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이국적인 외모다.
지금도 사람들이 혼혈이냐고 많이 물어본다. 그런데 사진을 먼저 본 다음 실제로 만난 사람들은 그런 느낌이 덜하다고들 하더라. 인상이 강하다기보다는 개성이 강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모델 일을 하면서 세 보이는 사진을 좋아했고 그런 작업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강한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배우로서는 매거진의 첫 화보 촬영이자 첫 인터뷰라고 들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정말 오랜만에 화보 촬영장에 오는 것 같다. 1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이렇게 내가 출연하는 드라마 방송을 앞두고 인터뷰 촬영을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배우로의 도전을 결심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운이 좋게 처음부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합류하게 되었다. 캐스팅이 되고 대본을 받고 보니 여러 가지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배역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할 시간도 필요했고. 쉬는 동안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캐릭터를 연구하고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기는 처음이다. 연출을 공부했다고 들었는데?
학교에서 연극 연출을 공부했다. 생각해보면 지금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내가 가진 넘치는 호기심 때문인 것 같다. 궁금한 것은 다 해봐야 하는 성격이라.(웃음) 학교에서 연출을 하다가, 기획도 해보기도 하고, 우연치 않게 학교 사진과 친구들의 개인 작업을 도와주다가 그게 이어져 전문 모델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패션 필름이라든가, 광고 영상, 뮤직비디오 등 영상 촬영을 하게 되었다. 점점 내가 카메라 앞에서 표현하는 것이 연기에 가깝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고, 그 분야에서 한 발 더 나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그럼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후에 따로 연기를 배웠나?
그렇지는 않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현장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촬영장이 어떤 프로세스로 돌아가는지 겪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학원 같은 곳에 가서 그런 실무를 배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영 내키지가 않았다. 그런데 때마침 <미스터 선샤인>의 감독님께서도 서툴지만 훈련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연기가 더 좋다고 하셨다. 말하자면 철저한 독학과 현장의 가르침을 토대로 연기 인생이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미스터 선샤인>에서 맡은 배역이 궁금하다.
<미스터 선샤인>은 구한말 조선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시대이기도 하고, 이름 없는 의병들의 이야기는 처음이라고 들었다. 역사적으로 좋은 의미의 드라마를 찍게 되어서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맡은 점술가 호타루는 벙어리 게이샤다. 극중 구동매 패거리의 일원이며, 매일 동매의 타로 점괘를 봐준다. 동매를 각별하게 잘 따르고 동매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다.(웃음) 그런 까닭에 현장에서는 동매 역의 유연석 선배님과 거의 대부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유연석 선배님이 호타루의 시선 처리나 표현에 대한 코멘트도 주시고 많은 부분에서 이끌고 배려해주신다. 극이 진행될수록 동매와 호타루의 숨겨진 사연도 공개될 예정이니 기대해달라.
첫 현장은 어땠나? 생각처럼 두려웠나?
오히려 차분해지더라. 신기하게도 침착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랄까? 많은 분들이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장이 엄격하다는 얘기를 해주신 분들이 주변에 많았는데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스태프나 연기자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금방 지나가는 장면 한 신을 찍기 위해서 수많은 스태프가 이 더운 날씨에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런 걸 옆에서 직접 보고 나니 현장에서 실수하거나 잘못해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더더욱 조심하게 된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디테일하고 명확하게 디렉션을 주셔서 그에 맞게 준비해서 열심히 따라가려 하고 있다.
배역을 소화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호타루가 벙어리다. 처음엔 벙어리니까 대사가 없어서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대사를 치는 게 없으니 모델 일이랑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표현의 한계가 느껴졌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차라리 말로 전달하면 편한데 그게 불가능하니 얼굴 표정이나 몸짓 등 다른 수단으로 표현하는 게 쉽지가 않다. 현재 내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역할 혹은 욕심나는 역할이 있나?
말하는 역할? 농담이다.(웃음) 장르물에 도전해보고 싶다. 일상적인 스토리보다는 좀 더 특색 있는 장르, 색이 짙은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캐릭터 자체가 강하고 내면에 깊이가 있는 역할을 해석해서 표현해보고 싶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아무래도 스케일이 큰 드라마의 신인 배우다 보니 현장에서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대기할 때는 선배님들 촬영하는 부분을 보기 위해 모니터 앞으로 간다. 연극배우 출신의 관록 있는 선배님들이 많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된다. 요즘에는 스케줄 없을 때엔 드라마를 많이 찾아 본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엔 그렇게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았는데 지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좋은 작품들을 찾아서 보고 있다.
벌써 첫 주에만 시청률이 무려 10퍼센트에 육박한다. 첫 주부터 신기록을 경신했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기분이 어떤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해서 출연하게 된 작품이 모두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한 축복이다.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했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동시에 책임감이 무거워졌다. 작은 배역이지만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지?
위험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뭔가 지금 당장 라이징 스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진정한 연기자로서 성장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해봐야 하는 것도 많고,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다. 조급하게 욕심내기보다는 찬찬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은 욕심이지만 언젠가는 대중들이 김용지라는 배우를 떠올릴 때 나만의 색깔, 나만의 향기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특색 있고 깊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