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즘 쿠튀르 시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스포티즘 쿠튀르 시대

보다 화려하고 한층 대담해진 하이패션계의 스포티즘이 이번 시즌 절정을 맞았다. 2018 S/S 런웨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오트 스포티 룩에 주목할 것

BAZAAR BY BAZAAR 2018.05.08

작년 10월, 파리에서 열린 2018 S/S 루이 비통 쇼에서 하이패션계의 스포티즘이 또 한번 진화하는 순간을 목도했다. 쇼의 오프닝을 연 자나예 퍼맨(무려 163년 만에 루이 비통 쇼의 오프닝을 장식한 최초의 흑인 모델)이 입은 18세기풍의 브로케이드 코트와 러닝 쇼츠, 청키한 스니커즈(이미 스트리트 패션 신을 장악한)의 조합이 무척이나 신선하고 쿨하게 느껴졌기 때문!

Louis Vuitton

“저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오늘날의 패션으로 간주되는 피스들을 일상의 옷장 속에 한데 묶을 수는 없으니까요.”

더 이상의 신선함은 없을 것이라 여겼던 스포티 트렌드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같은 뛰어난 창조자에 의해 보다 화려하고 한층 대담해진 모습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7 S/S 시즌엔 실제 스포츠웨어를 웨어러블하게 재해석한 애슬레저 룩이 주목을 받았다면, 올 시즌엔 디자이너들의 신선한 영감과 하이엔드 퍼포먼스, 정교한 디테일이 결합된 오트(Haute) 스포티 룩이 런웨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때론 한 벌의 오트 쿠튀르 드레스에 상응하는 드라마틱함과 럭셔리함이 공존하는 만큼 단순 ‘스포티’ 룩이라고 하기엔 다소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 그러나 루이 비통, 발렌티노, 캘빈 클라인, 디올, 프라다, 발렌시아가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 하우스들의 런웨이에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기꺼이 이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공통적으로 이들 컬렉션이 파워풀한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것, 여성의 진보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동시대 여성들을 매혹시킬 만한 조건을 갖췄으니 말이다.

Valentino

먼저 이번 시즌의 오트 스포티즘을 대표하는 쇼들을 짚어보자. 앞서 언급한 루이 비통에 이어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에서 영감을 받아 쇼를 완성한 발렌티노가 떠오른다.

“하우스가 무척이나 왕성했던 1980년대의 매력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는 발렌티노 특유의 낭만에 1980년대의 글래머러스함, 약간의 퓨처리즘을 담아 그만의 스포티즘을 완성한 모습이다. 특히 다수의 룩에 사용된, 탱크 톱 두 개를 레이어드한 듯한 디테일은 스포티 무드를 드러내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게 한 일등공신.

Calvin Klein

피치올리가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면 캘빈 클라인의 라프 시몬스는 1950년대 쿠튀르 드레스 실루엣과 텐트용 싸구려 나일론 소재의 만남이라는 신선한 조합으로 승부를 걸었다.

“베스트에 아노락을 합쳤죠. 당신이 내키는 방식대로 어느 쪽이든 입을 수 있습니다.”

Balenciaga

몇 시즌 전부터 멀티 스타일링이 가능한 피스에 몰두해 있는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에게 있어 하이브리드, 그 자체인 스포티즘은 꽤나 매력적인 소재였을 것.

Marc Jacobs

Marc Jacobs

반면 BGM이 없는 고요함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마크 제이콥스의 오트 스포티즘은 그 어떤 쇼보다 강렬했다. 맥시멀한 것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베테랑 디자이너는 스포티즘에 ‘과장되고 퇴폐적이며 이국적인’ 필터를 씌웠고, 스티븐 존스의 실크 터번과 시어한 윈드브레이커, 사루엘 트랙 팬츠, 스포츠 샌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룩을 선보였다.

이렇듯 글래머러스함으로 무장한 오트 스포티즘을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은 필수. 당신의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주요 피스를 고른다면 다음과 같다. 트랙수트(혹은 점프수트), 아노락, 트레이닝 쇼츠, 트라페즈 드레스, 스포츠 삭스, 퓨처리스틱 선글라스.(패니팩이나 스니커즈는 너무도 주요한 아이템이니 생략한다.)

Gucci

이들 제품이 등장한 대표적인 쇼를 떠올려보자. 가장 먼저 구찌 쇼에 등장한 호화로운 주얼 장식의 하늘색 트랙수트는 꼭 한 세트가 아니더라도 스트리트 위에서 충분히 존재감을 자랑할 수 있는 피스.

Isabel Marant

글래머와 실용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이자벨 마랑 컬렉션의 메탈릭한 점프수트는 쇼에서처럼 비치웨어 스타일링에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Céline

앞서 언급한 발렌시아가발렌티노, 캘빈 클라인 쇼에 등장한 아노락은 가장 손쉽게 오트 스포티 룩을 완성해줄 메인 아이템이다.

각선미에 자신이 있다면 루이 비통 쇼에서처럼 트랙 쇼츠를 활용해 스타일링에 반전을 주는 것도 새로운 스포티즘을 즐기는 낙천적인 자세일 것.

Koché

같은 맥락에서 파리 현지 축구팀과 협업해 완성한 코셰의 레인보 컬러 트라페즈 드레스(유니폼의 쿠튀르 버전이라 하겠다)도 주목할 만한 피스다.

스포티한 양말에 키튼 힐을 매치한 미우 미우.

Dior

Stella McCartney

루이 비통 쇼의 퓨처리스틱한 백팩.

스킨스쿠버 복을 연상케 하는 메리 카트란주의 드레스 룩.

또한 2018 S/S 시즌에는 스포티한 액세서리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빛을 발했다. 프라다미우 미우 쇼에 등장한 스포츠 양말은 주얼 장식의 키튼 힐 혹은 스니커즈와 조화를 이루며 컬렉션 전반에 스포티한 무드를 주입했고, 스텔라 매카트니, 디올, 루이 비통, 아크네 스튜디오 등 다수의 쇼에서 활약을 펼친 미래지향적인 스포티 선글라스는 가장 강력한 아이웨어 트렌드로 떠올랐다.

호화로움으로 넘실대는 이번 시즌의 오트 스포티 룩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바라보아야 한다.

“최고의 전략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픈 마인드를 견지하는 것이다.”

지난 <바자> 4월호에 게재된 ‘Sneakers vs. Stillettos’ 칼럼에서 리사 암스트롱이 남긴 조언을 떠올려보라. 아울러 그녀가 “불가사의하면서도 근사한 하이브리드 현상”이라고 평한 이번 시즌의 스포티즘은 베트멍을 필두로 한 ‘어글리 프리티’ 혹은 ‘고프코어(Gorpcore)’ 룩과는 별개의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동시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그리는 파워풀한 여성상, 그 기저에는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이 그윽하게 깔려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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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이 진선,사진|Moda on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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