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분명 새로운 것인데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요즘 옛날’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과거를 빌려 현재를 찾아라, 뉴트로 트렌드에 대하여. | 요즘 옛날,뉴트로 트렌드

경양식 스타일의 ‘함박’ 스테이크와 오므라이스를 파는 레스토랑, 신청곡을 받아 LP판으로 음악을 틀어주는 펍, 1900년대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는 마켓, 할머니의 자개장으로 꾸민 예스러운 카페, 1970년대 유행했던 로고로 가득한 백 그리고 못생기고 커다란 운동화. 현재 가장 ‘핫’하다고 손꼽히는 것들이다. “변화란 단지 삶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삶 자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우리는 격동적인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시간이란 참으로 빠르게 흐르고 흘러 어느덧 2019년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경기는 정체되어 있고 사회는 불안정하기 그지없다. 고단하고 힘들 때면 ‘과거’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과거는 늘 아름답게 미화되는 법이다. 설령 사실이 그렇지 않다 해도 사람들은 과거에는 관대하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오고 맹목적으로 빨라지는 속도에 반감이 생기고 피로감을 얻는다. 자연스레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고, 과거에서 위로받고자 하는 것. 유난히 불경기에는 복고 트렌드가 자주 등장해왔다. 심리학적으로 ‘회고 절정’이라고 한다. “그때가 좋았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게 되는 현상.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는 ‘Retrospect’의 줄임말로 과거나 전통을 그리워하며 따라 하려는 풍조를 말한다. 그러나 현재,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복고는 좀 다르다. ‘Retro’와 ‘New’가 합쳐진 ‘뉴트로(New-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문화, 단순히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리지낼러티를 유지하면서도 기술과 감각은 현대적인 새로움을 더한 것이다. 그야말로 ‘요즘 옛날’이다.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향수를,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던진다.뉴트로의 핵심은 옛것에 기반하지만 새로움으로 승부한다는 것. 과거 유행했던 아이템을 복각하면서도 헤리티지와 동시대성을 결코 잃지 않는 것이다. 디자이너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발렌티노를 10년 만에 완벽하게 부활시켰다. 전통적인 쿠튀르 하우스에 스트리트 감성을 주입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지만, 영국의 펑크 룩도 사랑하죠.” 그는 퀸 의상을 디자인한 잔드라 로즈에게 자문을 구한 적도 있다고. 드라마틱한 러플과 레이스, 과장된 실루엣의 드레스에 워커부츠나 스니커즈 그리고 스터드 디테일의 핸드백을 매치한다. 어딘지 불안정해 보이지만 참신한 스타일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키는 고전 모델인 에어맥스 90을 가지고 오프화이트와 협업해 ‘데저트 오어’ 컬렉션을 발표했다. 사진 한 장만을 공개했을 뿐 아직 판매 시기를 공개하지 않아 더욱 뜨거운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늦어도 2019년 초에는 발매할 예정.) 1020세대는 자신들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에 발매된 운동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휠라의 ‘디스럽터2’나 프로스펙스의 테니스화도 마찬가지. 로고 플레이 역시 뉴트로 트렌드의 전면에 서 있다. 한동안 숨겨두었던 로고를 끄집어내어 히트시킨 것. 대표적인 게 리아나, 제시카 알바 등 셀러브리티들이 들어서 화제를 모은 커다란 디올 토트백이다. 2000년에 선보였던 ‘Dior’ 로고가 반복적으로 새겨진 오블리크 패턴의 ‘북토트’는 출시되자마자 완판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웨이팅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기 힘들 정도. 그 외에도 버버리의 체크, 펜디의 FF 로고, 구찌의 더블 G, 발렌티노의 V 등 패션 하우스들은 유산이자 얼굴인 로고 플레이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보다 강력한 자극을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가는 듯하다. 이는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고 동시대적이고 새로운 해석을 담았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2019 S/S 시즌에도 뉴트로 무드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1970년대 보헤미안 스타일이 21세기적으로 재해석되었고, 1990년대 유행했던 사이클링 쇼츠도 다시 돌아왔다. 레트로 무드의 스카프 패턴과 도트 프린트, 샤넬에서 선보인 청청 패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이니 기억해둘 것. 까르띠에가 최근 공개한 신제품 역시 1906년 선보였던 전통적인 라운드 포켓 워치 ‘또노’에 동시대적인 감성을 불어넣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헤리티지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그야말로 위대한 유산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영화 를 보다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마음 한편에 위안을 얻은 기분이랄까. 한 문화평론가는 “퀸 역시 많은 이들에게 굉장한 힘과 위로를 주는 음악을 만들었다. 록을 바탕으로 디스코 리듬, 키보드 사운드, 기계음 같은 동시대의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켜 조화와 화해라는 정체성을 추구했다”라고 설명했다. 음악적 기조를 지키고도 역사성과 동시대성을 지닌 퀸의 음악. 그 울림과 감동은 뉴트로 트렌드와 닮았다. 아름답고도 그리운 과거와 지금 현재를 모두 끌어안고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2019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