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주얼리 만드는 여자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나무로 주얼리 만드는 여자

몇 백 년의 세월을 견디고 생명력을 다한 나무를 소재로 한 잉기 스톡홀름의 주얼리는 마치 하나의 조각품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을 찾은 디자이너 잉겔라 클레메츠 파라고는 자연친화적인 삶과 자연에서 얻은 주얼리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BAZAAR BY BAZAAR 2018.12.20

디자이너 잉겔라 클레메츠 파라고.

잉기 스톡홀름은 한국에서 아직 생소한 브랜드다. 2017년 론칭한 주얼리 브랜드다. 아직은 귀고리만 선보이고 있으며 팔찌와 반지는 개인 소장 중이다. 600~700년 된 죽은 나무, 즉 버려진 나무를 소재로 크고 독특하면서도 추상적인 느낌의 주얼리를 디자인한다. 그래서 똑같은 형태가 없다.

나무 소재로 브랜드를 전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연히 숲에서 커다란 나무 조각을 발견했는데, 마치 예술작품 같아서 집에 전시해놓았다. 어느 날 작은 나무 조각을 발견한다면 귀고리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실 잉기 스톡홀름은 나 스스로를 위해 만든 것이다. 나는 여성에게 당당함을 부여해주는 주얼리를 사랑한다. 마치 1960년대 패션 화보 속 모델들이 착용하고 있는 볼드한 귀고리처럼. 또한 죽은 것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방식도 좋았다. 폐기물을 활용한 조각가 루이즈 니벨슨(Louise Nevelson)의 정크 아트처럼.

요즘 패션계의 화두인 지속 가능한 패션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패션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빈티지 의류를 좋아하고,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은 누군가에게 양도하곤 했지만 ‘패션과 환경’의 측면에서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저 숲을 지키고 사랑하는 데 힘쓴다.

시선을 사로잡는 블루 귀고리.

특별히 선호하는 숲과 나무가 있는가? 스톡홀름에 있는 왕립공원을 주로 찾는다. 참나무와 소나무를 좋아한다. 나무의 형태는 날씨에 따라 제각각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점이 무척 아름답다. 사람들이 자연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 공유하고 싶다.

숲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영감의 원천이다. 실제로 첫 번째 앨범 뮤직비디오도 숲에서 촬영했다. 뿌리로부터 이어지는 나무의 생명력은 안정적인 휴식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어느 학자의 말에 따르면 나무는 뿌리와 대화를 하며, 주변 나무의 감정을 느끼고 서로 돕는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나무를 안는 단순한 행위조차 많은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형태가 매우 독특하다. 원하는 방향으로 자르거나 깎는 것인가? 전혀. 나는 지금 끼고 있는 이 반지를 만들 때조차 드릴을 사용하지 않았다. 자연에서 얻는 형태를 그대로 사용한다. 완벽한 나무 조각을 찾는 일은 많은 시간이 들고, 쉽지 않다.

크기에 비해 가벼운 무게에 놀랐다. 죽은 나무들은 거의 빈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가볍다. 나는 이 나무들이 분리되지 않도록 특별한 재료를 첨가한다. 두 달간의 건조 과정을 거친 뒤, 아크릴 페인팅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마치 플라스틱 조각 같지 않은가?

매치스패션이 뽑은 이노베이터로 서울을 방문했다. 소감은? 매치스패션이 보낸 이메일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서울은 처음 왔다. 멋지고 아름다운 도시이며, 사람들은 무척 따뜻하고 포용적인 것 같다. 이 도시를 더 알고 싶어서 며칠간 더 머물 예정이다.

감각적인 룩북 이미지.

잉기 스톡홀름이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모두(친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나를 잉기라고 부른다. 간단한 닉네임이다. 스톡홀롬은 내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붙였다. 도시를 홍보하고 싶기도 했고.

모델, 뮤지션,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등 흥미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경험들은 주얼리를 만드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가? 나는 패션이나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때문에 할리우드의 고전영화를 보며 패션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주얼리는 패션의 한 분야이고 이전의 이력들은 패션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당연히 크나큰 영감을 준다.

남편과 포토그래퍼 듀오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디렉터, 남편은 포토그래퍼다. 나는 모델과 스타일리스트 일을 했기 때문에 디렉터의 역할이 익숙하다. 이게 우리가 협동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커리어를 말하자면, 샤넬과 함께 두 권의 사진집을 발간했다. 첫 번째 사진집을 낸 건 2011년으로 스톡홀름의 갤러리에서 전시와 파티도 했다. 칼 라거펠트가 사진집의 서문을 직접 써주었다. 두 번째 책은 2016년에 발간했다.

오늘 스타일링만 봐도 주얼리를 다루는 데 있어 프로라는 생각이 든다. 잉기 스톡홀롬을 연출하기 위한 완벽한 팁이 있다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다만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볼드한 주얼리를 마구 매치하는 과감한 스타일링은 하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 심플한 블랙 드레스에는 골드 컬러, 청바지에는 블루 컬러를 매치하면 멋진 포인트 아이템이 될 거다. 단 메이크업은 절대 금물이다.   에디터/ 윤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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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윤 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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