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검은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의 장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부산행> <극한직업> <사바하>까지. 지난 몇 년 사이 한국 영화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장르의 다양화다. 제1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집행위원인 다섯 명의 영화감독이 자신의 장르에 대해 말한다. | 영화,영화제,사바하,영화감독,제1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재현 연출…의 모티프가 된 는 2014년 미쟝센 단편영화제 ‘절대악몽’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주목받았죠. 올해는 집행위원장으로 참여하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나시겠어요.영화를 전공하는 연출 지망생들에게 있어서 미쟝센 영화제 수상은 동경이자 일종의 명예 같은 거예요. 제 인생에 그만큼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죠. 심사를 의뢰받고는 부담이 컸는데 막상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요즘 신인 감독들의 영화색도 느낄 수 있고 신선한 배우들도 만날 수 있고요. 저 역시 에 캐스팅한 이재인, 김금순 배우를 미쟝센 영화제에서 처음 봤어요. 개봉 전 인터뷰 자리에서 이정재 씨가 “박목사 캐릭터를 이대로 보내기 아쉽다. 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춘 적이 있어요.저도 는 반드시 하고 싶습니다. 물론 배우도 오케이하고, 전작을 뛰어넘는 소재가 있어야겠죠.보통의 존재인 박목사(이정재)가 감독님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요?제가 유신론자여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의외로 박목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저의 페르소나라기보다는 모든 유신론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과 두 편으로 ‘장재현 세계관’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그건 좀 부담스럽네요. 일관성이 있다고 해야 하나, 제 취향이 확실하긴 하죠. 싫어하는 것도 명확하고요.‘종교 덕후’라고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마이너 덕후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걸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아서 직접 생산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덕후가 맞고요.어렸을 때부터 유독 외설이라든가 미신, 신화 그런 것들을 좋아했어요.에선 가톨릭 세계관, 에서는 불교 세계관을 다루셨죠. 감독님은 기독교도라고 들었습니다. 왜 기독교 세계관은 전면에 다루지 않으신 거죠?그렇다고 지금까지 종교를 의도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어요. 종교적인 소재를 좋아하지만 종교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아요. 오히려 미스터리 영화를 좋아하고, 다음 영화도 그럴 겁니다.디테일에 상당히 신경을 쓰시죠? 내러티브 면에서도 그렇죠. 후반에 박목사, 나한(박정민), 금화(이재인)의 이야기가 얽히면서 미스터리가 풀리는데 구멍이 없잖아요.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보면 구멍이 없는데 오히려 관심 없는 사람들은 구멍이 많다고 얘기해요. “떡밥을 회수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더라고요. 저는 그런 부분에 굉장히 예민해요. 그걸 알아봐주시지 못하는 분들한테는 답답한 마음도 있고요. 그런데 이쪽 관련 자료를 조사하다 보면 영화적으로 내가 필요한 것만 떼먹고 오락적인 요소들만 가지고 와서 허구를 만들기보다는, 이 사상, 교리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기본적인 예우를 갖춰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겨요. 그런 정신을 담으려다 보면 무거워지기도 하고, 설명적이 되는 것 같아요. 정보는 짧게 두 번, 감정은 길게 한 번, 말로 한 번, 모니터로 한 번. 최대한 쪼개서 설명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네티즌의 리뷰도 일일이 찾아보세요?그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지 않나 싶어요. 제가 대중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관객들의 리뷰를 보면 다음 작품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지 힌트가 됩니다. 저는 영화는 죽을 때까지 배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백점짜리 영화가 어디 있겠습니까. 백 점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은퇴하지 않겠습니까. 찍으면서 실수를 하고 개봉한 뒤 사람들의 반응 보면서 배우고. 계속 그렇게 하려고 해요. 때 김윤석 선배가 해준 말이 있어요. 자기를 증명하려고 하는 감독은 영화가 후져지고, 계속 배우려 하는 감독은 영화가 좋아진다고요. 1회차 때 들었던 말인데, 이 말이 아직도 저를 채찍질해요. 죽을 때까지, 찍는 동안은 계속 배우는 거 아닌가 싶어요.나한이 자그마한 방 안에 웅크리고 누워 있는 장면은 장르를 떠나서 서정적이었습니다. 감독님 영화 중 가장 불쌍한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고요. 박목사의 경우, NGO 단체에서 만난 한 선교사가 모델이 되었다고 밝힌 적 있으시죠? 그렇다면 다른 캐릭터는 어떤 인물을 참고했나요?박목사가 구도자라면 나한은 군인이에요. 김제석은 전쟁을 일으키는 자이고요. 라는 책을 보고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은 악이다. 그런데 직접 전투에 나가서 사람들을 죽이는 군인들은 악일까? 살인자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어요. 아이러니하게 전장에서 군인이 죽을 때 세 마디를 한대요. 엄마, 배고파, 추워. 죽는 순간에는 원초적으로 돌아가는 거죠. 영화에서 나한의 마지막 대사도 거기서 따온 거예요.영화에서 군인과 군 수송차가 여러 번 등장한 이유가….맞습니다. 배경이 된 강원도가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나한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해요. 나한이 버스터미널에서 금화를 기다리는 장면에는 주변을 온통 군인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나한이 그것을 만나고 아버지한테 돌아가다가 차에서 내려서 울부짖는 장면에선 군인 메타포가 좀 더 노골적으로 나왔는데 나중에 편집으로 걷어냈죠.김제석은 1백20살까지 늙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이자 영화에서 중요한 ‘스포일러’였습니다. 유지태를 캐스팅한 이유는요? 시나리오를 쓰고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이 리얼 베이스 영화에서 사람이 늙지 않는다는 설정이 말이 되느냐”였어요. 이건 제 취향의 문제이기도 한데, 항상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 있는 어떤 것에 끌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불안하죠. 게다가 말도 안 되는 대사들 있잖아요. “피 냄새가 나네요.” “나는 시간을 이겼다.” 이 개연성을 유지태라는 배우의 힘으로 메우고 싶었어요.감독님 영화 안에서의 여성이 항상 약자로 그려진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이건 관객들의 오해인 것 같아요. 남자가 더 멋있어서가 아니라 제가 남자이다 보니까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게 참 어렵거든요. 나보다 내 이야기 속 여성 주인공을 더 잘 알아야 하는데 그렇게 만드는 게 쉽지가 않아요. 그러다가 가짜로 만들게 되고요. 가짜를 쓰기 싫어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만약 여성 작가가 써준 여성 캐릭터 시나리오를 받으면 찍을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어려운 문제입니다.감독님과 작업한 배우들이 “캐릭터의 행동이나 말하는 뉘앙스, 스피드 같은 것들이 다른 감독이랑 달라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세요?다른 감독들과의 차이라기보단 영화마다 다른 것 같아요. 은 최대한 컷을 늦게 주고, 배우들한테 특별한 디렉션 없이, 연기 중에서 나올 수 있는 재미를 다 획득하려고 했어요. 는 모든 신의 아귀가 다 맞춰져 있다 보니까 애드리브조차 허용이 안 됐고요. 초를 재면서 연출을 했죠.둘 중에 어떤 연출 방식이 더 부담되나요?이죠. 좋은 게 나올 때까지 가는 거야. 이유도 얘기 안 해줘. 그냥 게으른 척하면서 컷을 늦게 가면 스태프들은 눈에서 레이저 쏘고 있고.(웃음) 신인 감독으로선 되게 힘들더라고요. 우연에 기대야 되니까. 안 보이는 뭔가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 거니까요.감독님의 덕후 성향 탓도 있지 않을까요?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그래요.누가 그러던데 감독은 오대수처럼 매일 악행 일지를 써가는 직업이래요. 그럴 때 드는 회의감은 없으세요?매일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어쩌겠습니까. 이후에 절대로 예산이 큰 영화를 찍지 않을 거라고 다짐을 하셨다죠. 왜요?소포머 징크스가 그래서 오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엔 일단 데뷔를 해야 하니까 하고 싶은 걸 참고 대중적인 걸 만들게 되죠. 그러니까 흥행을 하는 거고요. 그 다음은 자본이 뒷받침되니까 하고 싶었던 걸 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내가 하고 싶은 거지 남들이 보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 취향이 대중적이진 않거든요. 그렇게 만들면 무책임한 거죠. 아니면 제가 안 보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그걸 제가 왜 해요?아까 촬영한 사진을 보고 “제 대외적인 이미지가 이래요?”라고 하셨잖아요.(웃음) 대중이 생각하는 장재현 영화의 이미지가 어둡고 미스터리하긴 해요.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나가실 건가요?어찌 됐든 제가 보고 싶은 걸 찍어야죠. 취향은 조금씩 변하겠지만요. 예를 들어 2020년에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느린 템포의 멜로영화는 아니에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나 스파이크 존즈의 같은 건 보고 싶죠.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본인은 어떤 연출가인가요?내가 하고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을 냉정하게 분류하려고 해요. 그리고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하고요. 기존에 비슷한 게 있으면 아예 시작도 안 해요. 모르겠어요. 반골 기질이 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