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Affair
친남매인 두 분이 어떻게 일을 함께 시작하게 되었나요?
씬님: 제가 2013년 겨울부터 뷰티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땐 규진이가 고3이었어요. 1년 동안 혼자 꾸려나가다가 그 이후에 동생이 아르바이트처럼 조금씩 도와주기 시작했죠.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든 걸 도맡아하다가 박PD님이 합류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아요.
씬님: 가장 먼저 부탁했던 일이 촬영하고 있을 때 화면을 보고 있는 일이었어요. 혼자 촬영하다 보면 메이크업을 하다가 제 몸이 앵글 밖으로 나가도 알려줄 사람이 없잖아요. 그걸 컨트롤해주는 걸 시작으로 받아쓰기 작업이나 화면에 영어 자막을 삽입하는 간단한 일부터 시키기 시작했죠. 규진이가 합류하면서 버리는 소스도 훨씬 적어지고 재촬영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덕분에 좀 더 기획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죠.
처음에 일을 함께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박PD: 시급이 낮았어요.(웃음) 최저 시급도 안 줬던 걸로 정확히(!) 기억해요. 일적인 면에서 힘들었던 건 없었어요. 누나 일에 합류하기 전에 딱 한 달 동안 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곱창집에서 볶음밥을 볶는 일이었는데 계속 서 있어야 했죠. 그것보다는 이 일이 쉽게 느껴졌어요.
남매라서 그런지 합을 맞춰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봐요.
박PD: 합을 맞춰나가는 게 아니라 제가 맞췄죠.(웃음) 사장이 직원을 따라갈 수는 없잖아요.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씬님: 어느 정도 손발이 맞게 된 뒤에는 의견을 많이 주고받았어요. 제가 참고할 만한 점도 많지만 부딪힐 때도 있었죠. 누나다 보니까 그런 상황에서는 제가 좀 더 의견을 피력하는 편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이 친구가 거의 리드하고 있어요. 촬영 방식이나 카메라의 선택 등 연출의 전반적인 사항을 맡기고 저는 기획이나 모델 일에 더 집중하게 됐죠.
이제는 정말 분담해서 일을 하는 거네요. 의견이 부딪힐 때도 있다고 했는데, 그럴 때에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씬님: 대부분 규진이가 따라오는 편이에요.
박PD: 월급 안 준다고 그러면 할 말이 없더라고요.(웃음)
씬님: 그런데 규진이가 잘하는 분야에서는 그 의견을 따라요. 편집적인 센스나 웃음 포인트를 살리는 건 저보다 잘하거든요. 반면 색감 같은 건 제가 더 잘 아는 분야죠. 스와치(화장품의 발색을 보여주는 컷)를 찍을 때 톤이 더 빨개야 한다, 혹은 더 노래야 한다, 이런 건 제가 지시해요. 지금은 각자가 잘하는 분야가 나뉘어 있어서 크게 부딪히는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아, 반반씩 잘하는 분야가 있네요. 앵글이나 조명 같은 것. 이런 점에서는 서로가 맞다고 우겼었는데, 올해 들어서부터는 제가 에고를 많이 내려놨어요. 규진이도 지금까지 배운 게 있고 앞으로 더 잘할 테니까 믿고 맡기는 거죠.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기도 했고요.
서로가 성장하는 발판이 되어줄 수 있는 건 가족이 함께 일하면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인 것 같네요.
씬님: 그렇죠. 가족 사업이다 보니까 완벽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더라고요. ‘돈을 받은 만큼만 일해야지’가 아니라 동생이 잘됐으면, 누나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많이 들어가 있죠. 그러다 보니까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서 더 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박PD: 저도 그래요. 누나와 함께 일하면서 좋은 점은 대우가 정말 좋다는 거예요. 그게 느껴지니까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져요.
씬님: 동생과 일을 하다 보니까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어요. 어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있어서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속마음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죠. 설령 그게 비속어라도요.(웃음) 서로 쌓아두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다 보면 해답도 빨리 나와요. 게다가 촬영할 때 연기하기도 편하고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보다는 20여 년 동안 함께 지낸 동생 앞에서 예쁜 척을 하고 엽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더 부담이 없죠.
뷰티 콘텐츠를 만들면서 무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씬님: 비주얼적인 거요. 인물 하나를 찍더라도 화각 안에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얼마큼 안정적으로 들어가 있는지를 보는 거죠. 디자인을 전공해서 화면의 비율이나 레이아웃, 디자인, 서체 등을 많이 신경 쓰거든요.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예쁠지 욕심 내다가 항상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타입이에요. 끝도 없이 늘어지지만 전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뷰티풀’한 영상이니까요.
박PD: 저도 예쁜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뷰티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미’를 위한 거잖아요. 편집을 잘하려고 하는 것도 결국에는 예쁘게 보여지기 위함인 거죠.
창작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요?
씬님: 제 일상의 모든 것에서요. 뭔가 행동을 했을 때 아이디어가 솟는 게 아니라 길을 걷다가도 문득문득 떠올라요. 워낙 잡생각이 많아서요. 얼마 전에는 아쿠아리움 인어 쇼를 봤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립스틱이랑 아이섀도가 어떻게 안 지워지는 거지? 인어 옷을 입고 공연하는 걸 우리가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 친구나 수족관을 섭외해볼까?’
박PD: 대단하다. 저는 사실 기획 단계에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영감을 얻는 소스는 없고, 편집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다양한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서로가 대단해 보일 때는 언제인가요?
박PD: 얼마 전에 누나가 특별한 페스티벌을 개최했어요.
씬님: ‘커밋뷰티 페스티벌’이라는 건데,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무대와 부스를 구성하는 일종의 컨벤션 행사라고 할 수 있어요. 존 그린과 행크 그린이라는 유튜버가 개최하는 ‘비드콘’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박PD: 저도 누나 따라서 비드콘을 여러 번 갔었거든요. 말로만 하던 걸 실제로 보니까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씬님: 저는 올해 들어 동생이 많이 대견해요. 그전까지는 제가 가르쳐주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서 어리게만 느꼈는데 본인이 배운 걸 바탕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더라고요. 영상 편집이나 연출처럼 전반적인 제작을 리드하면서 자신감 있게 어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이제 더 이상 밑에 있는 존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동등한 위치에 올라선 거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씬님에게 박PD는, 박PD에게 씬님은 어떤 존재인가요?
씬님: 규진이는 제게 있어 키보드와 마우스 같은 존재예요. 뭔가 생각하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화면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규진이를 통해서만 가능한 거죠. 저한테 꼭 필요한 존재예요.
박PD: 친누나죠.(웃음) 너무 사실적인가? 저한테 누나는 이정표라고 할 수 있어요. 온전히 믿고 따를 수 있는 존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