을 받는데, 저는 치우침을 별로 못 느껴요. 워낙 비슷한 시기에 두 가지 장르를 같이 시작하기도 했지만, 전달 방식의 차이지 가사로 감정을 표현하고 대사로 감성을 전달하는 건 결국 같은 작업이거든요.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느냐 조용히 흐름을 만드느냐의 문제인데, 아직은 모든 것에 유연하고 싶어요.” 는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한다. 이미 시즌 1이 마무리됐고, 7월 26일에 시작되는 시즌 2를 기다리는 중이다. “일단 시스템이 새로웠어요. 처음에는 해외에 있는 팬들에게 제약 없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다행히 각국에 있는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세요. 아무래도 직접 만날 기회가 많이 없으니까, 이 새로운 플랫폼이 기회가 된 셈이죠. 단편적으로는 얼마만큼 시청됐는지 뷰가 카운트되지 않기 때문에 숫자로 판단되는 성공과 실패의 잣대에서 조금 여유로울 수 있다는 거, 그렇지만 반대로 실시간 반응을 알 수 없어서 방향성을 가늠할 수 없는 점은 좀 아쉽네요.” 시청률이 측정되지 않는다는 건 분명 배우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풀어놓을 좋은 명분으로 작용되지만, 상대의 반응을 알 수 없으니 길이 보이지 않는 것과도 같다. 결국은 이 모든 장점과 단점이 그들에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것일 테지만 시즌 2가 제작됐다는 건 뷰가 꽤 올랐다는 것일 테고, 이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또래 배우 다섯 명이 친구로 얽히면서 그 안에서 서로의 감정이 폭발하며, 판타지가 아닌 현실 연애를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어린 연령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우들의 건강한 에너지가 상당히 좋은 작용을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질 정도로 돈독해졌어요.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캐릭터에 대한 진솔한 피드백을 주고받다 보면 묘한 연대감 같은 게 생기죠. 경쟁이 아닌 ‘함께’ 라는 게 좋았어요.” 연예계라는 곳이 경쟁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생태계다. 앞으로는 좀 더 넓어진 형태로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에 섰다. 다행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일과 일상을 관통하고 있어 웬만한 건 넘기면서 스스로를 조절하겠지만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어쩔 수 없다. “저에게 주어진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궁금해요. 사실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나름 역할의 한계를 느껴오기도 하던 차여서, 과연 생각이나 가치관의 변화 외에 외적으로도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기대도 되고, 궁금도 하네요.” 누군가는 어려 보이기 위해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지만, 진영은 반대의 지점에서 자신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작품은 그에게 교복을 입혔고,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눈빛을 원했으며 대중은 그의 그런 달콤함에 취해 있었던 게 맞다. 다만, 실제로 만난 진영은 스물아홉 나이에 어울리는 사고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었으며, 교묘하게 이야기의 주제를 자신이 곤란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었다. 스마트하거나 내공이 느껴진다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별로 가림막을 치지 않는달까. 어쩌면 고도의 자체 필터링을 거쳐 상대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날렵함으로 날것인 것처럼 내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돌려 말하는 쪽이 아니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가는 법을 알고 있다. 돌이켜보면 진영의 20대는 숨 가빴다. 눈부시게 움직였고, 움직인 만큼 사랑받았다. 노력하고 연습하는 것만이 최고의 학습법인 것처럼 줄곧 스스로를 다그치기만 했던, 예측과 대처가 불가능한 시간을 이제는 잠시 내려두기로 한다. 중요한 건 2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아티스트로서 그가 지닌 달란트는 절대로 소멸되거나 사그라들지 않을 거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