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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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

MILKY WAY 나는 지금 ...

BAZAAR BY BAZAAR 2019.05.02

MILKY WAY

나는 지금 파리 20구, 더 정확히 말하자면 벨빌(Belleville)에 살고 있다. 아내와 2살 반이 된 아이와 산다. 내 사진 시리즈는 아이가 태어나고 생후 6개월 동안의 기록이다. 처음엔 아이의 아빠로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아빠 사진가’ 말이다. 몇 가지 사진을 찍어보고 나서 이런 매일이 예술이나 패션과 연계된다면 더 나은 사진이 탄생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매일 낮과 밤, 찍기로 했다.

 

마치 일기처럼 일어나는 모든 순간을 담았다. 모유 수유는 매일 밤낮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부모인 우리의 일생에 어떻게 들어오는지, 아이의 생활 패턴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순간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모유 수유는 아름답고도 강한 일이지만 엄마의 입장에서는 피곤하고 고된 일이 될 수 있다. 아내와 실제로 모유 수유를 한 주변 여성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굉장했다. 그들은 모유 수유가 어떤 것인지 설명한 다음 고단함에 대한 몇 마디를 덧붙였다. 어떤 사람은 모유가 너무 많이 나왔고, 어떤 사람은 모유가 너무 적어 수유를 중단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단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행위보다 더 넓은 범위의 경험이 있을 수 있으며, 모유 수유에 대해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항보다 이에 대해 말하는 게 터부시되어 알려지지 않은 사항이 더 많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성들이 자기 검열의 일환으로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일상생활에서 모유 수유가 활성화되지 않아 사람들이 접할 기회가 적어서 발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기쁨과 고통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말이다.

 

내 아내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 내가 그저 사진만 찍었다고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아이는 혼합 수유를 해서 반은 모유 수유를 하고 반은 분유를 먹였다. 아이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분유를 주는 일은 내가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가 모유 수유 또한 거절할 때가 있었다. 우리는 번갈아 가며 먹이고 돌봤다. 수유를 하는 순간은 새로 태어난 생명체가 휩쓸고 오는 거대한 폭풍 같은 사건 속 잠깐 찾아오는 평화의 시간이다. 말하자면 사실에 기반해 찍었더라도 사진 자체는 사실이 아니다.

 

이 결과물 중에서 엄마와 아이 사이의 교감이 포착된 사진을 좋아한다. 밤에 찍은 사진 또한 왠지 좋다. 이 사진들의 정말 재미있는 점을 이 자리를 빌려 하나 알려주자면, 비슷한 프레임과 조명으로 찍은 사진들이라 거의 비슷해 보이고 아내의 자세라든지 입었던 옷들의 작은 디테일만 변한 듯하지만 사실 주목해야 할 것은 아기가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랬다. 일어나서 아이에게 “아가야, 오늘은 기분이 어때?”라고 묻자 아이는 “난 아가가 아니에요, 저는 작은 소년이라구요!”라고 대답했다.

※ 아내의 모유 수유하는 모습을 모은 사진집 (Libraryman Edition)를 2017년 발간했다. 더 다양한 사진은 www.vincentferrane.com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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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박 의령,사진|Vincent Fer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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