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코트를 입고 낑낑대며 나왔는데 따뜻했을 때. 겨울이면 겨울다우란 말이다. – 뷰티 에디터 박지원
체감온도 영하 8도를 자랑하던 그날, 샴푸로 신나게 거품을 내고 김이 모락나는 온수를 기대하며 샤워기를 튼 순간 누군가 얼음물을 한 바가지 뿌리는 줄 알았다. 보일러 고장 당첨! 이런 일은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줄 알았더니. 뼛속까지 파고드는 그 차디찬 물, 다시 생각해도 소름끼친다. – 뷰티 디렉터 이현정
큰마음 먹고 코트에 목도리까지 칭칭 감은 채 6층에서부터 내려갔는데 아이코스 스틱이 충전이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칼바람 속에서 가방을 헤집으며 교통카드를 찾을 때,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들고 오다가 손으로 넘쳐 흘러서 손이 더욱 시려울 때, 내 자신이 좀 싫다. –피처 디렉터 김지선
마감 야근 후 집에 가는 택시를 잡을 때. 1. 신사동 가로수길이 근접한 대로변에 위치한 회사 2. 그 회사로부터, 걷기엔 멀고 택시를 타기엔 애매한 위치에 있는 집 3. 여기에 새벽 늦게까지 유흥을 즐기는 인파로 가득한 연말 시즌. 이렇게 최악의 3요소가 합쳐지면 응답 없는 카카오톡 택시를 기다리든, 콜택시를 부르든, 나가서 추위에 떨며 택시를 잡든,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 –패션 에디터 이진선
모스크바가 영하 2도인데 서울이 영하 12도라는 뉴스 볼 때, 아침에 수도꼭지를 눌렀는데 각도를 잘못 틀어서 3초 정도 차가운 물이 흐를 때, 전광판에서 3030번 버스 도착이 아직도 10분이나 남았을 때. –피처 에디터 김아름
심하게 건조한 피부이고 더운 걸 정말 무척이나 싫어하는데 무지막지하게 히터를 켠 버스를 탔을 때, 얼굴은 타버릴 것 같고 숨도 못 쉴 것 같아 너무 괴로워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려버린다. 기사님 고현정 누나한테 혼나야 할 듯. 얼굴은 어렸을 때부터 건조했는데, 요즘은 부쩍 몸의 피부도 건조함을 느낀다. 누군가 나이 들어서 그렇다고 했는데… 슬픈 일이다. 사무실도 꽤 건조해 패션팀 L 선배가 사용하시는 미니 가습기를 구입할 예정. –패션 어시스턴트 에디터 이병호
한기를 피하고자 들이켠 뜨끈한 어묵 국물에 목구멍이 홀딱 덴 순간. –뷰티 에디터 박규연
겨울을 좋아하는 나로선 짜증스러운 순간은 ‘무’에 가깝다. 물론 더위에 취약하기 짝이 없는 몸뚱아리 탓에 더더욱 겨울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내 생일부터 시작해 크리스마스, 연말, 그리고 새해 왠지 모를 설레는 기분까지! 찬바람이 불 땐 사랑하는 이와 꼭 붙어서 길거리를 쏘다니고, 단골 오뎅 바에 앉아 친구들과 나누는 뜨끈한 정종, 새하얀 눈이 오면 그 자체로 낭만적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겨울의 짜증나는 순간을 굳이 꼽자면? ‘누군가가 얼음장 같은 차디찬 손으로 내 뒷목을 잡을 때’ 정도?! –패션 에디터 윤혜영
따뜻하고 아늑한 집을 그리며 출장에서 돌아왔는데 문을 따려는 순간 열쇠를 분실한 사실을 알아챘다. 결국 방범창을 절단하고서야 도둑처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참고로 이날 기온은 영하 10도였고 나는 씻지도 못한 채 트렁크를 끌고 집 앞에서 2시간을 서성였다. 날씨와 내가 저주스러운 순간이었다. –패션 에디터 이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