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인
뮤지션이자 작곡가. 잭 케루악이 좋아 출판 계약도 없이 <길 위에서>를 번역하기도 했다. 이 책은 출판에 실패했지만 잭 케루악의 다른 책 <다르마 행려>는 국내 초역에 성공했다.
지금 머리맡에 있는 책은 무엇인가? <레드 제플린>. 사놓고 안 읽은 책 중 한 권인데 잠들기 전에 조금 읽었다. <모비딕>과 <돈키호테>, <수용소군도> 2권은 좀 더 진도가 나갈까 싶어 가장 가까운 거리에 빼두었는데, 그대로인 걸 보면 내 독서 스타일이 ‘머리맡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은? 문화대혁명을 거친 중국의 피아니스트 주 샤오메이가 쓴 회고록
<마오와 나의 피아노>는 음악을 향유하고 연주한다는 것이 환경에 따라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가 수용소에서 가까스로 공수해온 피아노를 치며 행복해하는 구절이 있는데, 전혀 희망적이라고는 볼 수 있는 상황에서의 작은 행복이라 울림이 컸다. “몹시도 추웠지만 나는 행복했다. 그곳에서 나는 비로소 오직 즐거운 마음만으로, 앞날에 대한 생각 없이 치고 싶은 곡목을 마음껏 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장르와결코 읽을 수 없는 장르는? 좋아하는 것은 소설인데, 많이 들고 다니는 책은 논픽션이다. 현실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평전이나 건축물에 대한 책, 빌 브라이슨의 글처럼 왁자지껄한 화자의 논픽션도 좋아한다. 결코 읽을 수 없는 장르는 ‘증정본’이라는 장르 아닐까.
저녁식사에 세 명의 작가를 초대할 수 있다면? 작가는 아니지만 매력적인 회고록을 쓴 실비아 비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운영한 경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줄 것만 같다. 창작자이자 다방면의 열성 팬이기도 한 패티 스미스가 모두에게 활기를 줄 두 번째 손님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프란츠 카프카. 왠지 든든히 먹이고, 포옹을 해주고 싶을 것 같다. 소설가 잭 케루악을 생각하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좀 불편해할 것 같다.
와이파이가 없는 지역에 한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모비딕>. 충분히 두꺼운 데다 고립되어 표류하고 있는 느낌에 딱일 것 같다.
고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푸시킨의 <대위의 딸>. 고전이라니 읽어봐야지 하고 집어 들었는데, 너무나 발랄하게 유머가 넘치고 글쓰기 자체가 현대적이어서 놀랐다. 화자가 “보통 소설가들이라면 이쯤에서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이라고 독자에게 장난을 걸기도 하고, 푸시킨 본인이 지은 글을 고전인 듯 인용하는 능청스러움도 있다.
당신이 발견한,아직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좋은 작가가 있다면? 사드 카하트.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
방>이란 책이 번역되어 있는데, 자신의 따뜻한 에피소드, 전문 지식을 한 데 잘 엮은 솜씨가 인상적이었다.
책장에서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해둔 책과 구석에 숨겨둔 책은? 가장 전면에 있는 것은 번역 일 때문에 모아놓은 작가 잭 케루악의 작품들과 기타 비트세대 작가들의 책이다. 그런데 <힙스터 핸드북>만 구석에 둔 게 눈에 띈다. 앞의 책들과 같은 이유로 산 건데, 힙스터가 되려고 산 것처럼 보일 거라는 무의식이 작용한 것 같다. 그 옆에 <수줍음의 심리학>이라는 책도 있는 게 절묘하다.
함께 읽을 때 조합이 좋은 세 권의 책은? <데르스 우잘라> <곰에서 왕으로> <나를 부르는 숲>. ‘야생과 문명’ 정도의 키워드로 묶을 수 있다. 추워지면 움츠러들어 있게 되는 날이 많은데, 이불을 덮고 야생의 이야기를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좋은 기분이 있다. 정반대의 상황에 있어서 더 아득하게 느껴지는 기분 말이다.
다음에 읽을 책은 무엇인가? 록산 게이의 <헝거>와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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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스미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문으로 옮긴 번역가. 그 외에도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흰>,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 <서울의 낮은 언덕들> 등을 번역한 한국 문학 전문가다.
지금 머리맡에 있는 책은 무엇인가? 현재 번역 중인 배수아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를 읽고 있다.
시인과 소설가,에세이스트,저널리스트 중 당신이 가장 신뢰 하는 직군은? 한 친구가 내게 “절대로 시인과는 데이트를 하지 말라”고 충고한 적 있다.
저녁식사에 세 명의 작가를 초대할 수 있다면? 한강, 케이트 브릭스, 그리고 미셸 쿠오. 셋 다 내 친구라서, 서로를 만나게 해주고 싶다.
당신이 발견한,아직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좋은 작가가 있다면? 테레사 차학경은 작품의 가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함께 읽을 때 조합이 좋은 세 권의 책은? 셰일라 헤티의
세 차례 이상 읽은 책은 무엇인가? 셀 수 없이 많다. 요즘은 처음 읽는 책들만큼 다시 읽는 책들이 많다. 특히 존 버거, 버지니아 울프, 어슐러 르 귄의 책들은.
몇 번이나 시도했으나,결코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은? 찰스 디킨스의 <리틀 도릿>.
다음에 읽을 책은 무엇인가? 윤 에밀리 정민이 엮은 시선집 <우리 종족의 잔인성에 대하여(A Cruelty Special to Our Species)>. 곧 여행 갈 미국에서 살 첫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와이파이가 없는 지역에 한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어슐러 K. 르 귄의 <언제나 집으로 돌아간다(Always Coming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