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 고다드는 놀랍고도 즐거운 재능을 지닌 디자이너다. 그녀의 옷은 양파 자루와 냄비 같은 주방도구들과 거리가 먼 것 같지만, 2018 F/W 시즌의 새하얀 런웨이는 스테인리스스틸 조리대와 찜기, 레드 와인 등으로 채워진 거대한 키친으로 변신했다. 쇼 노트에는 “고다드의 여성들은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라고 적혀 있었다. 자신의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핫 핑크 크롭트 톱과 레이어드된 긴 튤 스커트, 탠저린 컬러의 드레스, 골드 라메와 오프숄더의 드레스를 입는 그녀이니 그런 두려움을 느낄 리 만무하다.
세트 디자이너와 조각가의 딸로 태어난 고다드는 영국의 래드브룩그로브에서 자랐다. -현재는 남자친구 톰 시클(Tom Shickle, 인디 록 밴드 스펙터(Spector)의 베이시스트)과 근처의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산다.- 이런 배경은 그녀로 하여금 좋은 파티 룩이 가진 힘에 대해 누구보다 빠르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노팅힐 축제는 저희 집 앞을 딱 지나갔는데, 저는 일곱 살 때부터 매년 초등학교 퍼레이드 차량에 타곤 했었어요.” 고다르가 말한다. “아직까지도 여름이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그때마다 그녀는 장난감 인형 박스에 있는 옷으로 자신의 여동생을 꾸며주었고 인형들에겐 은박지 옷을 만들어 입히곤 했다.
10대 때 고다드는 자일스 디컨에서 일하는 경험을 쌓았고,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 니트를 전공하는 동안 존 갈리아노 시절의 디올에서 인턴을 했다. “친구와 마레에 있는 멋진 아파트에서 살아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돈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침대를 같이 써야 했고, 쿠스쿠스(좁살 모양 파스타)와 당근만 먹고 살았어요. 재미는 있었지만 금세 지쳐버렸죠.” 졸업 후 그녀는 석사 학위를 위해 학교로 돌아갔고 루이스 윌슨 교수 밑에서 수학하기도 했지만(알렉산더 맥퀸과 크리스토퍼 케인을 포함한 디자이너들을 가르친 것으로 유명하다) 코스를 마치지는 못했다.
대신 2014년 9월 런던 패션 위크 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에 자신의 친구들을 초대했다. “단지 정말 그냥 파티를 연 것이었어요. 플라스틱 컵에 럼 펀치를 대접했고, 모두들 제가 재봉틀로 직접 만든 드레스를 입었어요.” 고다드가 말한다. 비현실적이게도 그녀의 튤 드레스들은 순식간에 도버 스트리트 마켓과 홍콩의 편집숍 IT의 바이어들의 눈에 띄어 주문으로 이어졌다. 2016년 그녀는 패션 어워드에서 영국의 떠오르는 신인 디자이너에게 수상하는 브리티시 이머징 탤런트(British Emerging Talent) 상을 받았고, 현재 뉴욕의 오프닝 세리머니, 도하의 하비 니콜스를 비롯해 전 세계 30개국에 자신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가 만났을 때 고다드는 영국패션협회가 수여하는 디자이너 패션 펀드의 영예로운 주인공으로 막 선정되어 20만 파운드와 일 년간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거머쥔 상태였다. “정말 좋아요. 판매도 잘 되고, 회사도 잘 운영되고는 있죠. 하지만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백을 만들려면 많은 돈이 들어요. 우리는 제대로 하고 싶거든요. 이제 우리는 백을 만들기 시작할 거예요! 그리고 아시아와 미국에 보낼 샘플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됐고요. 지금은 샘플이 하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의상들을 최대한 많이 촬영할 수 없어요. 컬렉션을 두 세트씩 준비하는 건 돈이 많이 들거든요.”(고다드의 드레스는 보통 30미터의 천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까 그동안 외부 투자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인 거다.) 그리고 현재 네 명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성실한 팀은 배스널 그린에 있는 새로운 스튜디오로 옮긴 후 세 명을 더 늘려 운영될 것이다. 높은 천장과 많은 창문으로 둘러싸인 오래된 우산공장에 터전을 잡을 새로운 스튜디오는 고다드의 볼륨 있는 의상들을 작업하기에 최고의 장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침실에 있는 옷장은 거대한 퍼프 슬리브의 알록달록한 드레스들로 넘쳐흘러 여러모로 좁게만 느껴진다. “제 옷들 외에 다른 것을 넣기엔 공간이 너무 협소해요!” 고다드가 말한다. “하지만 매일 거대한 드레스를 입고 출근하지는 않아요. 실용적이지 않으니까요.” 그녀의 전형적인 출근 복장은 남자친구의 티셔츠에 리바이스 청바지, 또는 블랙 코듀로이 퀼로트 팬츠를 입고 여기에 골드 주얼리를 주렁주렁 달고 운동화를 신는 것. 그렇지 않으면 노팅힐 게이트에 있는 숍에서 구입한 빈티지나 중고 디자이너 의상을 입는다. “토요일 아침 포토벨로 로드에 가서 보물찾기 하는 것을 좋아해요. 상인들은 새벽 5시쯤에 도착하는데, 그래서 종종 나이트 아웃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러보곤 하죠.”
고다드가 자신의 동네를 사랑한다는 건, 빈티지 체어, 오버사이즈 캔들, 다채로운 컬러의 러그, 인디안 자수로 장식된 쿠션 등 집 안에 있는 아름답고도 독특한 가구와 소품의 대부분을 집 주변에서 구했다는 사실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녀의 또 다른 열정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집 안 벽은 모두 리처드 해밀턴, 에이버리 싱어, 애나 패터슨, 로버트 메이플소프 같은 좋은 작가들의 프린트와 포스터,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 “톰과 저는 몇 주 전 거리에서 이것을 발견했어요.” 그녀가 거실 한편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앤티크 거울을 가리키며 말한다. “좀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처음에 이 거울을 들었더니 정말 무겁더라고요. 그래서 전 펍 밖에서 맥주 한 잔을 들이켜면서 거울을 지키고 서 있었고, 그사이 톰이 일전에 톰의 부모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신 두 대의 스쿠터를 갖고 돌아왔어요. 이걸 그 스쿠터 위에 얹어서 같이 끌고 온 거죠. 스쿠터가 언젠가는 꼭 쓸모 있을 줄 알았다니까요!”
고다드의 현실적이고도 소박한 애티튜드에 비해 그녀의 드레스는 레드 카펫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고 셀리브리티들이 입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로 리아나가 뉴욕의 스타벅스에서 애시드 그린 컬러의 소피 드레스를 입고 뛰는 장면이 파파라치에게 포착되기도. “리아나는 누구나 알다시피 완전 멋지잖아요.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고 싶어요.” 고다드가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그녀가 정말 괜찮은 건, 브라운스(런던의 편집숍)에서 실제로 그 드레스를 샀다는 거죠. 빌려도 되냐고 묻지도 않았다고요.” 리아나는 작년 뉴욕에서 있었던 여성의 행진(Women’s March)에서는 몰리 고다드의 하늘하늘한 핑크 미니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우리 안에 있는 여성스럽고 자유로운 영혼을 축하하기 위한 이 행사에 고다드의 레이블을 입는 것이야말로 T.P.O와 더없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선택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