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일상 공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유유히 흐르는 공유의 시간이 당도할 근미래(近未來). | 도깨비,공유,정유미,서복,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로 촬영지를 직접 골랐다.많은 스태프들이 촬영하는 데 불편하지 않은 곳을 찾다 보니 너무 더운 나라나 추운 나라는 피했다. 환승 없는 직항지 중에서 찾다가 L.A도 있었는데 옷의 특성상 휴양지는 안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2박 3일로 잠깐 샌프란시스코에 온 적이 있었는데 제대로 보고 느끼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참 편안해 보였다. 이번 촬영을 통해 공유의 본모습을 조금이나마 본 것 같다.아무래도 오랜 스태프들과 함께였고 의상도 평소 입던 모습과 가까워서 편했던 것 같다. 본모습이라? 작품 촬영할 때 빼고는 별거 없이 평범하게 지낸다. 최근에 한 친구가 나보고 미국 가서 살면 되게 잘 살 것 같다고 했다. 내 생활 패턴이 전형적인 미국 30~40대 아저씨들 삶이랑 닮았다고. 그게 뭐냐 물었더니 저녁에 맥주병 하나 들고 TV 앞에 앉아 스포츠 중계 보면서 흥분했다 좋아했다 욕도 하는 그런 모습이라더라.미국의 중년 아저씨라니. 그 말에 동의했나?부인을 못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야구 시즌 끝나면 이어 농구가 시작되면서 일 년 내내 중계가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시차 때문에 NBA경기가 오전에 시작되는데 나는 회사원이 아니니까 아침 9시든 10시든 일어나서 농구 경기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유치할 수도 있는데 좋아하는 팀이 경기할 때는 팀의 저지를 챙겨 입는다. 제일 좋아하는 스테판 커리 선수의 경기를 관람할 때는 시작하기 전부터 옷을 곱게 차려입고 TV 앞에 앉아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린다.(웃음)가장 좋아하는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의 시합을 이곳에서 두 번이나 관전했다.스테판 커리의 전성기 모습을 볼 수 있는 만큼 봐두고 싶었다. 시간을 쪼개니 경기를 두 번 볼 수 있는 스케줄이 나왔다. 아무리 내가 믿고 응원하는 선수라지만 이긴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시즌권이 아니라 표도 더 비쌌는데 두 경기 다 사버렸다. 한 번이라도 이기는 경기를 보리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번은 이겼고 한 번은 턱없이 졌다.를 챙겨 보는 아이였나?우리 세대 때는 안 보면 이상한 거였다. 만화책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었는데 는 경전처럼 읽었다. 예전에 팬들이 원본까지 포함된 전집을 선물해줬다. 너무 귀해서 집 책장 가장 좋은 자리에 잘 보이게 꽂아놨다.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는데도 다시 꺼내 보면 또 끝까지 보게 되고 대사도 다 주옥 같고….혹시 기억나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너무 많은데 지금 당장은 정대만이 3점슛 쏘는 장면이 떠오른다. 다른 캐릭터도 좋아하지만 정대만을 조금 더 좋아했다. 이가 몇 개 빠졌지만 긴 머리에 미남 싸움꾼인 정대만이라는 인물이 참 드라마틱했다. 그로기 상태에서 슛을 쏘면서 땀에 젖은 모습으로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하는 장면.(웃음) 이걸 아직도 기억한다. ‘옥토 오리지날 티타늄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Bvlgari. "/>스트리트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길거리 농구나 힙합 문화가 스트리트 패션과 밀접하니 당연히 관심은 간다. 그렇다고 패션을 깊게 알고 즐기는 편은 아니다. 입기 편하고 복잡하게 스타일링 안 해도 되는 옷을 고르다가 스트리트 패션과 좀 더 가까워진 거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웨트셔츠를 즐겨 입었는데 이제는 후드를 뒤집어쓰는 게 너무 편해서 후드 셔츠만 산다. 후드를 쓰면 코트가 안 어울리니 코트를 잘 안 입게 되고 바지도 트레이닝팬츠나 스트링 팬츠에 손이 가게 되더라. 누군가는 나이에 안 맞게 역행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몸에 붙지 않는 편안한 옷차림이 좋아졌다.스태프들과 간 중국 음식점에서 밥을 정말 맛있게 먹더라.촬영 때 스태프가 다 함께 모여 밥 먹을 기회가 많진 않다. 예약하기 힘든 곳을 잡았다가 인원이 많아 결국 중국 음식점에 간 건데 겉은 허름했지만 워낙 맛있는 집이었다. 큰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스태프들 얼굴 보면서 먹는 것도 좋았고.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찾아다니나?굳이 유명한 집을 찾아다니거나 줄을 서서 먹지는 않는다. 먹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양보다는 질이다. 나가서 먹는 것보다 집에서 먹는 걸 즐겨서 웬만한 찌개나 반찬은 직접 한다. 밖에서 먹을 때는 집에서 못 먹는 걸 먹어야 한다. 또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제철 음식은 꼭 챙겨 먹는다. 가을에는 대하 먹고 겨울에는 굴이랑 과메기 먹고. 술을 좋아하니까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더 찾게 된다.생활은 편안함을 추구하지만 작품을 고를 때는 대범하고 변화무쌍해 보인다.지금까지 해온 작품이 쌓이다 보니 들쑥날쑥 결이 달라 보일 수도 있겠다. 이번엔 이런 모습, 다음엔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지 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작품을 고를 당시에 내가 느끼는 정서가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전형적인 곳에 고여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계속 흐르고 싶다. 작품 선택할 때 하는 큰 고민 중 하나가 스스로에게 새로움과 신선함을 줄 수 있느냐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진 않더라도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구성원으로 동참해 창의적인 일을 하는 거니까.고여 있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 고민이 될 것 같다.나 역시 여전히 편협함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사람을 대할 때 옳고 그름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모든 건 열려 있고 정답은 없다고 자주 되새긴다. 구태의연함과 지나치게 편중된 생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렇게나마 고민하는 게 선배로서 후배에게 보일 수 있는 가장 멋진 애티튜드가 아닐까 싶다. 그래야 내가 다음 세대로부터 영감을 받을 수 있고 그 안에서 서로의 시너지가 생길 테니까. , (가제) 두 편의 영화가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TV보다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 시기인가?쉬기 전에 영화 세 편이 연달아 개봉했고 마지막으로 드라마 를 찍었다. 다 끝내고 이번엔 정말 오래 쉬어야겠다 싶었는데 바로 영화 현장이 그립더라. 본능적인 촉으로 영화 두 편을 골랐다. 영화에 집중하는 시기라기보다 앞으로 해야 할 것에 집중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의 정대현은 땅에 발붙이고 있는 보편적인 인물이다.사이코패스나 악역처럼 특징이 강한 역할은 쉽게 눈이 가지만 개성이 드러나거나 뚜렷한 색이 없는 역할은 그렇기 어렵다. 정대현은 부인과 맞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40대 남자다. 큰 특징도 없고 보는 사람에 따라 좋은 남편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정대현은 아내가 느끼는 고통을 알아채고 결국 마음으로 통감하는 인물이다. 나에게는 그 점이 중요했고 관객들에게 잘 보여주고 싶다.배우 정유미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다. 이번 작품에서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나와 같이 연기하지 않을 때도 정유미라는 배우가 걷는 행보가 궁금하고, 다음에 어떤 연기를 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늘 있다. 자기만의 독특한 호흡이 있는 좋아하는 배우다. 이렇게 말하면 좋아하는 여자로 왜곡하곤 하는데 그러지 말아달라.(웃음) 판타지 멜로나 ‘꽁냥꽁냥한’ 로맨틱코미디가 아닌 우리 나이 대에 맞는 굉장히 현실적인 부부로서 만난다는 게 기대된다.을 연달아 촬영한다. 작품과 작품을 잘 넘나드는 사람인가?경력이 늘고 작품 수가 늘어나니까 예전에 없던 여유나 노하우가 생긴다. 어렸을 때 생각하면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분명 힘든 순간이 있었다. 몸이 아직 가볍지 않은데 다음 작품을 들어갔을 때 생기는 폐해들, 사람들은 모르고 나만 아는 감정들. 하지만 배우는 자신의 입장만 생각해서 움직일 수 없다. 배우의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1년 동안 바뀌는 시나리오를 챙겨 보면서 의 캐스팅을 확정 지었다.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감사하게도 많은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셨다. 영화 현장이 그리워 빨리 선택하고 싶은 마음에 닥치는 대로 봤다. 상업적인 틀 안에서 신나게 웃고 울며 보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 규모가 큰 영화들이 있었다. 전자는 대중적인 성공이 보이는데 어쩐지 손이 안 가고, 후자는 상업적인 부분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었다. 은 내 취향과 성향에 맞는 작고 단단한 영화를 찾던 참에 눈에 들어온 시나리오였다. 감독님이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분명하게 보였다. 처음엔 고사했다가 수정고를 보던 중에 이용주 감독님을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시나리오를 보고 느꼈던 것과 감독님이 이야기하는 것에 오차가 없었다. 배우가 글을 보고 느낀 것과 감독님이 글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일치할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느린 호흡으로 고민을 한 흔적이 보였다. 믿음이 생겼고 어렵더라도 서로 의지하고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확고해졌다.복제인간, SF. 쉽지 않은 주제와 장르다.할리우드에서 많이 다룬 주제라 이미 피할 수 없는 클리셰가 있다. 최대한 피해 가자고 감독님과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할리우드는 할리우드고 우리는 우리의 영화를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의 영생을 위한 도구인 복제인간이 있는 미래가 배경이지만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명료하다. 왜 사나? 왜 살고 싶나? 왜 오래 살고 싶나? 우리가 한번쯤 생각하고 넘기는 물음표다.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삶과 죽음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매체를 즐기나?넷플릭스 오타쿠다. 양질의 콘텐츠가 끝없이 솟아나는 샘물이다. 넷플릭스에 집중하다 보니 인터넷 연예 기사나 TV 방송을 안 보게 됐다. 넷플릭스에서 나한테 상을 줘야 할 정도로 즐겨본다.(웃음) 유튜브로는 해외 사용자가 업로드하는 자동차 리뷰를 챙겨 본다. 유튜브를 보면서 주목하는 건 유튜버들이 공중파에도 진출하고 큰돈을 벌 만큼 영향력을 가진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유튜브 채널을 개설한다고 상상해보자.주변에서 내가 게임 하는 걸 찍으면 그 자체가 시트콤이 될 거라고 얘기하는데 그건 너무 성의 없는 것 같다. 내가 뭔가를 배우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고 싶다. 예를 들면 프리다이빙을 시작해서 자격증 따는 전 과정을 보여주는 거다. 세계적인 명소에서 수중탐험 하면서 함께 해저동굴을 만끽하고! 돈이 들겠지만 사람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중에 정말 개인 방송을 하게 되면 잘 만들어보겠다.최근에 본 가장 흥미로운 건 뭐였나?. 시리즈를 워낙 좋아한다. 시청자에게 선택지를 주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갑자기 두 갈래의 선택지가 나와서 허둥지둥 리모컨으로 고르는데 그 경험 자체가 너무 신선했다. 화면 속 인물이 내 선택을 기다리면서 카메라를 응시할 때는 괜히 미안해지고 움츠러들더라.40대다. 지난 30대를 뜻하는 대로 보내온 것 같나?야구로 얘기하자면 공이 배트에 빗맞아도 운으로 안타가 돼서 점수를 얻거나 상대 팀을 이길 수도 있다. 경기에서는 행운도 곧 실력이 된다. 지난 10년 동안 이걸 이렇게 하면 잘될 거야 예상하면서 몸을 내던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도 감사하게 행운의 안타처럼 예상하지 못한 과분한 선물을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운일 뿐이라고 스스로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에게 인색했던 마음이 지난 10년 동안 서서히 열렸다. 앞으로도 분명한 건 꿈과 목표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앞날은 감히 점치거나 예상하고 덤빌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