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s Fever
생 로랑의 앤서니 바카렐로를 필두로 한 1980년대 파티 걸 드레스가 런웨이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들의 특징은 태양은 물론 조명 아래에서도 반짝거릴 글리터링한 소재, 과장된 어깨, 타이트한 실루엣(생 로랑 쇼에서는 드라마틱한 코쿤 실루엣이 등장했다), 각선미를 강조하는 미니 드레스라는 것.
“생 로랑을 입는 여성은 즐거운 것을 원하죠. 그녀는 우울해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길 원해요.” 바카렐로의 말처럼, 당신이 편안함보다는 화려함, 나른함보다는 화끈함을 추구하는 생 로랑식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고 있다면 80년대 무드의 드레스들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서머 룩이 될 것이다.
한편 톰 포드와 발맹 쇼에서는 스팽글과 스터드, 자수 장식의 미니 드레스가 등장해 풍요로운 80년대를 떠올리게 했다. 공통점은 갑옷을 연상케 하는 각진 어깨, 하의 실종에 가까운 짧은 길이라는 것! 아울러 스팽글 드레스가 서머 시즌을 위한, 매우 주요한 피스로 떠올랐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메리 카트란주와 마이클 할펀의 쇼에서는 컬러풀한 스팽글을 아낌없이 사용한 칵테일 드레스가 쏟아져 나왔고, 같은 스팽글 드레스라도 파코 라반은 메탈릭한 실버를 선택해 80년대 디스코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이자벨 마랑과 지방시 컬렉션에서는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보다 친근한(?) 서머 드레스들을 만나볼 수 있다. 몸매에 자신이 있다면 이자벨 마랑의 오프숄더 드레스를, 화려한 프린트 룩을 즐겨 착용한다면 다양한 프린트의 지방시 드레스를 선택하면 된다.
덧붙여 80년대 무드의 서머 드레스에 최적의 메이트가 되어줄 피스는 가느다란 스트랩의 스틸레토 힐, 카우보이 혹은 슬라우치 부츠라는 것을 기억하라.
Raw Chic
살갗에 무언가 닿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밀려오는 지독한 더위 앞에 ‘멋’을 낸다는 건 꽤나 어려운일. 결국 우리는 옷장 앞에서 편안함과 우아함 사이, 그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 시즌 런웨이엔 날것의 매력을 가진 서머 드레스가 다채롭게 등장했다는 사실! 게다가 이 드레스들은 무심한 듯 내추럴한 겉모습과는 달리 계산적인 드레이핑과 섬세한 디테일로 우아함, 더 나아가 쿨한 무드까지 연출해준다.
루크와 루시 마이어 부부의 질 샌더 데뷔 쇼에 등장한 아름다운 빛깔의 니팅 드레스, 로(Raw)함을 넘어 야성적인 느낌마저 준 셀린의 프린지 드레스, 플라스틱 끈을 마치 깃털처럼 장식한 록산다의 롱 드레스 등을 떠올려보라.
“딱딱한 패브릭에서 벗어나려고 했어요. 유연함과 느슨함을 바탕으로 작업했죠.” 마르세유에서 보낸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컬렉션을 완성한 자크뮈스 역시 주름 장식과 드레이핑이 돋보이는 내추럴한 무드의 슬립 드레스를 다양하게 선보였다. 리넨과 코튼, 성긴 짜임의 니트는 이러한 무드를 연출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소재.
혹 소재가 가죽이나 스웨이드, 실크일지라도 조셉, 어웨이크, 토즈 쇼에서처럼 별다른 장식이 없는 루스한 실루엣, 뉴트럴 컬러를 갖춘 드레스라면 충분히 로 시크 무드에 동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면에서 가장 완벽한 로 시크를 실천한 컬렉션을 꼽는다면 바로 친환경 소재로만 컬렉션을 완성한 스텔라 매카트니일 것. 이번 시즌 그녀는 ‘스킨-프리 스킨’이라는 인조 가죽 소재를 새롭게 선보이는 한편, 편안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다채로운 니트 드레스를 선보였으니 말이다. 특히 두 개의 드레스를 레이어드한 듯한 원 숄더 니트 드레스는 토가 쇼의 푸른색 날염 드레스와 함께 휴양지에서 즐길 수 있는 이브닝웨어로도 손색이 없다.(볼드한 귀고리를 더한다면 금상첨화.)
내추럴한 서머 드레스에는 역시나 플랫 샌들, 스니커즈를 매치해 드레스다운하는 것이 쿨해 보인다. 아울러 의상이 심플한 만큼 주얼리와 가방 선택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것.
자, 1980년대 무드의 서머 드레스로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뽐낼 것인가, 아니면 날 것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서머 드레스로 시크한 멋을 드러낼 것인가. 선택은 다를 수 있겠으나 분명한 점은 두 가지 모두 올여름 당신의 낮과 밤 모두를 책임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완벽한 피스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