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인 당신을 위한 조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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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부족인 당신을 위한 조언

당신이 수십 년간 쌓아온 ‘수면 부채’. 지금 갚지 않으면,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불어날 이자를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BAZAAR BY BAZAAR 2018.02.14

볼테르는 말했다. 신은 현세의 여러 가지 근심에 대한 보상으로 우리들에게 희망, 그리고 수면을 주었다고. 그러나 우리는 가끔 혹은 자주 수면마저 빼앗긴다. 크고 작은 걱정들 때문에, 할 일이 많아서, 불규칙한 생활 습관 때문에, 그저 잠이 안 와서…. 그 이유도 다양하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수면 부족은 너무나 익숙한 삶의 조건이 된 지 오래라 특별히 불평할 일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2015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성인 평균 수면 시간 6.8시간으로 꼴찌다.

하지만 수면 부족이 사실은 ‘부족’이 아니라 ‘부채’라면 어떨까? 세계수면의학의 메카라 불리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학부 정신과 교수이자 수면생체리듬연구소 소장인 니시노 세이지는 31년간의 수면 연구를 집대성한 저서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에서(이 책은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아마존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참고로 일본의 수면 시간은 OECD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이 개념을 소개했다. “수면 연구자들은 잠이 모자란 상태를 ‘수면 부족’이 아니라 ‘수면 부채’라고 표현한다. 수면 부족이 쌓이면 우리 몸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10만원이 부족한 게 아니라 10만원을 빚졌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불어나 나중에 치러야 할 값어치는 10만원 그 이상이 된다는 것을 떠올려보라. 문제는 수면 부채가 매일매일 쌓이는 데다가 그 이자가 최고금리, 제3금융권 수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것.

 

당신이 잠든 사이에

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의 몸이 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람은 자는 동안 논렘수면(뇌와 몸이 모두 잠드는 수면)과 렘수면(뇌는 깨어 있고 몸은 잠드는 수면)을 4~5회 반복하는데, 맨 처음 90분을 차지하는 논렘수면은 수면 주기 전체에서 가장 깊은 잠이다.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때가 바로 이때. 성장호르몬은 아이의 성장은 물론이고 성인의 세포 증식, 정상적인 신진대사, 부상 회복, 노화 방지의 역할을 한다. 피부는 수면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잠을 자면 피부의 수분 함유량도 증가한다. 또 면역계와 관련 있는 유전자를 포함해 500개가 넘는 유전자를 제어하는 멜라토닌이 활발하게 분비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르티솔은 감소한다. 뿐만 아니라 수면은 뇌를 위한 샴푸의 역할도 한다. 잠을 자는 동안 뇌세포 사이의 공간은 깨어 있을 때보다 60% 확장되어 뇌 척수액이 뇌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노폐물을 몰아내는데,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정상적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를 깨어 있을 때보다 빠른 속도로 제거해준다.

그런데 당신이 잠을 못 잔다면? 이 모든 기능에 제동이 걸리고 만다. <영거>의 저자 새라 고트프리드는 단 하루만 잠이 부족해도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져 체내에 불필요한 염증이 생긴다고 한다. 또 식욕을 억제하는 랩틴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고 반대로 식욕을 돋우는 그렐린 호르몬이 분비되어 살도 찐다. 하버드 공증보건대학원에 따르면 하루 5시간 미만의 수면은 노화를 4~5년 앞당기며, 3일간 평균 취침 시간보다 4시간 늦게 잠들면 생체주기의 유전자 조절 기능은 6배나 줄어든다. 밤에 일하는 사람은 인지력 저하, 심혈관계 질환, 뇌졸중, 당뇨, 유방암이나 난소암, 전립선암 같은 특정 암의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이런 위험은 15~20년 동안 축적되어 나타난다.(야간 근무는 현재 WTO가 지정한 발암 요인 중 하나다.) 독감 예방 백신을 맞아도 수면이 흐트러지면 면역력이 생기지 않아 백신 접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이거나 수면의 질이 나쁜 경우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높아지고 특히 여성의 경우 밤에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분 늘어날 때마다 인지력 손상 가능성이 13%씩 높아진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정신이 불안정해져서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의존, 약물 의존의 발병률도 상승한다. 미국인 100만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수면 시간은 7.5시간으로 나타났는데, 6년 후 동일한 100만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평균치에 가까운 7시간을 자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가장 낮았고, 이보다 적게 혹은 너무 오래 자는 사람은 6년 후 사망률이 1.3배 높게 나타났다.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여성은 사망률이 2배 높다는 결과도 있다.

수면 연구자들은 잠이 모자란 상태를 ‘수면 부채’라고 표현한다. 수면 부족이 쌓이면 우리 몸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

잠들자마자 90분, 수면의 골든 타임

잠을 적게 자도 괜찮은 사람도 있긴 하다. 2009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시간 수면은 ‘유전’이다. 생체 시계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면 잠을 조금만 자도 끄떡없다. 아인슈타인이나 나폴레옹 같은 ‘쇼트 슬리퍼’가 그 예다. 슬픈 사실은 인류의 3~5% 정도만 이에 해당된다는 것. 그러니 8시간은 자야 잘 잤다고 느끼는 우리는 최대한 수면 시간을 확보해 수면 부채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평일에 8시간 자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주말에 몰아 자는 것으로 한꺼번에 탕감하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도 불가능하다. 주말 동안 몰아 자는 것으로 필요한 만큼 많이 잘 수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잔 수면이 저축되지도 않기 때문.

수면 연구자들은 양을 늘릴 수 없다면 질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필요한 만큼 잔다고 해도 그 시간 동안 잘 잤느냐는 또 다른 문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국제수면전문가인 드림수면의원 이지현 원장은 “오랜 불면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잠들어 있을 때보다 잠깐이라도 깬 시간에 대해 훨씬 더 잘 인지하고 기억합니다. 그 결과 지속적으로 잠을 잘 못 잤다고 느끼게 되죠. 수면다원검사를 해보면 실제로 30초간의 수면 시간 동안 15초 이상 잠을 잘 때 뇌는 ‘자고 있다’고 해석하는데, 자주 자다 깨다 반복하다 보니 본인은 숙면하지 못했다고 느끼게 됩니다. 불면증의 치료는 전체 잠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짧은 시간이라도 어떻게 숙면을 늘리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잠든 직후의 90분이다. 바로 이때가 수면의 골든 타임이기 때문. 왜 이 수면이 이토록 중요할까? 잠들자마자 첫 번째로 찾아오는 논렘수면이 잘 이루어지면 뒤따라오는 수면 리듬도 제자리를 찾아 자율신경이나 호르몬도 원활하게 기능한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이 첫 번째 수면에 깊게 들지 못한다고. 잠이 부족할 때 ‘자고 싶다’라고 느끼는 수면 욕구, 즉 ‘수면 압력’도 이때 대부분 해소된다. 반대로 이 골든 타임에 제대로 잠들지 못하면 밤새 얕은 잠을 자게 되고 많이 자도 피곤한 상태가 된다. 즉 잘 시간이 부족하다면 초반에 더욱 잘 자야 한다는 얘기.

 

숙면을 위한 스위치, 체온과 뇌

이렇게 제대로 깊은 잠에 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도움이 될까? 세이지 박사는 체온에 수면 스위치가 있다고 얘기한다. 잠이 들기 위해선 심부 체온 즉 몸속 체온이 평소보다 0.3℃ 내려가야 한다. 이를 위해 유용한 방법이 바로 목욕. 입욕으로 짧은 시간 심부 체온을 크게 올리면 그만큼 금방 크게 떨어지기 때문. 40℃의 물에 15분간 입욕하면 심부 체온이 0.5℃ 올라가고, 그만큼 떨어지는 데 90분 정도 걸린다. 따라서 잠들기 한 시간 반 전에 입욕을 하면 잘 시간 즈음에는 체온이 더 떨어지므로 서서히 잠에 빠져들 수 있다. 만약 야근을 하고 돌아와서 빠르게 잠들고 싶다면? 이때는 40℃보다 낮은 미지근한 물에 짧게 샤워하면 된다. 체온은 조금만 오르고 그만큼 떨어지는 데도 짧은 시간이 걸린다. 족욕도 좋다. 족욕은 혈액순환을 촉진해 열을 원활하게 발산시키니까.

뇌의 스위치를 끄는 것도 체온 조절 못지않게 중요하다. 세이지 박사는 “수면의 천재는 머리를 쓰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이지현 원장은 “눈을 감는다고 언제든지 잠이 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이완하고, 잠들기 쉬운 신체적, 환경적인 요소를 점검해야 하죠. 또한 잠이 오지 않는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침대에 오래 누워 있는 것도 숙면을 저해하는 행동입니다. 침실은 잠을 위한 장소로 남겨놓고 잠시 거실에 앉아 있다 졸릴 때 침대로 들어가는 편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한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침대, 같은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 바로 불을 끄고 잠을 청하는 것이 수면의 정석. 뇌는 최대한 지루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양 세기를 하더라도 한 마리, 두 마리 집중해서 세다가는 점점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면서 잠은 저 멀리 달아나게 될 거다. 양 세기는 원래 영어로 만들어진 수면 루틴으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One, Two, Three” 하고 세는 것이 아니라 “Sheep, Sheep, Sheep” 하고 센다.(Sheep이란 말이 Sleep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든지, 발음 자체가 쉽고 속삭이는 듯한 울림이라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는 등 다양한 설이 있다.)

한편 수면 저항 시간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잠들어보려 했다가 실패하고 밤새 뒤척거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 우리 뇌는 평소 취침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2시간 전부터 취침 직전까지 잠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잠을 거부하는 ‘수면 금지 구역’의 시간대가 존재하기 때문. 이런 각성을 유지하려는 시스템은 입면 직전 가장 활발하고, 그 후 급속히 활동이 약해져 수면 모드로 들어간다. 따라서 이런 날엔 무리하게 잠들려고 하지 말고 평소와 같은 시간에 잠들어 수면의 질을 확보하거나,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욕조에 몸을 담가 인위적으로 체온을 올릴 것. 다음 날 수면 부채로 인한 몸과 마음의 파산을 막고 싶다면 말이다.

 

수면 스위치를 켜는 방법

  1. 아침을 먹는다.

    많이 먹거나 꼭 밥을 먹을 필요도 없다. 씹는 행위가 우리 몸을 각성하게 해주고, 낮에 잘 깨어 있을수록 밤에 잠이 잘 온다.

  2. 햇빛을 보라.

    흐려서 태양이 보이지 않아도 생체 리듬과 각성에 영향을 미치는 빛의 성분은 뇌에 도달한다.

  3. 형광등의 백색광을 피한다.

    텔레비전, 휴대폰, 태블릿의 블루라이트도 마찬가지. 백색광을 5분 쐬면 수면 유도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멜라토닌이 몇 시간 동안이나 생성되지 않는다. 아이폰은 설정의 디스플레이에서 ‘나이트 시프트’ 모드를 지정해두면 블루라이트를 피할 수 있다.

  4. 시각으로 뇌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폭력적인 장면을 보면 우리 뇌는 위험을 느끼고 각성되는 경향이 있다. 저녁 시간엔 최대한 평화를 유지하라.

  5. 잠에 대한 걱정을 버려라.

    우리 몸은 저절로 잠들게끔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당신이 지나친 걱정과 염려로 뇌를 풀가동시키지 않는 한.

  6. 나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보라.

    슬립 사이클 클락(Sleep Cycle Clock) 같은 앱을 이용하면 밤새 얼마나 얕은 잠과 깊은 잠을 반복하는지, 몇번이나 깼는지, 코를 고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만약 수면 품질이 정상 이하라면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할 것.

  7. 알람을 두 개 설정한다.

    논렘수면에선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기 힘들지만 렘수면 시에는 비교적 잘 깨어난다. 아침 무렵엔 렘수면의 지속 시간이 길어지므로 20분을 전후로 지정해두면 자연히 렘수면 시에 깨어날 수 있다. 단 첫 번째 알람은 짧고 미세한 소리로 설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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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이 현정,사진|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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