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로렌의 50주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2019 S/S 시즌 뉴욕 패션위크의 하이라이트, 랄프 로렌 50주년 기념 런웨이 쇼와 이벤트의 특별한 모먼트! | 디자이너,하퍼스바자,뉴욕,바자,미국

지난 9월 7일, 가을이 불현듯 찾아온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 50만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너머로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 곳. 해가 뉘엿뉘엿 지고, 붉은 빛을 머금은 나뭇잎들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산책과 조깅을 즐기는 뉴요커 사이로 한껏 드레스업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랄프 로렌 50주년을 기념하는 패션쇼가 센트럴 파크에서 열렸기 때문. 뉴욕의 심장이자 랜드마크인 센트럴 파크에서 뉴욕 토박이인 랄프 로렌이 쇼를 여는 것은 의당한 일이다. 그는 센트럴 파크의 오랜 후원자이기도 하니까. “50주년을 위해, 항상 믿어왔던, 영원하고 고유하며 정통적인 스타일의 런웨이를 창조하고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센트럴 파크는 뉴욕입니다. 저는 그곳에 살고 있고 그곳을 사랑하죠. 너무나도 특별한 삶의 일부분입니다.”랄프 로렌은 설명했다. 이미 10년 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타일이 믹스된 유럽식 정원인 컨서버토리 가든에서 창림 40주년 쇼와 모금 행사를 진행했었다고.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 역시 센트럴 파크 내에 위치한 베데스다 테라스를 선택했다.“랄프는 성스러운 목표와도 같지요. 수트나 페인트 컬러, 햄버거를 팔든지 간에 그는 언제나 꿈을 디자인하죠. 그의 매장에 들어가거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을 때, 혹은 아이코닉한 브랜드 이미지를볼 때마다 저는 수업을 받는 것 같아요. 비전에 대한 타협하지 않는 열정은 일에서뿐만 아니라 제 삶에도 영감을 줘요.”- ALEXANDER WANG (알렉산더 왕)“랄프 로렌의 비전은 오랜 세월 패션과 문화의 수준을 향상시키며 미국적인 스타일을 정의 내렸습니다. 저는 종종 차로 로키 산맥에 있는 그의 목장을 따라 세워진 8마일이나 되는 나무 울타리 옆을 지나곤 했는데요. 언젠가는 그 안에 꼭 한번 들어가보고 싶었어요. 2011년 그 꿈이 이루어졌는데, 그날의 아름다움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어요.”- OPRAH WINFREY (오프라 윈프리)“저는 제 옷장이 마치 랄프의 옷장같이 느껴져요. 그는 언제나 여성들이 남자 옷을 입은 것 같은 룩을 사랑했지요. 캐서린 헵번이나 마를레네 디트리히처럼요. 애니 홀을 연기했을 때의 룩은 랄프 그 자체였고 동시에 저다운 것이기도 했어요. 50년이 지난 후에도 현역에 있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죠. 밤을 위한 쿨한 턱시도, 낮을 위한 멋지고 넉넉한 트위드 재킷같이 제가 사랑하는 옷들을 계속 만들고 있잖아요. 랄프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분을 진심으로 좋아해요.”- DIANE KEATON (다이앤 키튼)“그의 성공에 필적하는 건 그의 인간성뿐이죠.”- VERA WANG (베라 왕)“1999년 아카데미 어워즈 때 전 스타일리스트가 없었어요. 그래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꽤 오랜 시간 당시 런웨이 쇼를 훑어봤죠. 랄프 로렌 쇼에서 민소매의 핑크 캐시미어 터틀넥에 함께 매치된 버블검 핑크 볼 가운 스커트가 있었어요. 룩이 마음에 들어서 오스카 때 입을 수 있을지 알아봤어요. 랄프 팀은 그 드레스에서 조금 변형된 버전과 여러 개의 핑크 드레스를 갖고 나타났죠. 랄프의 셀리브리티 담당자인 크리스탈 로드와 룩을 맞췄어요. 당시 저의 아버지도 피팅에 함께 동행해주었고요. 크리스탈은 지금도 마지막 피팅과 오스카 시상식 밤 사이에 제가 4~5킬로나 빠졌다고 놀리곤 하죠. 그런데 그건 정말 스트레스였다고요! 그날밤은 유체가 이탈된 듯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래도 드레스는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오스카 레드 카펫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정말 튀는 색깔을 골랐던 것 같아요. 드레스에는 굉장히 심플한 느낌이 있었어요. 점잖은 정장 위주의 미니멀리즘이 휩쓴 1990년대 당시에 놀랄 만큼 화려한 컬러를 시도한 거죠.”- GWYNETH PALTROW (기네스 팰트로)게스트들은 특별히 준비된 트롤리를 타고 이벤트를 위한 공간에 도착했다. 지난 50년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쇼가 상영되는 LED 조형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 설치물은 커다란 거울들로 둘러싸여 반사 효과를 통해 더욱 드라마틱한 풍경을 연출했다. 400여 장의 랄프 로렌 아카이브 이미지와 영상은 마치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이 느껴졌다. 50년의 여정에 시선을 빼앗긴 채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아름다운 베데스다 테라스를 배경으로 펼쳐진 런웨이에 이르렀다. “나는 낮 또는 저녁, 혹은 단 한순간이라도 우리를 특별한 공간으로 이끌어내 삶에 변화를 주는 장소와 사물을 사랑한다. 영화, 차, 콜 포터의 가사,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가 선사하는 낭만을 사랑한다. 그 모든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간도 나이도 없다는 것이다.” 랄프 로렌이 50주년을 맞이해 출간한 저서 의 한 구절이 머리를 스쳤다. 이번 쇼는 미국적인 디자인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의 커리어에 영감을 주었던 주제들을 총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신 여성 컬렉션과 함께 폴로 랄프 로렌, RRL(Double RL)을 한 무대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번 무대에는 브랜드 초창기에 함께했던 상징적인 얼굴들부터 현재 활동 중인 모델들, 어린아이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150여 명의 모델과 함께했다. 런웨이 위에는 웨스턴, 산타페, 스포츠웨어, 보헤미안에 이르는 시그너처 룩 즉, 지난 50년 동안 랄프 로렌이 정의해온 미국적인 스타일이 넘실거렸다. 브랜드의 기조에 최신 트렌드를 포용한 낙관주의적 스타일은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 프런트 로에는 오프라 윈프리, 힐러리 클린턴과 스티븐 스필버그, 안나 윈투어 같은 명사는 물론 칸예 웨스트, 제시카 차스테인, 톰 히들스턴, 앤 해서웨이, 블레이크 라이블리 같은 셀러브리티들이 자리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배우 김혜수가 참석해 축하를 전했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선구적인 기업가, 그리고 헌신적인 자선사업가로서 패션계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랄프 로렌. 데님 진과 블레이저 차림의 랄프 로렌은 흑인 아이의 손을 잡고 피날레 인사를 전했다. 눈물을 머금은 백발의 디자이너에게 게스트 모두가 기립 박수를 보냈음은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