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름다움을 담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다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 브랜드 드레(de RÉE). 클래식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디자인은 오랜 시간 국내 브랜드에서 내공을 쌓은 디자이너 박민성의 힘이다. 드레를 통해 한국의 미학을 알리고자 하는 젊은 크리에이터와 나눈 이야기.

BAZAAR BY BAZAAR 2019.02.15

재킷, 팬츠는 모두 de RÉE, 슈즈는 Church’s.

DREAM of de RÉE

드레라는 브랜드에 대해 직접 소개해달라.

2016 F/W 시즌에 론칭한 한국 브랜드입니다. 옛 선비들이 즐겨 쓰던 말로 ‘인격적으로 점잖은 무게, 우아하다’는 뜻을 지닌 ‘드레’라는 순 우리말을 브랜드 네이밍으로 선택했습니다. 한글로 드레를 표기하려다 보니 어려워서 불어를 차용했는데, 그래서인지 가끔 프렌치 브랜드라는 오해를 받기도 해요. LF 패션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트렌드에 지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낸 드레를 만들었습니다.

드레의 옷에서 전통적인 한국 패션의 흔적도 보이는데, 어떤 것들에서 영향을 받았나?

직장 생활을 끝낸 후 갤러리를 준비하면서 현대미술에 빠져들었어요. 집에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수집해온 조선시대의 골동품과 현대미술품이 많았거든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한국 예술품에 둘러싸여 지내왔어요. 그것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탐닉하기 시작했어요. 해체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니 한국 문화가 놀랍도록 아름답고 모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예를 들어 증조할아버지가 사냥할 때 입으셨던 ‘철릭’이라는 관복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드레의 주름 와이드 팬츠와 트렌치코트를 디자인했어요. 철릭의 바지는 지금 입고 나가도 될 정도로 현대적이예요. 이렇게 드레의 DNA는 한국 문화에서 출발했습니다.

드레를 상징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한국적 실루엣과 컬러를 재해석해 디자인을 합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복식과 건축, 문양은 물론 한국 현대미술 작품에서도 영감을 받아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싶어요. 드레는 질 좋고 아주 잘 만들어진, 그래서 오래 곁에 두고 입을 수 있는 옷이었으면 해요. 첫 시즌에 조선시대 겉옷이었던 도포와 두루마기의 곧은 선, 부정형의 원으로 빚은 달항아리의 곡선을 디자인에 접목시켰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직선적인 실루엣 코트는 드레의 대표 아이템이 되었고요. 보다 한국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코트 안의 실크 안감으로, 화조에서 영감받은 화려한 프린트입니다. 선비들의 고요한 품위와 여유 있는 세련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거죠. 세월의 시련을 견뎌낸 기와의 그레이, 보드라운 백자 달항아리의 화이트 같은 컬러 역시 우리의 고고한 전통에서 가져온 거죠.

 

스커트는 de RÉE.

드레의 옷은 한국의 질 샌더 같은 느낌이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이미지인데, 디자이너로서 드레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궁에서나 입을 법한 화려하고 과감한 색채가 한국 문화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종이로 만든 장, 가난한 선비가 썼던 서한, 검소한 사방 탁자 등이 진짜 한국의 전통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젠, 중국에 오리엔탈리즘이 있듯이 우리 문화에 깃들어 있는 모던함을 드레의 DNA로 삼았어요. ‘기본에 충실하자’가 철학이에요.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 그 안에 담긴 담백함 그리고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강인함이 드레의 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재’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는데, ‘디자인’과 비할 때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가?

소재는 디자이너에게 물감 같은 존재예요. 소재, 컬러, 패턴, 공정 이 모든 것이 모여 하나의 옷이 완성됩니다. 거기에 소비자가 더해져야 하고요. 소비자는 컬러와 소재로 옷을 먼저 판단하죠. 그 다음이 디자인이에요. 저조차도 디자인에 빠져서 구입한 옷은 오래 입지 않거든요. 막스마라나 발렌티노 같은 브랜드는 소재가 남다르죠. 단순히 디자인만으로는 동시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소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상 디자이너들은 소재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아요. 거기에서부터 디자인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최상의 소재를 공수하기 위해 노력해요. 캐시미어는 이탈리아의 캄포레나 로로피아나, 레이스는 프랑스, 실크는 한국 제품을 고수합니다.

 

원피스는 de RÉE.

중국 시장에 진출해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마켓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운좋게도 첫 시즌에 LF와 같이 중국에 진출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어요. 숍인숍 개념으로 14개 백화점 매장에 진출했습니다. 중국은 생각보다 선입견이 많은 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죠. 중국 시장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성장 중이거든요. 마치 흑백 텔레비전에서 비디오 테이프 없이 바로 DVD로 넘어가는 느낌이랄까. 처음엔 중국 측에서 좀 더 과감하고 파격적인 디테일을 원했지만, 저는 드레의 DNA를 고수했어요. 다행히 중국 고객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모두가 입는 알려진 브랜드의 옷이 아니라 조금 독특한 아이템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 이영애와 특별한 인연으로 보인다.

LF 패션의 모그 디자이너 시절부터 이어진 인연이에요. 그때부터 이영애 씨가 제가 디자인한 옷을 즐겨 입으면서 친분을 쌓았어요. 드레를 론칭했을 당시 그녀는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를 촬영 중이었어요. 원피스를 하나 디자인했는데, 폭발적인 반응이 오더라구요. 드레라는 이름보다 먼저 알려진 아이템이죠. 그녀는 한국의 문화에 관심도 많고 책임감도 갖고 있어요. 예전엔 셀러브리티가 셀링 포인트였다면 현재는 브랜드와 감성을 공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이영애는 드레의 옷에 대해 지적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행동으로 보여주거든요. 뮤즈인 셈이죠.

 

셔츠 원피스는 de RÉE, 슈즈는 Church’s.

갤러리아백화점과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발표했다. 어떤 라인인지 궁금하다.

갤러리아백화점과의 컬래버레이션은 저에게 행운과도 같아요. 더 갤러리아와 드레가 더블 네임으로 새로운 레이블을 탄생시킨 거니까요. 지난 시즌부터 갤러리아백화점 3층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보다 대중이 접근하기 쉬운 디자인을 고민했어요. 드레의 아이코닉한 퓨어 캐시미어 코트 컬렉션이 대표적이에요. 직선적인 실루엣에 더블 브레스트의 롱 코트입니다. 남성적인 실루엣이지만 안감은 화조도 실크 프린트로 드레만의 감성을 더했죠. 이런 프로젝트는 현실을 깨닫고 타협하는 제동 장치가 됩니다. 백화점을 통해 판매하면 소비자와 종이 한 장 차이로 마주할 수 있어요. 피드백이 바로 오기 때문에 저에게는 좋은 채찍질이 되기도 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드레의 DNA인 한국적인 코드는 꾸준히 지켜나가고 싶어요. 새로운 시즌 역시 한국적 요소를 기반으로 합니다. 기이한 모습의 바위를 그린 ‘괴석도’에서 영감을 받아 그 안에 담긴 색채를 구현했어요. 현재는 시즌을 구분하는 것이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드레는 그 흐름에 맞춰 F/W 시즌에 힘을 줄 생각입니다. S/S 는 가벼운 캡슐 컬렉션으로 가져갈 예정이에요. 주름 팬츠, 롱스커트, 롱 원피스, 짧은 트렌치 재킷 같은 리조트 웨어라 할 수 있습니다. 에디터/ 황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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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황 인애,헤어|김 귀애,메이크업|이 숙경,사진|Shin Sun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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