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서 아침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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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에서 아침을

<하퍼스 바자> 영국판 에디터 레이첼 존슨이 야자나무 숲의 오아시스에 있는 럭셔리 빌라 에자흐라에서의 휴식을 전한다.

BAZAAR BY BAZAAR 2019.07.10

PLEASURE

PALACE

웬만하면 서머싯(Somerset)에 있는 농장에 사람들을 초대하지 않는다. 서머싯은 익스무어(Exmoor)에서 정확히 5시간 떨어져 있다. 물론 그것도 길이 막히지 않아야 5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게다가 겨울에는 추운 건 물론이고 비도 오고 어둡다. 편안하고 느긋하면서 스타일리시한 호스트가 되려면 온 열정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파티는 진작에 포기하게 되었다. 어느 날, 마라케시(Marrakech)의 한 커다란 농장에서 열리는 파티의 초대장을 받게 되었다. 런던에서 비행기로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다. 장소는 야자나무 숲의 오아시스, 럭셔리 빌라 에자흐라(Villa Ezzahra)였다.

 

에자흐라는 로컬 마켓에서 볼 수 있는 시나몬이나 파프리카 향신료 같은 따뜻한 색상으로 칠해진 건물로 예술작품으로 가득했다. 어둡고 우울한 이 무렵의 유럽과는 다르게 아로마 향이 향긋하게 풍기는 이곳의 모든 것이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우리는 알무에다노(Almuedano, 사원의 탑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이슬람 교도)의 소리와 핑크빛 새벽부터 촉촉한 풀 위에서 노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로 잠에서 깨어났다. 파라다이스에서의 사흘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체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에자흐라에는 피트니스나 탁구, 배드민턴은 물론 하맘(Hammam, 터키식 공중목욕탕)까지 준비되어 있다. 하맘에서는 여러 숙박객들이 대리석 침대 위에 누워 마사지를 받고 있었으며, 테니스를 즐기거나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빌라의 서비스 담당자인 마리아가 새하얀 유니폼을 입고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오렌지와 자몽이 나무에 무성하게 매달려 있었고, 낮의 찬란한 햇빛과 밤의 초승달빛 덕분에 수영장은 밤낮없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정원에 사람이 가득 차자 벨리 댄서들이 우리의 밤을 황홀하게 만들어주었다.

 

토요일에 우리는 구시가지로 향했다. 나는 은색 베르베르풍의 팔찌부터 강렬한 붉은 도자기 그리고 킬림까지 그곳에서 파는 모든 것을 사고 싶었다. 쇼핑으로 지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제마엘프나(Djemaa El Fna) 광장에 있는 한 카페에서 커피와 민트티를 마신 후 이브 생 로랑 뮤지엄을 방문했다. 매혹적인 푸른 야자수와 넓은 잎의 이국적인 나무가 가득한 마조렐 정원(Jardin Majorelle), 생 로랑의 파트너인 피에르 베르제(Pierre Berge)가 설계한 베르베르 뮤지엄(Berber Museum)을 걸었다. 이날 일정의 마지막으로는 데이비드 베컴이 아내 빅토리아의 마흔 번째 생일 기념하며 예약했던 아만예나(Amanjena) 호텔을 방문했다.

 

일요일은 휴식을 포기하고 아틀라스(Atlas) 산에 올랐다. 마지막 밤, 함께 여행 온 남성들에게 화이트 컬러의 전통 의상인 젤라바(Djellaba)를 입고 슬리퍼를 신게 했다. 익스무어로 돌아가서 파티를 열어야겠다는 욕구마저 사그라들게 만든 너무나 완벽했던 여행이었다. 역시 나에게는 이국적인 해외여행이 훨씬 더 즐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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