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NG OKKUM
양옥금│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큐레이터의 집에서 김을의 ‘heartist’(2005)와 함께
김을 작가의 개인전을 한번은 필자로, 다른 한번은 기획자로 참여하게 된 계기로 2006년 즈음 소장하게 된 작품이다. 그 이후로 이 작품은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는 동안 항상 나의 개인적인 공간에 자리하게 되었다. 폰트를 흘려 써서 h와 b, 이중적인 의미를 부여한 이 작품의 심플한 메시지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heartist’로도, ‘be artist’로도 읽을 수 있다. 대안공간부터 기업의 컬렉션 전체를 매니징하고 미술관을 개관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엄격한 원칙이나 방향성을 가지고 컬렉션을 구축하는 데 익숙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컬렉팅에 있어서는 어떠한 기준점 없이 순수하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취향을 따라간다. 이 작품은 큐레이터로서 늘 작가와 함께하는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메시지의 두 가지 의미 모두 가슴속에 간직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고 있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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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RENCINA FARRANT– LEE
로렌시나 화란트-리 │ ㈜로렌스 제프리스 대표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정금형의 ‘스파 & 뷰티 옐로우 그린’(2017-2018)과 함께
송은 아트큐브 전시 지원 공모를 통해 매년 수백 명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만난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자주 전시를 보다 보니 정말이지 많은 작가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속에서 트렌드라는 것도 읽히고 서로 모방하고 있는 양상도 보인다. 그리고 가끔은 저 작가가 진심으로 저 주제를 다루고 싶은 건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수많은 작가들 가운데 단연 고유한 작품 세계를 지닌 정금형 작가는 작가와 작품이 일치되는 느낌을 받았다.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인 이번 기획전 <스파 & 뷰티>(5월 26일까지)는 지난해 10월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을 이곳에 맞게 새로 구성한 것이다. 각종 보디 브러시, 스펀지, 보디케어 제품, 그리고 유튜브에서 가져온 브러시 사용방법과 생산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등이 소개된 이 전시는 매우 도전적이다. 이 영상은 작가가 만든 걸까? 희한한 수염 컬렉션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큐레이팅인 거지? 독특한 수집품들이 예술품으로 승화되는 전시 공간에서 관객들은 끊임없이 샘솟는 물음표를 달고 전시장을 돌아보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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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 GOEN
정고은 │ 패션 디자이너
고엔제이 쇼룸에서 이광호의 아트 퍼니처와 함께
나는 이광호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내가 갖고 있는 디자인 철학이 구현되는 장면을 본다. PVC 호스를 가지고 마치 니트처럼 짜 만든 의자라든가 패턴과 색감이 다른 대리석을 연결한 벤치 등을 통해 이광호 작가는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에서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끌어내고, 상반된 소재의 예상치 못한 조화에서 오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2018 A/W 컬렉션을 디자인하면서 비닐을 수술처럼 커팅해 만든 패브릭과 두툼한 울 소재의 결합으로 전혀 다른 질감이나 쉽게 연관 짓기 어려운 소재가 만났을 때 일어나는 낯선 아름다움을 전하려 했다. 이번에 쇼룸을 오픈하면서 이광호 작가와 함께 가구를 비롯해 전 공간을 디자인하며 공통의 디자인 철학을 구현해볼 수 있어 뜻깊은 기회가 됐다. 미우치아 프라다를 보면서도 항상 생각하는 건 패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는 서로에게 영감과 자극을 줄 수 있는 상생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나의 고정관점이나 삶의 가치관까지 변모시켜주는 건 비주얼 아트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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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y Katrantzou
메리 카트란주 │ 패션 디자이너
사치 갤러리에서 앤디 워홀의 ‘자화상’(1986)과 함께
워홀은 언제나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림이건 영화건 실크스크린이건, 그는 무엇을 하건 간에 자신만의 독특한 렌즈를 통해 작품을 만들었고 그의 비전은 오늘날의 팝 컬처에서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워홀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전시대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그것들을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나 역시 일상적인 모든 것을 럭셔리한 장인정신의 반열에 끌어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2016 A/W 시즌에 선보였던 ‘카우보이와 공주님들’ 컬렉션은 워홀에 대한 나의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당시 쇼에 사용했던 은박의 배경 역시 워홀의 팩토리를 은연 중에 암시한 것이었다. 워홀은 자신만의 이미지 메이킹 기법을 활용해 아이콘을 만들어낸 사람이었고 셀러브리티 문화에 대해서도 정통한 사람이었던 만큼 오늘날 사치 갤러리에서 그의 자화상을 <셀피에서 셀프 익스프레션까지>라는 전시를 통해 담아낸 건 아주 적절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