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인스피레이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디자이너들에게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자 소재가 된다. 아름답거나 기이한 것, 존재하거나 사라진 것, 비범하거나 평범한 것. 2018 S/S 시즌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 인스피레이션 보드를 공개한다. | 디자이너,인스피레이션,영감

스털링 루비의 설치미술라프 시몬스와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의 관계는 한 시즌의 영감으로 마무리되는 아티스트와 패션 디자이너의 컬래버레이션 그 이상이다. 라프 시몬스는 2012년 첫 번째 디올 오트 쿠튀르 컬렉션 드레스에 스털링 루비의 프린트를 채워 넣었고, 2014년 발표한 자신의 쇼에서는 스털링 루비의 설치미술로 런웨이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서 받은 영감으로 컬렉션을 완성했을 정도니까. 이 둘의 우정은 라프 시몬스가 캘빈 클라인으로 옮긴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에 이어 루비의 설치작품이 런웨이 위에 오른 데다가 색색의 털실로 완성된 피날레 룩은 루비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Airport공항은 존 갈리아노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했다. 공항의 노이즈를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했고 수하물 태그와 비행기 티켓, 목 쿠션, 수면 안대 등 공항과 여행을 상징하는 디테일이 유니크한 방식으로 등장했으니. 갈리아노는 멕시코시티에서 물건을 운송하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에게 자신을 투영해 공항을 찾은 세계 곳곳의 여행자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재치 있고, 시적이며, 창의적인 컬렉션을 완성했다. 코믹북프라다의 이번 시즌 런웨이는 빈티지한 코믹북으로 채워졌다. 좀 더 디테일하게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 사이에 신문을 통해 연재하거나 발간한 만화들. 그리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는 여성이 그린 만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손에 연필 한 자루만 있다면,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만화가라는 직업에서 영감을 발견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만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한 여성 만화가와 예술가들의 작품을 런웨이와 의상 전반에 사용했다. 그리고 이는 미우치아 프라다가 이번 시즌 보여주고자 한 런던과 뉴욕의 1980년대 클럽, 스트리트 스타일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지아니 베르사체와 앤디 워홀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오빠인 지아니 베르사체에게 바치는 트리뷰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아니는 성모마리아와 마돈나를 동시에 아우르며 표현해내는 몇 안 되는 크리에이터였다. 1980년대에는 메탈 소재를 통해 뱀가죽 효과를, 1990년대에는 폴리우레탄과 고무를 통해 프린팅 효과를 고안하는 등 그는 기존의 패션 규칙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규칙을 세웠다. 또한 지아니는 앙리 마티스와 소니아 들로네, 구스타프 클림트같이 당대의 예술 규범을 위반한 예술가들을 귀감으로 삼았는데, 그중 앤디 워홀도 포함된다. 도나텔라는 앤디 워홀의 대표작인 메릴린 먼로 프린트를 의상 곳곳에 옮기며 지아니가 이룩한 베르사체 월드에 헌사를 보냈다. Architecture디자이너 최유돈은 유럽의 모던 건축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더니즘 가구 디자인의 선구자인 아일린 그레이(Eileen Gray)의 E-1027 빌라와 “장식은 죄악이다”라는 어록을 남긴 건축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에게서 영감을 얻어 건축적이면서도 곡선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간결한 의상을 완성한 것. Antique Ornament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의 파크 애비뉴에서 볼 법한 지적이고 세련된 여성상을 담아낸 셀린. 피비 파일로는 낡은 듯 주름지고 과장된 실루엣에 빈티지 오너먼트를 활용한 벨트, 백, 주얼리를 매치해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운 컬렉션을 창조했다. Giuseppe Arcimbold콤 데 가르송 컬렉션은 헬로키티, 망가 속 파란 눈의 공주, 낙서, 플라스틱 장난감, 천사의 날개 등 기이한 조합으로 가득했다. 그중 조형적인 형태의 가운과 드레스에 프린트된 초현실적인 초상화는 16세기 괴짜 화가인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작품! 레이 가와쿠보는 이번 컬렉션 속 키치한 조합에 대해 어둠과 공포가 모일 때 생겨나는 환상과 어린아이 같은 갈망을 표현한 것이라는 그녀다운 설명을 덧붙였다. Rachel Hayes미소니에서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한 안젤라 미소니는 여름날 휴양지에서 열린 파티를 떠올리며 컬렉션을 완성했다. 야외의 따뜻한 햇살 아래 자리한 알록달록한 캐노피는 미국 아티스트 레이첼 헤이즈가 이번 컬렉션을 위해 완성한 작품! 비치는 오간자 소재와 그래픽적인 직선의 선들은 미소니의 의상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Niki de Saint-Phalle예술, 세상, 그녀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했던 아티스트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은 이번 시즌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마음을 울렸다.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 니키 드 생팔은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편견에 도전하고, 성적 대상으로서의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벗어나 인간 자체로서의 여성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아티스트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 페미니스트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David Hockney데이비드 호크니는 매 시즌 언급될 정도로 많은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이번 시즌 아뇨나는 자신들의 1960년대 아카이브와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특히 호크니의 1960~70년대 작품에서 보여지는 블루, 레몬, 핑크, 라즈베리 등의 청량한 색채 조합과 모던한 비례를 의상에 적극 반영하거나 그의 대표작인 ‘수영장’ 시리즈에 등장하는 야자수가 프린트된 셔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A Souvenir Shop일상적인 것에서 영감을 얻어 ‘갖고 싶은’ 옷을 만든다는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 그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기성품과 오브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능성을 탐구하는 데에서 쇼의 단서를 얻었다. 특히 면세점이나 기념품 숍에서 볼 수 있는 싸구려 체인 스트랩과 참 장식이 달린 백과 벨트, 신문이나 화폐 프린트가 가미된 원피스에서는 저급한 것과 고급스러운 것을 자유자재로 조합하는 뎀나의 탁월함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