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평양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미지의 세계, 평양이라는 도시가 가진 ‘객관적’인 아름다움에 대하여. | 평양,북한

‘Adventure Travel to Unusual Destination.’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Koryo Tours)의 홈페이지에 써 있는 문구다. 북한에서 보내는 여름휴가를 상상하게 하는 서머 패키지 상품(7박 기준, 가격은 1인당 1천399유로부터)도 있다. “북한은 아마도 여름 휴양지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생에서 잊지 못할 모험을 한번 시도해보세요. 수도인 평양과 역사적인 도시인 개성, 비무장지대를 포함하여 북한의 하이라이트를 체험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동해에서는 항구 도시인 원산과 함흥의 공업 지역을 방문하며, 금강산의 오솔길에서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의 날씨는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워서 낮에는 따뜻하지만 크게 덥지 않습니다. 수영복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Enter Pyeongyang’ 영상을 클릭하니, 그 어떤 도시보다 생경하게 느껴지는 미지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 홈페이지를 찾은 날은 4월 27일. 우리 모두에게 매우 이상한 느낌을 선사한 ‘투 샷’을 목격하고, 망상에 망상을 거쳐 이곳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것이다.서울에 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평양이 가장 힙한 도시로 떠올랐다. 현재 SNS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3대 대북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옥류관 남한 지점, 대동강맥주 수입, 평양에 평리단길 조성’. 옥류관의 맛을 재현하는 남한의 유수 평양냉면집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한때는 홍대의 작은 술집에서도 마실 수 있었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대동강맥주를 다시 수입해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에 판매해줄 것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언캐니’한 느낌을 주는 이국적인 도시 사진들이 퍼 날라지며, 평양이야말로 인스타그램 프레임에 걸맞은 ‘힙’ 터지는 도시라는 찬사가 뒤따른다.인터넷에 떠도는 평양 사진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놀랍게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평양은 회색빛 도시가 아니었다. 소비에트 건축 양식을 따르는 평양의 건축물들이 선과 면, 색을 쓰는 방식은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 자로 잰 듯이 반듯한 구도의 능라도 경기장, 보라색과 청록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평양의 대공연장, 민트색으로 칠해진 아파트들은 웨스 앤더슨의 영화 같은 동화적인 색채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지녔다. 대동강변과 거리 곳곳에는 풍부한 녹지 공간이 있다. 1960~70년대만 해도 사회주의 건축의 유토피아를 실현하려 했던 북한의 도시 계획 때문이다. 상업이나 업무의 기능을 하는 건축물들이 대로변에 배치되어 있는 자본주의 도시와는 달리, 주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아파트들이 전면에 나서 도시 경관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도 평양의 특징적인 도시 환경이다.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평양전’의 총감독이었던 건축가 임동우는 평양의 중산층 아파트를 구현한 모델하우스를 선보이며 베일에 싸인 미지의 도시에서도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가정집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선사했다. 모델하우스를 통해 평양이 ‘실재하지만 우리에게는 환영 같은 존재’임을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변화하는 평양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우선 평양의 물리적 공간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사회주의 도시가 자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흥미롭다. 2016년에 착공하여 2017년에 완성된 평양의 신도시 여명 거리에는 70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포함하여 44동의 신축 아파트와 공공 건물들이 불과 일 년 만에 들어섰다.(이를 위해 800만 명의 군인과 청년돌격대가 투입되었다고 하지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태블릿 PC를 사용하며, 나이키 톱과 레깅스를 입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있는 평양의 부촌을 일컬어 평양과 맨해튼의 합성어인 ‘평해튼(Pyonghatta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동강맥주가 남한의 맥주보다 맛있다”는 말로 유명해진 북한 전문 기자 다니엘 튜더에 따르면,음주가무를 즐기는 북한 사람들도 요즘 같은 날씨에는 공원에 모여 평양소주와 대동강맥주를 섞은 ‘소맥’을 즐긴다고 한다.모텔이 없는 평양에도 사랑을 나누기 위해, 시간제로 집을 대실하는 ‘지극히 정상인 청년들’이 살고 있다고 말이다.현재 런던에 머물고 있는 나의 지인은 만나는 유럽인마다 ‘North Korea’에서 왔냐고 물어본다고 한다. 남한이라고 하면 다소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면서. 한 매체에서는 북한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관심을 고샤 루브친스키나 뎀나 바잘리아로 대표되는 포스트 소비에트 패션의 유행과 연결시키며 “고립 된 미지의 세계였던 포스트 소비에트 문화가 생경한 자극에 목말라 있던 트렌디한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나 역시 힙스터 군에 속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평양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