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에서 요가하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광활한 사막에서 나무 자세를 한 채 눈을 감았다. 오래된 침묵과 바람이 몸을 휘감고 흘렀다. 환락의 도시에서 잭팟이 아닌 자연과 합일되는 아사나를 경험할 줄이야! | 요가,라스베이거스

미국 네바다 주, 카지노로 유명한 사막 속의 관광도시 라스베이거스의 길고 화려한 밤은 잘 알고 있다. 영화 의 숙취 진상 파티가 벌어지고 에서 캐머런 디아즈와 애시튼 커처처럼 엉망진창 로맨스가 엮이는 곳. 하지만 나는 용도별 브라 톱과 운동화로 가득 찬 트렁크를 끌고 라스베이거스의 유일한 논-카지노 호텔 브다라에 짐을 풀었다. 이 환락의 땅에서 헬리 요가부터 최고급 스파까지 모든 웰니스 프로그램을 진하게 탐닉하기 위해서! 라스베이거스의 모든 호텔 로비에 빠짐없이 자리한 카지노에서 밤새 솟아오르던 희희낙락한 탄성이 사위어갈 무렵인 아침 7시, 코스모폴리탄 호텔 15층에 위치한 피트니스센터로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새로 산 트레이닝 슈즈의 날렵함을 만끽하며 로비를 지날 때 킬 힐을 손에 든 채 맨발로 귀가하는 여자와 윙크를 주고받았다.코스모폴리탄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는 본격적인 부트 캠프인 스웨트 60(Sweat 60)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효율적인 퍼스널 트레이닝에서 자주 언급되는 스트렝스 트레이닝, 코어 강화 훈련 같은 것이 포함된 인터벌 트레이닝이 한 시간 동안 계속된다. 스쿼트-덤벨, 마운틴 클라이머, 케틀벨 스윙, 로프웨이브 등의 동작으로 이뤄진 세트를 단 2 라운드 돌고 났는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30대의 지나온 날들 가운데 가장 혈색이 좋아 보였다. 같은 시각, 호텔 1층에 있는 에그슬럿에서는 새벽부터 가게가 오픈하기만을 기다린 사람들의 두 손에 안착할, 브리오슈 번에 탐스러운 달걀을 채운 사랑스러운 버거가 구워지고 있을 터였다. 라스베이거스의 명물을 놓칠 수는 없지 않나, 하는 기만적인 자기합리화를 뿌리치고 800칼로리를 태우며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제법 상쾌했다.(60분에 15달러.)다음 날도 기상 시간은 일렀다. 헬리콥터를 타고 도심에서 50마일, 45분 거리에 위치한,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길목인 ‘밸리 오브 파이어’로 가서 헬리 요가를 하기 위해서다. 헬리 요가라니, 그 우주적 어감이 오직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즐길 수 있는 유일무이한 액티비티로서 첫인상을 강렬히 남겼다. 지상에서 가볍게 떠오른 헬리콥터는 한 조가 된 6명의 체험자와 스왜그 넘치는 요가 강사 그리고 일군의 요가 매트를 싣고 미국 남서부에서 가장 먼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다.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에펠탑이며 디즈니랜드, 베니스를 본뜬 쇼핑몰, 황금처럼 빛나는 트럼프 호텔 등이 레고 성처럼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얼마 안 가 신기루 같은 도시를 벗어나면 영화 의 배경이 된 불의 계곡 주립공원이 나온다. 해 질 녘 석양에 물들면 불이 붙은 것처럼 보인다 하여 ‘밸리 오브 파이어’라 이름 붙여진 이 광활한 땅은 고동색, 팥죽색, 벽돌색, 선홍 색, 오렌지색, 노란색, 상아색으로 물결을 이루고 동심원을 그렸다. 비행 내내 록 음악으로 스릴을 돋워주었던 기장은 가장 높은 봉우리 중 하나에 사뿐히 착륙했다. 6억 년 전에는 바다였고, 산화된 철을 함유한 모래가 바람을 타고 표면을 강타해 매끈해진 붉은 바위 위에 매트를 깔고 무선 헤드폰을 낀 채 보낸 75분. 제법 격렬했던 자세들을 완수하고 두 다리,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누웠을 때 자연의 경이로운 역사 앞에서 다른 차원이 포개지는 느낌이 들었다.(6명 기준으로 3천499달러)붉은 바위 위에 매트를 깔고 무선 헤드폰을 낀 채 보낸 75분. 제법 격렬했던 자세들을 완수하고 두 다리,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누웠을 때 자연의 경이로운 역사 앞에서 다른 차원이 포개지는 느낌이 들었다.불의 요가가 황홀했다면 물의 요가는 평안했다. 미라지 호텔의 지그프리드 & 로이 시크릿 가든에는 돌고래 3대 가족의 서식지가 있다. 호텔에서는 이 돌고래들과의 친밀한 액티비티를 다수 개발했는데 돌핀 요가도 그 가운데 하나다. 가든의 지하 공간. 본래 돌고래를 관찰하기 위해 마련한 듯한 돔 형태의 방이 요가 룸으로 변신, 세 개의 창 너머로 푸르른 물속에서 유영하는 돌고래가 손에 잡힐 듯했다. 느리고 리드미컬하게 자세를 이어나가며 강사는 말했다. “Feel the Water.” 캣앤카우 자세에서 약간의 변형을 가해 돌핀 자세로 갈 때도, 코브라 자세에서 업 독, 다운 독으로 이어지는 태양경배자세 플로에서도 아사나(요가의 체위)가 물처럼 흘렀다.(1인당 50달러.)이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드디어 라스베이거스의 밤공기를 만끽한 일정을 소개할 차례다. 1998년부터 시작된, 북미대륙 24개 도시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로큰롤 마라톤 말이다. 메인 거리인 라스베이거스 블루바드와 다운타운 차도 전체를 막고 야간에 진행되는, 정말이지 로킹한 마라톤이었다.(코스 중간 중간에 DJ가 신명나는 디제잉을 하기도 하고 전설의 록 그룹 키스의 커버 밴드가 무시무시한 복장으로 하드한 공연을 펼치며 사기를 북돋는다.) 저녁 7시, 스타트 라인에 선 마라톤 참가자들은 각양각색이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빨간 러닝팬츠를 맞춰 입은 노부부, 파스텔 톤 튤 스커트를 맞춰 입은 중년의 여자친구들, 특수 휠체어 앞자리에 아들을 태운 아빠, 아들과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는 탄탄한 근육의 엄마. 겨우 5km임에도 ‘그냥 걸어야지 뭐’ 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출발 신호를 기다리다가 불현듯 부끄러워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먼 지점을 바라보고 어깨를 활짝 펴고 두 손을 옆구리에 붙였다. 중학교 때까지 계주 선수였던 것이 왜 갑자기 떠올랐는지. 결국 100m 뛰고 200m 걷는 식이었지만 휘황한 라스베이거스의 16차선을 활보하며 사라 바렐리스의 ‘Vegas’를 따라 부를 때는 해방감에 가슴이 터질 듯했다.(2018년 라스베이거스 로큰롤 마라톤은 11월 10일과 11일 양일간 개최된다.) 유례없이 타이트한 운동 스케줄로 인한 근육통은 문제될 게 없었다. 황금빛 날개처럼 라스베이거스 상공을 가르는 쌍둥이 고층 호텔 앙코르와 윈의 스파 일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둘 중 내가 방문한 앙코르 호텔의 더 스파는 심플한 이름과 달리 골드와 대리석으로 우아하게 빛나는 웅장한 실내, 실물 크기의 불상과 만발한 난꽃으로 꾸며져 고대 아시아 제국의 왕궁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더 스파에서는 모로코부터 불교까지 다채로운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인테리어처럼 모로코 머드 랩, 코히누르 아유르베다 페이셜 같은 이국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물론 핫 스톤이나 타이 마사지처럼 표준적인 트리트먼트에서도 특출한 섬세함이 느껴진다. 본격적인 스파에 앞서 보다 깊은 이완을 원한다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은은한 조도를 책임지는 온천에서 풀에 잠겨 잠시 혼곤해지는 것도 좋다. 사우나로 부드러워진 몸과 마음이 스파 베드와 더 일체감 있게 하나가 될 테니. 모든 과정을 마치자 이상하게 배가 고파왔다. 새하얀 로브를 걸친 채 술 달린 데이 베드에 누워 탐스럽게 익은 천도복숭아를 맛있게 먹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