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2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 온다. 의외로 청춘물은 그 사회의 징후를 섬세히 포착하는 경우가 많다. 1980년대의 청춘물이 밝은 미래가 담보된 세상에서 꿈을 펼치는 악동 꼬마들의 좌충우돌을 그렸다면, 1990년대의 청춘물은 해맑음 이면에 작동하는 권력 관계나 왕따 문제를 풋풋한 로맨스에 엮어 표현하곤 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청춘물은? 한 여학생의 극단적인 선택을 두고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세상을 향해 사연의 속성을 샅샅이 파고든다. 쉽게 상처줄 수 있다는 말은 쉽게 상처받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이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얇은 추리물의 외피로 감춰둔 시대의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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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시즌 2
언중유골의 되바라진 농담이 주는 쾌감이 소수자 운동의 중요한 동력이 되는 상황에서,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은 소위 ‘미러링’이라 부르는 전략의 여러 측면을 패기 있게 살핀다. 아이비 리그라는 폐쇄적인 백인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온 가치들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쾌감은 물론, 소수자 아이덴티티를 무기로 삼았을 때 떠올릴 법한 자가당착에 관해서도 고민을 놓지 않는다. 여러모로 한 인물이라 할 법한 주인공 사만다 화이트의 활약이 로건 브라우닝의 당당하고 야무진 연기와 만나는 지점을 백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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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딜리셔스>
세계에서 가장 힙한(혹은 힙했던) 국숫집 사장님인 데이비드 창이 론칭한 음식 이야기다. 이민자 2세들이 늘 그렇듯이 주로 아이덴티티 문제에 천착하는데, 미국으로 흘러들어온 각국의 메뉴를 놓고 전통과 진짜(Genuine)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떠들어대니, 함께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원산지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최고의 피자일까? 고기를 불에 굽는 문화 모두를 오리지널 바비큐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유명 셰프로서 고약한 농담과 함께 던지는 질문은 비단 음식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