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사색가, 데이비드 호크니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풍부한 실험정신으로 회화, 드로잉, 사진, 영화, 무대장식, 일러스트레이션 등 거의 모든 미술 장르를 다룬 그의 활력 넘치는 작품은 큰 찬사와 함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화가임과 동시에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선을 가진 사색가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하여. | 데이비드 호크니,전시,미술관,전시회,미술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데이비드 호크니는 실제로 로스앤젤레스의 따스한 날씨를 즐기며 느긋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로스앤젤레스의 자연이 아닌 교외 주택에 있을 법한 수영장 풍경을 작품에 담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제작된 수많은 수영장 그림은 미니멀한 형태의 집과 함께 캔버스로 옮겨졌고, 호크니는 가벼운 일상의 모습을 간결한 윤곽선과 얇은 아크릴 물감으로 묘사했다. 네모난 수영장과 수면에 튀는 물보라, 그리고 수영하는 사람만 그려져 있을 뿐이다. 특히 그의 수영장 연작은 마치 카메라로 한 순간을 포착한 듯하다. ‘더 큰 첨벙’에서는 마치 물이 첨벙 소리를 내며 튀는 듯한 모습이 오감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그의 수영장 연작은 남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묘사하여 미술에서 남성을 다루는 방식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호크니는 본인의 동성애적인 성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남성 누드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전복시키기도 했다. 수영장 연작, 샤워하는 소년 연작 등은 호크니의 혼란스러웠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의 미술 세계에 토대가 되었던 인물들과 심리적인 갈등을 드러내기도 했다.데이비드 호크니의 초상화 모델은 대부분 그의 친구들, 연인들 그리고 가족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대부분에서 개인적인 친근감이 느껴진다. 그는 작품 제작 주문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이중초상화(Double Portraits)는 호크니 초상의 특징 중 하나다. 잘 알려진 그의 작품 ‘클라크 부부와 고양이 퍼시의 초상’은 패션 디자이너인 오시 클라크와 그의 아내이자 섬유 디자이너 넷시아 버트웰, 그들의 애완 고양이 퍼시를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작지만 세련되게 꾸민 1970년대 아파트 실내가 배경이다. 호크니의 이중초상화는 모델들의 외모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의 관계까지 전달한다. 정지되고 고요한 장면은 관람자에게 등장인물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고 그 서사까지 알고 싶게 만든다. 호크니는 최근 초상화라는 장르에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지난 2017년 열렸던 전시에는 모두 같은 청록색 배경 앞 똑같은 의자에 앉은 82명의 인물을 그린 반복적인 초상화와 하나의 정물화가 일렬로 배치됐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부터 3년 동안 모델 한 명당 3일 이내에 작품을 완성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작가로서의 50년을 담아낸 작품으로, 호크니 주변의 미술평론가, 딜러, 가정부 등이 등장했다.그는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올 것을 예견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모아 ‘포토콜라주’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카메라의 시각이 갖는 메커니즘의 한계나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포토콜라주 작업은 특히 광활한 공간을 다룰 때 활용되었다. 이는 곧 서양 원근법이 가진 전통적인 시각 구조에 대한 반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파노라마 회화와 멀티캔버스 회화로 이어졌다. 로스앤젤레스에서 30여 년간 거주하며 작업한 호크니는 2000년대 들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2004년 요크셔 브리들링턴으로 돌아간 그는 약 8년간 머무르며 영국 북동부의 자연을 담은 작업을 진행했는데, 여기에서 새로운 시각이 활용된 작업이 진가를 발휘했다. 호크니는 일상적인 영국의 시골 풍경을 거대한 기념비처럼 만들었다. 그는 요크셔의 작은 마을을 집요하게 탐색하며 구체적인 마을 풍경 묘사에 그치지 않고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담아냈다. 호크니는 모두가 “더 이상 새로운 시도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장르인 풍경화를 그리며, ‘열심히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야외에서, 그리고 주제 앞에서 제작하는 회화 방식을 디지털 사진 기법과 결합함으로써, 차원이 다른 예술작품을 모색했다. 야외와 스튜디오 작업을 병행한 그에게 풍경화는 무엇보다 계절의 변화와 생명의 순환, 유동하는 자연을 담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그의 풍경화는 작은 캔버스를 연결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관객은 ‘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라는 부제가 붙은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 앞에 서면 작품의 크기에 압도되어버린다. 높이가 4.5미터, 길이가 12미터인 이 작품 앞 가까이 가는 것은 실제 자연 속 나무 앞에 서는 경험과 매우 흡사하다. 일반적인 회화의 캔버스와 이처럼 캔버스를 연결한 거대한 회화 작품의 차이점은 단순히 크기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반적인 캔버스 앞에서는 작품을 들여다보게 되지만, 이처럼 큰 이미지 앞에서는 올려다보게 되면서 작품을 좀 더 자세하고 열심히 보게 된다. ‘오랫동안 바라보기’와 ‘열심히 바라보기’는 호크니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다.호크니의 새로운 전시 발표가 있을 때마다 항상 주목하기는 했지만, 그의 아이패드 작품이 소개된다고 했을 때 무척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미 일흔이 넘은 고령의 작가가 아이패드로 제작한 작품을 공개한다고 했을 때, 미술계를 포함한 언론은 떠들썩했다. 팩스, 복사기, 폴라로이드 사진기 등이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그의 작품에 기계의 물리적 성격을 반영해 이미지에 대한 실험을 했던 작가의 아이패드 드로잉은 어떠한 모습일지 모두 기대가 컸다. 그가 기술을 수용하는 방식은 아주 진취적이다. 호크니가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회화에 반영하였을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을 때, 그는 오히려 아이패드 작업을 통해 다시 ‘손으로 작업하는’ 가능성을 탐구했다. 작가는 아이패드가 “작업할 때 매우 예민하다”고 말하며, 새로운 드로잉 재료로 인식하고 완벽히 수용하면서 우리에게 작업하는 ‘손’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웠다. 지난가을 호크니가 아이패드로 작업한 영국 웨스트민스터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공개되었을 때, 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데이비드 호크니 개인전과 더불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뮤지엄에서도 호크니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반 고흐는 평생 호크니가 피카소와 함께 오마주 해왔던 작가로, 이 전시는 자연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밝고 대비되는 색채의 사용을 고흐의 그림과 함께 비교 대조하며 볼 수 있는 기회다.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는 호크니가 그림을 계속 그릴 수 밖에 없는 이유와 그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림은 우리를 매혹하고, 우리가 보는 것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줍니다. 세상의 모든 훌륭한 화가들은 우리 주변의 세상을 보이는 것보다 더 복잡하게, 더 흥미롭고 불가사의하게 만들어주지요. 이것이 바로 그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 전은 2019년 8월 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3층에서 열리며, 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에서 5월 26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