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SCAPE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JR은 외벽을 캔버스 삼아 거대한 초상을 거리에 전시한다. 절망과 희망을 품은 군상이 곧 도시의 인상이 되고 기억될 표정으로 남는다. | 전시회,JR,그래피티,페로탱 서울,거리 전시

CITY SCAPE프랑스의 감독 아녜스 바르다는 유일하게 동료 감독 장 뤽 고다르의 선글라스를 벗긴 이력을 갖고 있다. 아티스트 JR은 어디서나 검은 페도라를 쓰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다. 아녜스 바르다는 이 젊은 작가와 함께 여정을 떠나며 이란 영화를 남겼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또 한 번 선글라스 벗기기에 성공한다. JR은 10대부터 파리의 외진 장소에 그래피티를 남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10여 년 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계에 양쪽 나라 사람의 초상 사진을 붙였고, 작년에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 건물처럼 높다란 비계(Scaffolding)를 세우고 독일 통일의 순간을 연출했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도시와 자연 경관 속에 기념비적인 사진 콜라주를 남겼다. 세상의 시선이 잘 미치지 않는 곳, 눈치채지 못한 그늘 속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는 그에게 페도라와 선글라스는 익명성을 위한 일종의 장치다. 작업을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잠입(결국 여권을 뺏길 뻔했다)해야 하는 반면 지와 작업하고 퍼렐 윌리엄스의 큐레이팅으로 함께 전시를 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1백만 명이 넘는다. 베일을 드리우고 베일을 벗기는 과정처럼 양면성을 지닌 JR이 서울에서 여는 전시 제목은 Unveiling>이다. 지난 2016년 루브르의 주요한 상징이자 랜드마크인 유리 피라미드가 잠시 사라졌다. 피라미드의 뒤편을 재현한 착시 이미지로 피라미드의 앞면을 뒤덮은 JR의 야심찬 아이디어의 결과였다. 방문자들은 놀라움에 일제히 휴대폰을 들었고, JR은 그 모습을 또 하나의 작품으로 남겼다. 캐나다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앨범 의 표지로 쓰인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풍경은 산악 경관을 거대한 흑백 사진으로 재현해 실제 배경에 던져둔 것이다.JR의 ‘거리 전시’는 기한을 갖는다. 기한을 지난 작업물은 사진이 되어 ‘정식 전시’를 거치고 관객의 경험과 사진으로 다시금 기록된다. 작품 11점을 모은 전시가 페로탱 서울에서 3월 9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