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슬 스커트 연출법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펜슬 스커트로 말하자면, 패션도 트렌드도 아닌 섹시한 스타일에 관한 것이다. | 스커트,데이트룩,펜슬 스커트,여자봄코디,코디

작년에 아이를 낳았다. 만삭이었을 때 한여름이었는데 티셔츠와 몸에 꼭 맞는 청바지를 입은 여자가 그렇게 스타일리시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 후 지금까지도 나는 청바지를 유니폼처럼 입고 있지만, 그 당시 뜨거운 길거리의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던 젊은 여자의 청바지만큼 도무지 만족스럽지가 않다. 아마추어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엄마라는 역할과 겨우 수습 딱지를 뗀 와이프라는 타이틀 사이에서 좌충우돌해야 했던 내게 청바지는 멋이 아니라 가장 간편하고 효율적인 작업복이기 때문인 것 같다. 같은 이유로 나는 지난 시간 중 딱 절반을 눈물로 보냈는데, 정신과 상담보다 효과가 있었던 건 패션 위크에서 포착된 카린 로이펠트의 사진 한 장이었다. 예의 그 펜슬 스커트를 입은.여자에게도 특별한 여자가 있다. 나는 카린 로이펠트의 뒷모습을 포착한 사진을 보며 그녀의 다큐 필름 를 보고 보디컨셔스한 스커트와 하이힐이 얼마나 근사한지 감탄했던 때를 떠올렸다. 펜슬 스커트, 하이힐, 파리 여자 같은 것들. 전설의 슈퍼스타 린다 에반젤리스타의 표현을 빌리자면 카린은 파리지엔 시크를 만든 여자다. 그녀는 유니폼처럼 펜슬 스커트를 입는데, 단추를 몇 개 풀어둔 실크 셔츠나 매니시한 재킷, 캐시미어 톱에 믹스하길 즐기고, 보머와 같은 스트리트 풍의 옷들로 쿨한 믹스 매치를 구사하기도 한다. 성공의 대열에 합류한 마흔이 넘은 여자들은 다이아몬드로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데 비해, 예순이 넘은 그녀는 심플한 골드 주얼리를 노련하게 레이어드한다. 시크하고 자신감 넘치게 젊어 보이는 비결이다. 선글라스나 벨트, 슈즈와 같은 액세서리에 과감하게 포인트를 주는 것도 특징. 때문에 옷과 보석, 액세서리에 대한 구분이 확실해 보이기도 하는데 옷과 보석은 선을 넘지 않는 자연스럽고 심플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한편 나머지 액세서리에 거침없다고 해야 할까. ‘에지 있다’라는 표현이 너무 진부해 진지 오래지만, 잘 연출된 보디컨셔스한 실루엣과 긴장감 있게 곧추세운 허리, 고양이 같은 걸음걸이는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시크하고 에지 있는 여자로 만들었다. “패션계에서 성공한 사람 중에서도 카린 로이펠트처럼 타고난 스타일리스트는 없습니다.” 칼 라거펠트의 말이다.1990년대 패션계를 사로잡았던 톰 포드는 당시 카린 로이펠트와 주로 작업하며 그녀의 스커트나 다리를 꼬는 방식 등을 유심히 관찰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패션 위크에 그녀가 등장하면 자석처럼 눈이 돌아가는 건, 여자가 봐도 유혹적이고 매력적인 아우라 때문이다. 평소 톰 포드에게 영향받았다고 말하길 즐기는 조셉 알투자라는 스트리트 시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슬릿 스커트와 드레스 같은 보디콘 실루엣으로 단시간에 유명세를 얻었고 케이트 블란쳇, 다이앤 크루거 등 지적이고 세련된 패션 스타일을 가진 여배우들의 러브콜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컬렉션을 카린 로이펠트 같은 여자로 설명한다. “매혹적이고 약간 반항적이면서도 엄격한 종류의 관능성이 특징적인 프렌치 스타일입니다.”이쯤에서 둔부를 드러내는 펜슬 스커트와 프렌치 시크의 상관관계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미국에서는 풍만한 가슴과 날씬한 배에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둔부가 가장 관심을 받는데 무려 절반의 남자들이 여자의 엉덩이와 다리에서 유혹적인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파리의 길거리나 약국 진열대에서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광고를 자주 보게 되는 이유라고. 2009년 말 방송한 이라는 다큐멘터리는 프랑스와 힙의 문화역사적인 관계를 표현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하는데 당시 마이클 잭슨의 다큐멘터리보다 훨씬 시청률이 높았을 정도란다.(자세한 스토리는 파리에 정착한 칼럼니스트가 쓴 라는 책을 읽어볼 것). 마이클 코어스도 섹시함이란 몸가짐과 자태에 관한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섹시함이란 스웨터가 몸에 걸쳐진 방식 혹은 스커트를 입고 걸어가는 모습에서 배어나죠.”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카린 로이펠트의 사진으로 깨달은 것도 섹시한 긴장감이라는 아름다움이었던 것 같다. 인터넷의 유명 맘카페에 들락거리며 ‘스텝포드 와이프’나 ‘사커맘’이 되기에 자질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이상한 열등감을 느끼는 대신 여자로서의 매력과 자존감을 되찾기 위한 힐링이 절실했던 거다. 이를 깨닫고 나자 이번 시즌 런웨이 곳곳에서 펜슬 스커트가 눈에 들어온다. 마침 L.A니 다운타운이니 하는 쿨한 것도 진부해진 참이었다.요즘 트렌드의 바로미터인 발렌시아가의 안티패션적인 펑크 스타일에 도발적인 긴강감을 더한 펜슬 스커트부터 시작해 실키한 플로럴 프린트를 장착한 로샤스의 스커트는 로맨틱 시크를 상징하고 캘빈 클라인의 미니멀리즘으로 재단된 스커트는 이번 시즌 가장 완벽한 실루엣과 길이를 표현한 펜슬 스커트다. 여성스러움에 세련된 신선함을 부여하는 데 전문가인 프라다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의 엄마로, 성공한 디자이너로 여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빅토리아 베컴이 보여주는 여성성은 여자의 품위를 살려주는 이번 시즌 가장 완벽한 펜슬 스커트다.“높은 구두를 신고 있을 때는 스커트가 너무 짧아선 안 돼요. 큰 보석은 수수한 옷에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스러워 보이지 않으려면 눈에 띄는 것은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에서 말한 책의 저자의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완성한 프렌치 시크를 현재형으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몸매를 관리하는 카린 로이펠트의 말을 덧붙이면 좋을 것 같다. “온몸에 자극이 와도 힘든 내색을 하면 안 돼요. 손쉽게 할 수 있어야 하죠. 내가 좋아하는 발레는 품위 있는 예술이거든요. 아무리 아파도 끝까지 우아함을 유지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