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비싼 그림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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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비싼 그림

천재 화가와 야심에 찬 화상, 세계 최고의 러시아 컬렉터, 중동의 권력자….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두고 벌어진 드라마.

BAZAAR BY BAZAAR 2018.03.30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지난해 11월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낙찰된 4억 5천만 달러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도르 문디(Salvator Mundi)’다. 2015년 1억 7천900만 달러를 기록해 한동안 가장 비싼 그림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던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아무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하지만 가늠하기도 어려운 이런 거액을 지불한 ‘살바도르 문디’의 새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크리스티 측에서 구입자 공개를 거부하는 바람에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르몽드>, <뉴욕타임스> 등 기라성 같은 언론들이 연이어 추적 기사를 발표했다. 세계 미술계를 좌지우지할 차세대 자금줄인 차이나 머니인가? 아니면 아랍? 러시아? 집요한 추적 끝에 구입 대금이 사우디의 왕자 바드르 빈 압둘라 알사우드 펀드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3주 후, 사우디아라비아 문화성은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즉 사우디의 기라성 같은 왕족들을 과감히 호텔에 감금시킨 바 있는 이 실권자가 그림을 구입했다고 발표해 설왕설래를 일시에 잠재웠다.

‘살바도르 문디’는 여러모로 미스터리한 그림이다. 본래 이 작품은 17세기 열렬한 회화 수집가였던 영국 찰시 1세의 왕실 컬렉션이었다. 그후 4세기 이상 행방이 묘연하다가 1958년 유명 컬렉터 리치먼드가 자신의 컬렉션인 쿡 컬렉션을 소더비에서 처분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살바도르 문디’의 낙찰가는 단돈 45파운드였다. 수많은 복원을 거치면서 이미 원화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어 그 누구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슷한 시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렸다는 비슷한 유의 그림들이 20점 넘게 나왔으나 그 어떤 것도 다 빈치의 작품이라 인정받지 못했다. ‘살바도르 문디’의 역사는 여기서 끝나는 듯했다. 이 그림이 2005년 난데없이 미국의 지방 경매장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림을 심상치 않다고 여긴 화상 로베르트 시몬과 알렉산더 파리시, 와렌 안델슨이1만 달러에 낙찰받으면서 ‘살바도르 문디’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우선 이들은 옛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복원 담당자였던 다이애나 모데스티니에게 복원 작업을 의뢰했다. 이미 다 빈치의 작품을 복원한 경험이 있었을 뿐 아니라 회화 복원에 있어서는 손꼽히는 전문가였던 모데스티니는 3년간의 작업 끝에 수많은 덧칠 밑바탕에 숨어 있던 원화를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살바도르 문디’가 다 빈치의 잊혀진 걸작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2008년 3월 5일 옥스퍼드의 유명한 미술사학자인 마틴 캠프는 한 통의 심상치 않은 이메일을 받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문가인 그에게 새로운 다 빈치의 작품이 발견되었다는 이메일은 일상다반사였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미술계의 유력자인 런던 내셔널 갤러리 관장 니콜라스 페니가 그에게 ‘살바도르 문디’의 감정을 의뢰한 것이다. 후에 마틴 캠프는 인터뷰를 통해 그 메일을 받은 날이 자신의 생일이었으며 ‘살바도르 문디’는 하늘이 내려주신 생일선물임이 틀림없다는 사뭇 로맨틱한 고백을 남겼다. 다른 동시대 화가들이 흉내내지 못한 다 빈치만의 물결치는 곱슬머리와 모델의 이마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빈치 특유의 부드러운 붓터치를 감별해낸 마틴 캠프는 감격에 몸을 떨었다. 1908년 러시아 에르미타슈 미술관 창고에서 다 빈치의 ‘마돈나 브누아’가 발견된 이후로 100년 이상 그 누구도 다 빈치의 또 다른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틴 캠프를 비롯한 일단의 미술사학자들에게 진품임을 인정받은 ‘살바도르 문디’는 영국 내셔널 갤러리의 다 빈치전에 출품되었다가 은밀히 러시아의 거부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리볼로블레프가 다 빈치의 작품을 발굴한 세 명의 화상에게 지불한 가격은 1억 2천만 달러였다! 단돈 1만 달러의 작품이 10년 사이에 1억 2천만 달러에 거래된 것이다. 2015년 리볼로블레프가 갑자기 로댕, 엘 그레코, 고갱 등의 수장 작품을 처분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대리해 미술품을 거래해온 스위스의 유명 화상 부비에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살바도르 문디’는 리볼로블레프의 스위스 수장고에서 그 역사를 끝냈을 것이다. 1억 달러 이상을 지불한 모딜리아니의 ‘푸른 쿠션 위에 누워 있는 나체’가 실상 9천300만 달러에 불과했고, 여타의 작품도 시장 가격에 비해 과하게 지불한 사실을 깨달은 리볼로블레프는 격분했고 부비에와의 법정 싸움은 미술계의 거대한 스캔들로 비화됐다. 마치 장자의 나비처럼 부비에 사기 사건은 ‘살바도르 문디’가 다시 세상에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구입가의 80프로 정도의 가격에 작품을 처분하고 있던 리블로블레프에게 ‘살바도르 문디’는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남았다. 2년 사이 3억 달러가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두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천재 화가의 이름과 돈, 야심에 찬 화상과 세계 최고의 컬렉터, 중동의 권력자가 얽혀 있는 ‘살바도르 문디’의 종착역은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이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의 호위 아래 ‘살바도르 문디’는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에 영구 임대 전시된다. 루브르 아부다비를 성공시킬 간판스타로 낙점된 ‘살바도르 문디’. 잊혀진 작품에서 2017년 미술계 최고 이슈로 떠오르기까지 ‘살바도르 문디’의 모험담은 이 놀라운 드라마에 참가한 모든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해피 엔딩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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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안 동선,사진|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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