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스루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인체의 곡선을 드러내는 것만큼 에로틱한 것은 없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대하는 애티튜드, 시스루 룩을 완전 정복하라. | TREND,시스루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의 기온은 0.7℃ 상승했으며, 한반도는 1.7℃나 올랐다. UN의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의 2배가 되어 한반도 기온이 약 4℃ 올라가고, 강수량은 17%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는 대한민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뀐다는 말이다. 이 원고를 쓰고 있는 5월 초, 편집부의 기자들은 이미 반팔 티셔츠에 미니스커트 차림이니 진즉 여름을 실감하고 있는 터. 빠르고 길어지는 여름 시즌을 위한 스타일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패셔너블한 애티튜드는 2018 S/S 시즌 런웨이에서 찾을 수 있다. 고맙게도 디자이너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앞다투어 시어한 소재로 서머 드레싱을 선보인 것.먼저, 시스루(See-through) 룩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 세계대전 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베이비붐 세대가 흥행시킨 대표적인 트렌드다. 구시대적 관습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자유로운 스타일을 원한 젊은이들이 시대를 이끌었고, 여성이 가진 아름다움을 겉으로 드러내려는 시도가 바로 ‘시스루’ 룩으로 이어진 것이다.1969년 9월, 제인 버킨이 세르주 갱스부르와의 영화 의 공식 시시회 때 입었던 원피스를 기억하는가? 안에 브리프만 입은 채 가슴을 훤히 드러낸 블랙 시스루 원피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시스루 룩의 오랜 역사가 시작된 셈이다.제인 버킨처럼 노출로 직결되는 관능적인 시스루 룩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이번 시즌만큼은 마음을 놓아도 될 듯하다. ‘안이 보일 만큼 얇은’ 시어(Sheer)라는 의미에 더 가까운 캐주얼한 드레스업 스타일이 대세니까. 여유롭고 글래머러스한 젯셋 라이프스타일, 즉 지중해 휴양지의 감성에 도시적인 실용성을 더한 것이다.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에게 페미니즘 메시지를 전달하는 디올의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1970년대 젯셋 무드의 비키니, 쇼츠, 미니 드레스 같은 아이템 위에 시스루 스커트나 드레스를 레이어드해 완전히 비치도록 연출했다. 여기에 굽이 낮은 메리제인 슈즈나 메시 부츠를 더해 관능미를 소녀적으로 중화시킨 세련된 애티튜드를 기억해둘 것.보다 현실적인 스타일을 위해서라면 루이 비통과 지암바티스타 발리 컬렉션을 참고하자. 먼저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중세와 현재를 넘나드는 여전사 스타일을 제안했는데, 섬세하게 주름 잡힌 아이보리 오간자 블라우스 안으로 레이어드한 화이트 브라 톱이 살며시 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일상적인 레저웨어 팬츠와 스니커즈를 매치해 실용성과 장식성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절충했다.항상 러브스토리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디자이너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이번 시즌 런웨이 역시 로맨틱 그 자체였다. 이탈리아 화가 마리오 스키파노와 낸시 루스폴리의 계층을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를 표현했다고. 시어한 메시 소재의 스커트가 덧대어진 니트 베스트는 담백한 화이트 블라우스와 어우러졌고, 아웃 포켓 디테일의 사파리 재킷은 페미닌한 러플 스커트와 매치되었다.이처럼 관능미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싶다면 ‘소녀스러움’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미우 미우 걸이 좋은 예다. 그녀의 시그너처인 1950년대 아이비리그 룩의 스포티한 무드를 기반으로 한 오버사이즈 셔츠, 니트 베스트, 니삭스 위에 섹슈얼한 레이스 드레스를 걸친 것.“어느 때보다 현재에 충실했습니다. 보다 낙관적이고, 즐거운 것들을 시도했달까요.”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의 이 말처럼 그의 컬렉션 또한 긍정적인 메시지로 가득했다. 라벤더, 레몬, 피치 같은 달콤한 컬러로 가득했고, 슬립이나 셔츠 위에 레이어드한 시폰 드레스는 밝은 기운을 더하기 충분했음은 물론이다.빅토리아 베컴의 리얼웨이를 보는 듯한 컬렉션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기존의 피트되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보다 여유롭고 섬세한 여성미에 빠진 오프닝 룩이 그것. 엉덩이를 덮는 오버사이즈 셔츠 위에 우아한 더스티 로즈 컬러의 실크 오간자 스커트를 덧입고 라벤더 컬러의 스틸레토 힐로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시스루 룩으로 연출할 수 있는 단아하면서도 지적인 모먼트!좀 더 시원하고 과감한, 본격 시스루 룩을 원한다면 제인 버킨의 스타일링에서 영감을 받아보자. 20대의 프렌치 디자이너 자크뮈스는 여전히 입는 것 자체를 즐기던 1980년대에서 영감을 가져왔다고. “순간적인 것이 패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죠. 모든 룩에는 순간성과 원초적 본능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시즌은 코스타리카나 카리브 해 해변에 있는 소녀들에서 시작했어요.” 시스루 블랙 슬리브리스 톱에 도트 패턴의 랩 스커트를 걸친 룩은 지극히 프렌치적인 감성이 느껴졌다.에로티시즘에 대한 환상을 표현한 크리스토퍼 케인의 런웨이에는 은밀하면서도 어두운 페티시 스타일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BP만 간산히 가린 블랙 시스루 레이스 블라우스는 제인 버킨을 오버랩시켰다.반면 가장 현실적인 시스루 룩에 대한 아이디어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 쇼츠를 입고 겉에 시스루 스커트를 레이어드해 은밀하게 다리 라인을 드러내는 것. 조셉 컬렉션에서처럼 아일릿 패치워크 원피스의 어깨끈을 의도적으로 흘러내리게 해서 블랙 브라 톱이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방법도 시스루 룩의 세련된 연출법이라 할 수 있겠다. 단, 과감한 볼륨감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패드와 와이어가 없는 브라렛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둘 것. 스타일에 있어 당당함과 자신감이야말로 주의를 끌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