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SFDF의 수상자가 됐다. 기분이 어떤가? 신규용(이하 신): 무척 기쁘다. 국내 패션계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스폰서십 아닌가? 뿌듯하기도 하고 더 잘하라는 뜻처럼 느껴져서 책임감도 들었다. 박지선(이하 박): SFDF는 해외에서 활약이 두드러진 국내 디자이너들을 후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에 비해 해외에 진출한 지 2년 정도 된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래도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 좋았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계획 중인, 혹은 꿈꾸는 해외에서의 프로젝트가 있을까? 신: 당장은 없다. 사실 매 시즌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인다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물론 패션 디자이너 모두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번 수상을 발판으로 런던이든 또 다른 나라든 꾸준히 해외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는 걸 목표로 삼으려 한다. 2020 S/S 컬렉션이 그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런던 패션위크에서의 반응은 어땠는가? 박: 작년 3월에 서울 패션위크를 마치고 6월 초 런던에서 바로 다음 시즌 쇼를 했다. 해외 첫 데뷔 쇼인데 준비 기간이 짧아 아쉬움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기대했던 것보다 커서 매우 놀랐다. 특히나 런던에는 개성 강한 신진 디자이너가 많은데 그 안에서도 새롭게 느껴졌다는 점이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신: 또 하나 놀라웠던 건 이미 우리 브랜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어떤 프레스는 “블라인드니스라는 브랜드가 꽤 괜찮다더라. 런던에서 쇼를 한다는데 보러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추천을 받고 온 것이라 했다. 짧은 준비 기간 탓에 우리끼린 아쉬워했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 같아 한편으론 뿌듯했다.
두 달 만에 준비한 컬렉션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박: 사실 여러 가지 상황에 쫓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런던에서 같이 쇼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런던 패션위크 남성 컬렉션의 수장, 딜런 존슨의 제안 때문에 무리해서 준비하게 된 거다. ‘런던에서 이미 우리를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 절로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고.
젠더리스를 표방하는 브랜드의 디자이너로서, 아직도 이를 난해하게 생각하는 다수 대중과의 간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 우리의 슬로건이 젠더리스이긴 하나 그것에 국한되지 않고, 패션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나 문화를 전달하고 싶다. 그 부분에서만큼은 나 자신이 ‘소비자’의 관점이 아닌, 온전히 패션 디자이너이길 바란다. 박: 남자가 꼭 치마를 입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사회의 룰이 있지 않은가. 그런 부분을 우리의 쇼를 통해 깨뜨리고 싶다. 또 성 역할을 구분 짓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최소한 보는 사람들이 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 물론 우리도 세일즈를 무시할 순 없기에 실제 판매하는 의상들은 쇼 피스의 무드만을 가져온 웨어러블한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해외에서는 쇼 피스도 판매하고 있고.
브랜드가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신: 그렇다. 브랜드의 컬러를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땐 ‘우아한 남성복을 만들자’고 했던 우리의 시작을 돌아보려고 한다. 남성복을 우아하게 만들어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남자 혹은 여자를 만족시키는 것, 이를 바탕으로 시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2019년에 각자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신: 일도 좋지만 운동도 하면서 건강을 좀 챙기고 싶다. 박: 운동 그리고 다른 분야와 협업을 해보고 싶다. 최근 헤라와 컬래버레이션을 했는데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음번엔 더 주체적인 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디터/ 이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