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가방은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하다. 트렌드를 가르는 잣대가 불분명해진 요즘, 이 여세를 몰아치듯 형태와 크기, 소재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모습을 띤 채 등장했으니까. 미니부터 오버사이즈, 19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패니 팩, 속이 훤히 보이는 PVC 백, 새롭게 정비된 로고 백, 납작한 플랫 백, 시가렛 케이스 모양의 체인 백까지 다 나열할 수도 없을 정도. 하지만 이번 시즌 백 트렌드에 있어 명심해야 할 점은 아이템의 선택보다 ‘어떤 방식으로 드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런웨이엔 하나보다 둘이 낫다는 명제를 증명해줄 매력적인 백 레이어링 공식이 속속 등장했으니!
두세 개의 가방을 한 번에 믹스하는 백 레이어링의 시너지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위시 리스트 중 하나인 셀린의 PVC 백을 실제로 접한 뒤 백 레이어링 효과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사실 이 PVC 백은 지갑을 사면 ‘덤’으로 주는 용도이긴 하나 역으로 이 백이 인기가 더 좋다.) 촬영장에 홀로 덩그러니 놓인 PVC 백을 보고 있자니 아무리 셀린이라 한들, 팥 빠진 찐빵 같다란 생각이 들었으니. PVC 백 특유의 ‘칩함’은 셀린이 쇼에서 제안했던 ‘속에 담긴 지갑, 함께 쥐어진 클래식한 토트백’에 의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며 드라마틱한 존재감을 발휘한 것이다. 이런 백 레이어링 방식은 이번 시즌 셀린 우먼만의 세련된 감각을 발휘하는 용도로 적극 활용되었다.
이 트렌드에 힘을 실어주는 또 다른 대표적인 디자이너는 칼 라거펠트. 동일한 체인 백을 양쪽에 크로스로 메거나(2014 S/S 샤넬), 토트백 위에 미니 백을 참처럼 다는(2015 S/S 펜디) 등 그는 이미 여러 시즌에 걸쳐 백 레이어링을 다양하게 제안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엔 PVC 군단과 함께 흥미로운 백 레이어링 팁이 런웨이 내내 이어지기도. 체인 백과 PVC 쇼퍼 백을 한 손에 겹쳐 들거나, 크로스로 연출한 체인 백과 패딩 백, 로고가 담긴 클러치를 팔에 끼고 빅 토트백은 손에 드는 등 스포티하거나 캐주얼한 가방들이 샤넬을 대표하는 체인 백과 함께 덩달아 신분 상승하는 효과를 가지고 왔다. 셀린과 샤넬에서 보여준 이질적인 무드의 백과 백의 과감한 믹스 매치는 그 자체만으로 룩에 파워풀함과 위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브랜드에겐 분명 상업적인 효과도 있을 테고.) 로에베, 구찌, 카르벤, 마크 제이콥스 등 수많은 쇼들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백 레이어링은 여자의 수십 가지 물건을 나눠주기 위한, 즉 보조가방으로서의 실용성을 갖춘 동시에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스마트한 스타일링 팁이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조언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컬러, 모양, 소재 중 한 가지 요소만 통일하면 보다 쉽다. 그 외의 요소들은 ‘의외의 조합’을 통한 위트를 즐기기만 하면 될 뿐. 귀여운 토끼 백과 여유로운 뉘앙스의 쇼퍼 백(로에베), 클래식한 체인 백과 고무 장바구니(구찌), 미니멀한 블랙 토트백과 레드 컬러 미니 토트백(록산다) 같은 방식 말이다. 백 레이어링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스트랩에 여러 개의 미니 파우치를 단 펜디나 두 개의 가방을 연결한 클로에, 크고 작은 백팩을 엮어낸 마르지엘라 등이 제안하는 독특한 형태의 ‘완성된’ 멀티 백을 추천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