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솜에게 빠질 시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Celebrity

이솜에게 빠질 시간

결국 본인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든다. 언젠가부터 배우 이솜이 연기하고 있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BAZAAR BY BAZAAR 2018.10.31

셔츠는 Christopher Kane by BOONTHESHOP, 플리츠 스커트는 Ports 1961, 귀고리는 Cornelia Webb by BOONTHESHOP, 웨스턴 부츠는 Fendi.

흰 머리의 이솜이 길을 걸어가며 맛있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올해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올 초 개봉했던 전고운 감독의 영화 <소공녀> 얘기다. 일당 4만5천원을 받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영화 속 그녀는 돈이 없어도 위스키와 담배는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스키와 담배를 선택하는 대신에 집을 포기할 정도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지점은 가난한 그녀가 결코 궁색하거나 누추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러 겹 겹쳐 입은 오래된 옷과 가죽 신발, 물감으로 하얗게 칠한 머리까지 멋스러워 보인 것은 확실히 이솜이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명확히 알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그녀는 근사했다.

이 영화를 찍을 때의 이솜은 혼자 큰 트렁크를 끌고 집을 나가는 영화 속 그녀처럼, 매니저 없이 혼자 다니고 스케줄도 직접 관리했다고 한다. 짐은 어떻게 했냐고 물으니 영화 속에서 입는 옷을 그대로 입고 촬영장에 갔다고 한다. 옷을 여덟 겹쯤 겹쳐 입고 씩씩하게 출근하는 이솜의 모습이 슬쩍 궁금해진다.

“좋은 타이밍에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났던 것 같아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지는 않으니까, 그 캐릭터 자체에서 좋은 이야기들이 나왔죠. 회사의 의견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었던 작품이어서, 물어보지도 않고 ‘난 무조건 할 거야.’ 했어요. 좋은 캐릭터도 얻고, 좋은 작품도 얻고, 사람들도 얻었죠. 전고운 감독님은 굉장히 솔직하고 털털한 분이라, 편안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은 분이에요. 감독님은 미소라는 캐릭터에 멋스러움을 넣고 싶어 하셨어요. 큰 키나 모델 이미지 같은 것들은 장점일 때도 있고 단점일 때도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장점으로 발휘된 것 같아요. 가진 것 없이도 씩씩해 보이는, 우뚝 선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요.”

니트는 Low Classic, 골드 귀고리는 Alain.

롱 드레스,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Calvin Klein 205W39NYC.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위스키와 담배 같은 것이 있다. 그걸 포기하느냐, 포기하지 않느냐의 차이겠지만. 이솜에게는 그런 것이 뭐냐고 물었다.

“지금 생활에서는 잠. 그리고, 밥. 그리고대본.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끝인 것 같아요. 물론 대본 때문에 못 자는 거긴 하지만.(웃음) 원래 12시간씩 자는 데 요즘은 3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있어요. 사실 어제는 한숨도 못 잤어요. 그래서 지금 좀 ‘하이’ 상태예요. 밥심으로 이겨내려고요. 매 끼를 잘 챙겨 먹는 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촬영장에서 만난 이솜은 확실히 좀 졸려 보였다. 인터뷰를 하며 한 문장을 미처 다 끝내지 못하기도 하고, 화보 촬영을 위해 책상 위에 엎드린 포즈를 취하다가 깜빡 잠이 들 뻔하기도 했다. 그래도 밥은 한 그릇 비웠다. 일단 빨리 끝내고 집에 가는 것이 최우선이겠다고 말하자, 장난스러운 얼굴로 답한다.

“괜찮아요. 이러다 또 확 올라와요.”

요즘 그녀가 잠을 못 자고 있는 건 한창 촬영 중인 JTBC 드라마 <제3의 매력> 때문이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녀는 감정적이고, 급하고, 뜨거운 성향을 가진 평범한 여자 이영재를 연기한다.

“감독님이 생각하신 영재 캐릭터랑 실제의 제가 비슷한 부분이 많았대요. 털털하고, 솔직하고, 즉흥적이기도 하고. 그런 느낌들이 닮았다고 말씀하셨어요. 처음엔 ‘내가 영재랑 비슷한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다른 부분이 거의 없더라고요.”

얼마 전에 이 드라마를 본 친구에게서 “재밌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느낌이 있네.”라는 문자를 받기도 했는데, <제3의 매력> 역시 <그들이 사는 세상>을 찍었던 표민수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님과의 대화가 너무 좋아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일부러 현장에 먼저 갈 정도로요. ‘감독니이이이임!’ 하며 대본을 꺼내 드는 거죠. 처음에는 아무래도 세대 차이가 있으니까, 감독님 세대의 사랑과 우리 세대의 사랑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대본을 가지고 사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 너무 잘 통하더라고요. ‘어떤 세대에게든 사랑의 감정은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 것 같아요. 사랑을 하면 작은 일 하나 하나에도 섬세한 감정을 느끼잖아요. 감독님의 드라마 안에서는 그러한 세세한 감정들이 정말 소중하게 다뤄지는 것 같아요.”

니트 스웨터, 팬츠는 모두 Lemaire, 귀고리는 Portrait Report, 뱅글은 Charlotte Chesnais by BOONTHESHOP, 슈즈는 Alaia by 10 Corso Como Seoul.

오버사이즈 니트 스웨터는 Instant Funk, 스팽글 장식 스커트, 스트랩 슈즈는 모두 Recto, 실버 이어커프는 Portrait Report.

드라마 안에서 그녀는 목하 열애 중이다. 스무 살, 스물일곱 살, 서른두 살에 걸쳐 한 남자와 12년이라는 관계를 만들어간다. 오랫동안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대사와 장면들이 많다. 이런 종류의 드라마를 재밌게 만드는 것은 연출과 대본의 디테일, 좋은 감성, 그리고 배우의 매력인데, <제3의 매력>은 이 요소들의 균형감이 좋은 드라마다. 이솜과 서강준, 두 배우의 조합도 산뜻하다. 오빠 옷 같은 체크 셔츠에 유치한 노란색 백팩을 메고 있어도 그녀는 참 예쁘다.

이솜은 이 드라마를 시작하며 영화 <첨밀밀>을 다시 보았다고 했다.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는 긴 시간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풋풋한 감정이 무르익어가는 과정을 담았다는 점에서 확실히 영감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첨밀밀>을 다시 보기에 가장 완벽한 계절이기도 하다.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장만옥이에요. 로맨스 작품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연기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은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어서 하게 됐어요. 저도 연기를 하면서 설레더라고요. 저 역시 사랑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에요. 잠, 밥, 사랑 중에 고르라고 해도 사랑이에요.(웃음) 요즘에는 드라마 속 준영이 캐릭터처럼 멀리서 바라봐주고 뒤에서 지켜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당시에는 좀 답답하고, 덜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도, 결국 나중에 오랫동안 생각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근데, 그런 사람이 잘 없죠.”

레이스 드레스, 롱앤린 실루엣의 팬츠, 진주 이어커프는 모두 Valentino.

니트 슬리브리스 톱은 Esteban Cortazar by Net-A-Porter, 셀비지 데님 팬츠는 Jill Stuart New York, 골드 이어커프, 뱅글은 모두 Portrait Report, 깃털 장식 샌들은 Valentino.

이 드라마가 보기 편했던 이유는 결국 등장하는 사람들이 착해서인 것 같다. 노희경과 표민수의 드라마가 대체로 그랬듯이, 어수룩해서 귀여운 사람들, 누구에게 해를 끼칠 재간도 없는 무해한 사람들이 잔뜩 등장한다. 그리고 이솜도 평범함 속에서 자유로움을 찾는 부류의 사람인 듯하다.

“모든 작품이 끝날 때마다 약간의 공허함이 있잖아요. 이 작품은 그게 좀 클 것 같아서 벌써부터 하루하루가 아쉬워요. 작품이 끝나고 나면 광화문에 가서 영화를 보고 맛있는 걸 먹고 커피도 마시고 드라이브도 하면서 이겨내야죠. 좀 걷기도 하고. 아, 생각만 해도 좋네요.”

꽤 오래전부터 패션 업계에서 ‘참 예쁜 솜이’였던 그녀가 배우의 자리에 있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마담 뺑덕>과 <대립군> <소공녀> 사이 어딘가에서 배우로서의 이솜이 보여주고 있는 표정과 눈빛, 말투와 목소리, 어떤 애티튜드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본인과 잘 맞는 옷을 입은 이솜의 특별한 순간은 곧 다시 목격될 것이다. 그녀는 지금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나가고 있다.

“작품을 보다 보면 어떤 특별한 대사나 극적인 감정이 없어도, 화면 속 공기의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정서적으로 와닿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 순간은 연기할 때도 느껴져요. 그래서 현장이 좋고, 연기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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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김 지선,어시스턴트 에디터|정서영& 정예은,헤어|손혜진,메이크업|이준성,사진|An Sangmi ,스타일링|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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