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안 하는 이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연애 안하는 이들에게 물었다. 못하는 거 아니라 안하는 거 맞냐고. | 바자,연애,사랑,비혼,관계

연애? 하면 좋다. 근데 만날 사람이 있어야 만나지 않나.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니 이성을 만날 방법이라고는 소개팅 말고는 없다. 소개팅 후 애프터까지 거치고 나면 2주 정도의 나의 주말과 30만 원 정도 비용이 드는 것 같다. 근데 그렇게 한다 해서 서로가 좋은 감정이 생기는 경우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불확실한 만남에 감정, 시간, 비용을 소비하는 것보다 내가 더 만족을 느끼는 취미나 자기계발에 시간과 비용을 소비한다. 연애를 안 한다기보다 그냥 현명한 소비를 택한 것 일뿐. -28세, 프로그래머귀찮다. 남자친구가 있으면 지금 이 순간이 좀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건 순간일 뿐. 그 순간을 위해 나 이외의 사람에게 공을 들이고 애정을 쏟고 돈, 시간, 마음을 비롯한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나눠야 하는데 나 하나 챙기기도 벅차다. 내 돈과 시간 모든 나의 것들을 오롯이 나에게 쓰고 싶다. 먼 미래에는 이런 의미로 애를 낳기 싫어지겠지. -30세, 디자이너 비상사태다. 내 인생이 아니라 회사가. 일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입사 후 지속되니 연애고 뭐고 아무 생각이 안 들더라. 주말에는 잠자기 바쁘다. 얼마 전 친한 오빠가 따로 술이나 마시자고 하는 연락을 받았는데 답장하는 걸 까먹을 정도로. 이쯤 되면 제정신이 아닌데, 이렇게 살다 보면 그냥 부모님이랑 살 것 같다. -32세, 직장인롤플레잉 게임도 아니고, 썸 타기 시작해서 100일 기념일, 서로의 생일, 1주년 기념일. 싸웠다 화해도 해보고 상대가 달라질 뿐 연애 진행은 별반 다르지 않다. 캐릭터 바꿔가며 리셋하는 느낌인데 그나마 현실은 게임보다 캐릭터가 적어서 흥미로운 전개를 기대할 수 없다. 게임처럼 설레는 ‘히든 퀘스트’ 없이 그 나물에 그 밥인 것 같은 남자들을 만나다 보니 연애에서 기대할 수 있는 과정과 결과를 모두 알게 되니 시시하달까. 꼭 해야하나 연애. 이 길고 긴 대서사시를 다시 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31세, 프로야근러 자존심 다 구겨가면서 가끔은 스스로가 비굴하게 느껴질 만큼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다가도 차가운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나면 연애 의지는 모두 사라진다. 그렇게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여러 번 자존감을 갉아먹고 나면, 구멍이 송송 난 치즈처럼 마음이 공허해지고 차라리 연애 안 하고 정신 승리하며 독신에 비혼을 외치게 된다. -31세, 건축가아무래도 연애를 시작하면 시간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내가 지금 뭐 하는지, 상대는 뭐 하고 있는지 서로 연락하고, 만나서 얘기하고, 비는 시간마다 서로를 만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생긴다. 그런 압박 없이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게 좋다. 연애를 하는 게 은근히 눈치가 보이고 속박되는 일이라는 걸 몇번의 연애 끝에 깨달았다. -27세, 학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