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언
미스터리 잡지 <미스테리아> 편집장이자 아마도 국내에서 추리소설을 가장 많이 읽었을 여자. 저서로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문학소녀> 등이 있고, 노라 에프런의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를 번역하기도 했다.
지금 당신의 침대 머리맡에 있는 책은 무엇인가?
로버트 리텔의 <르윈터의 망명>과 <레전드>. 그리고 아직 국내 번역되지 않은, 패트릭 해밀턴의 <가스등(Gaslight)>.(최근 몇 년 사이 페미니즘 관련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용어 ‘가스라이팅’이 바로 이 작품에서 비롯되었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은?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의 이 구절. “여성의 권리 신장을 저지하려는 반격은 미국 역사에서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사실 이 현상은 반복되어 나타난다. 여성들이 평등을 향해 조금이라도 전진할 때마다 반격은 마치 문화계에 잠시 만개했던 페미니즘에 찬물을 끼얹는 필연적인 이른 서리처럼 다시 등장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장르와 결코 읽을 수 없는 장르는?
좋아하는 장르는 미스터리와 호러, 한국 근현대사, ‘사물’에 관한 책들, 페미니즘, 사회학 도서. 즐기지 않는 장르는 지나치게 말랑하거나 힐링과 화해를 자꾸 권하는 에세이.(그렇지 않은 에세이들은 매우 좋아한다.)
저녁식사에 세 명의 작가를 초대할 수 있다면?
대실 해밋, 존 그레이(<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말고 <불멸화 위원회>의 저자), 박완서.
와이파이가 없는 지역에 한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허먼 멜빌의 <모비딕> 또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또는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와이파이가 없는 지역에서가 아니라면 이 책을 마음먹고 완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환경에 의한 강제적인 독서를 은근히 즐긴다.
고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도둑맞은 편지> <군중 속의 남자>,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당신이 발견한,아직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좋은 작가가 있다면?
매건 애보트의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You Will Know Me)>와 <데어 미(Dare Me)>, 타나 프렌치의 <시크릿 플레이스(The Sectret Place)>를 읽는 내내 황홀경에 잠겨 있었다. 미스터리 장르 속에서 10대 소녀들의 목소리를 핵심으로 끌어올려 숨막히게 아름답고 차가운 풍경을 창출한다.
책장에서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해둔 책과 구석에 숨겨둔 책은?
나의 책장은 논픽션과 픽션(영미권 소설, 일본 소설, 한국 소설), 만화와 그림책과 동화책, 잡지, 예술 분야로 구분되어 그 섹션 내에서 각각 가나다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특별히 의식해서 배치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이 질문에는 답을 하기 힘들 것 같다.
함께 읽을 때 조합이 좋은 세 권의 책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애거사 크리스티의 <커튼>. 탐정 혹은 심판자가 맞닥뜨리는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보여준다.
세 차례 이상 읽은 책은 무엇인가?
세 번 이상 읽은 책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중 뭘 골라야 할지 큰 고민에 빠졌다. 두 권만 골라보자면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과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의 10대 시절 독서에서 이 두 권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다.
몇 번이나 시도했으나,결코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은?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나로서는 공부할 때의 의무감이 아니라면, 일반 독서로서 이 책을 완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에 읽을 책은 무엇인가?
권일용과 고나무가 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모두 거짓말을 한다>, 찬호께이의 <풍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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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날것의 문장으로 동시대를 기록하는 소설가. <풀이 눕는다> <천국에서> <더 나쁜 쪽으로> 등의 소설을 썼다. 최근작
지금 머리맡에 있는 책은 무엇인가?
섀넌 기브니라는 작가의 데뷔작 킨들에는 최근에 끝낸 캣 마넬의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은?
좋아하는 장르와 결코 읽을 수 없는 장르는?
선호하는 장르는 딱히 없으나 이국적인 장소나 로맨틱한 풍경이 나오는 이야기가 좋다. 고전적인 사랑이야기도 좋아한다. SF의 경우는 대체로 지루하다 느끼고, 호러 장르는 무섭거나 놀라는 것을 싫어해서 잘 안 읽는다.
와이파이가 없는 지역에 한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카프카의 <아메리카>.
고전중에서가장좋아하는작품은?
오노레 드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
책장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해둔 책과 구석에 숨겨둔 책은?
최근에 헨리 제임스에 대한 책을 쓰느라 그의 소설들이 꺼내놓기 편한 위치에 있다. 내가 쓴 책이 제일 구석에 있다.
함께 읽을 때 조합이 좋은 세 권의 책은?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 니체의 <선과 악을 넘어서>, 랭보의<일뤼미나시옹>. 이 셋을 함께 읽으면 확실히 정신이 이상해질 것이다.
저녁식사에 세 명의 작가를 초대할 수 있다면?
브렛 이스턴 엘리스, 헨리 제임스, 카프카. 식사가 맛이 없어도 화내지 않고,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예의 바르게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