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함께한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만현: 효주와는 2009년 의류 브랜드 광고 촬영으로 처음 만났어요. 첫인상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나요. 예의 바르고 아름다웠죠.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키도 크고 훨씬 예뻐서 놀랐었죠. 그 후 여러 차례 광고 작업을 함께했고, 백상예술대상 드레스도 스타일링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이 이어졌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효주의 스타일리스트로서 함께한 건 2011년부터였으니 어느새 7년이 넘었네요.
같이한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효주: 매 순간! 함께 나눈 시간이 정말 많거든요. 가장 최근에 프랑스 파리에서 함께 샤넬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참석했는데 너무나도 근사한 그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만현: 5년 전 즈음 홍콩에서 했던 카메라 광고 촬영 때가 떠올라요. 일정도 빠듯한 데다 무척이나 덥고 습한 날씨였기 때문에 힘들었는데, 그 속에서 서로의 성격을 더 잘 알게 된것 같아요. 사람의 진가는 어려운 상황이 되어야 드러난다는 말처럼!
파트너로서 일에 대한 철학이 맞아야 오래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효주: 7년 정도면 오래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오랜 인연이 주는 보람이 있어요.
만현: 결과가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그 과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일도 삶도 어짜피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니까요. 배우 한효주와 작업하는 시간은 물론, 일상에서 여동생으로서의 모습도 제겐 소중하죠. 그녀는 삶을 대하는 애티튜드가 건강할 뿐 아니라 올곧거든요.
남자와 여자, 이성 간이어서 불편함은 없는지?
만현: 음,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어요. 되려 큰 힘이 되죠. 농담처럼 늘 말하지만 효주는 제게 ‘효녀’예요. 그녀와는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나누는 편이죠. 스타일리스트로서 배우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조언을 해주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답니다. 효주는 나이는 어리지만 굉장히 성숙하거든요.
효주: 그저 촬영 현장에서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요. 꼭 이성이라서 그런 것 같진 않고, 존재 자체가 큰 의지가 되죠. 저는 호기심으로 충만하고 고민도 많거든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그에게서는 명쾌한 답이 나와요. 그 심플함을 참 좋아해요.
배우에게 고정된 이미지는 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효주는 새하얀 도화지 같다고 느껴진다. 캐릭터의 영역이 넓기 때문에 스타일적으로 접근하기 더 쉽지 않을 것 같다.
만현: 사실상 작품 속 캐릭터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룩이나 아이템에는 필터링이 필요해요. 한효주라는 배우가 가진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스타일링을 합니다. “스타일은 삶의 방식이다. 스타일이 없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한 전설적인 패션 에디터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말처럼 스타일에는 거스를 수 없는 힘이 있죠. 자신의 이미지를 개발하고 그 이미지를 투사할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사실 효주는 평소에 자신의 스타일이 명확한 편이에요. 프렌치 룩을 즐기고 트렌디한 아이템에도 스스럼이 없죠. 물론 제가 스타일링을 제안할 때 역시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고요.
화보 촬영할 때 보니 힘들 때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등도 두드려주며, 때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오누이 같기도 하고 연인 같기도 하다. 단순히 배우와 스타일리스트 그 이상의 관계로 느껴지는데, 서로를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효주: 가족! 유년 시절부터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이 이루어진 셈이죠. 우리는 함께 있을 때 많이 웃어요. 수다가 끊이지 않고, 장난도 치게 되죠. 엔도르핀이 샘솟는 사이랄까요.
만현: 효주는 장녀고 저는 막내아들이에요. 그래서 서로가 갈망해왔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었던것 같아요. 아주 착하고 똑똑한 여동생이 생겨서 감사할 따름이죠. 우리는 일할 때 말고도 평소에도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편이에요. 서로 스케줄이 맞으면 남산을 산책하기도 하고, 여행도 떠나죠.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고, 소통을 나누는 특별하고도 소중한 관계예요.
서로에게 본받고 싶은 혹은 배우고 싶은 장점은?
만현: 저는 좋고 싫음이 매우 분명한 성격의 소유자예요. 게다가 여전히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예민해질 때가 종종 있죠. 그럴 때 효주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중심을 잡아줘요. 마치 누나처럼. 제 인생의 카운슬러라 할 수 있어요. 또 그녀는 ‘배려’가 삶에 완벽하게 스며들어 있어요.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애티튜드는 본받아야 마땅하죠.
효주: 그는 참 부지런한 사람이에요. 시간을 결코 헛되게 쓰지 않아요. 그리고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하죠. 사실 저는 좀 게으른 편이라 그의 부지런함을 닮고 싶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