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남자, 양세종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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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남자, 양세종

한동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사랑의 온도>의 온정선 셰프가 아닌 배우 양세종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졌다. 지독한 날씨의 베를린 거리를 걸으며 알게 된 양세종이라는 현실 남자에 대하여.

BAZAAR BY BAZAAR 2018.01.03

캐주얼한 디자인의 코트는 Lanvin, 터틀넥 니트 톱은 System Homme 제품.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온 셰프’와 베를린으로 화보 촬영을 간다. 이 사실만으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의 인기가 이렇게나 많았나, 새삼 놀라울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 시간에 늦고 말았다. 미탑승객을 찾는 안내 방송이 소란스레 울려 퍼졌고, 숨이 끊어질 정도로 전력질주를 해서 간신히 비행기에 오른 두 에디터에게 양세종이 장난스레 말했다. “제 심장을 움직이셨습니다. 원래 잘 안 움직이는데, 오늘은 움직였어요. 괜찮아요. 저는 심장 뛰는 일은 다 좋아하거든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대사다.

자꾸만 그가 ‘굿스프’에 일주일 휴가를 내고 공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안 돼서일 거다. 그는 작년 이맘때 <낭만닥터 김사부>로 데뷔하여 <듀얼>과 <사랑의 온도>를 거쳐 딱 일 년 만에 주목받는 배우이자 사랑받는 남자로 떠올랐다. 이코노미석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하는 열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그가 가진 매력이 뭔지 생각해봤다. 눈빛이 좋다. 아니다, 목소리다.(단정하고 분명한 말투는 드라마 밖에서도 똑같다.) 서글서글한 얼굴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강아지 같다. 그냥 귀엽다. 그가 웃으면 저절로 입꼬리가 따라 올라간다. <사랑의 온도>로 그에게 ‘입덕’한 여자들이 하는 말이다.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양세종의 매력은 온정선 캐릭터와 상당 부분 혼재되어 있다. 올바르고 다정하며 자기 일에 대한 산뜻한 열정을 가진 남자라니. “모든 걸 받아주는 남자 기대 하지 마. 여자들이 만들어낸 환상에만 있어. 나 현실 남자야. 현실 남자로 대해줘.”라는 대사가 무색할 만큼 현실성이 없다. 우리는 실제의 양세종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들은 소문이든 짐작이든 그에 대한 데이터가 쌓일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온 셰프를 기대하고 만난 현실 남자에게 다소 실망한다고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부터 말하자면, ‘현실 남자’ 양세종은 분명히 드라마 속 캐릭터를 능가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금세 우리에게서 멀어질 배우가 아니며, 우리의 심장을 움직이게 할 또 다른 작품들을 기대해봐도 좋다는 얘기도 된다.

화보 촬영을 위해 베를린에 며칠 동안 머물며 관찰한 양세종에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면들이 있었다. 공항에서는 “같이 다녀야지, 왜 따로 다녀?”라며 스태프들의 짐을 함께 들어주다가도 호텔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식당까지 택시를 타지 않고 혼자서 걸어 오기도 하고(구글맵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스태프들보다 한 시간 먼저 호텔에서 나섰다), 아침 8시까지 술자리를 가진 직후인 오전 11시에 이미 러닝머신 위에 있기도 했다. 촬영 전날에는 에스프레소 두 잔만 마신 채 내내 러닝머신 위를 뛰며 하루 만에 3kg을 감량했고(물론 누구도 청하지 않았다), 심지어 새벽 5시에 촬영이 시작된 날에도 새벽 4시에 일어나 러닝머신 위를 뛰었다. 모두가 투덜대고야 마는 베를린의 지독한 날씨에 하루 종일 노출되어 있었던 날에도 춥다는 내색 한번 없었고, 출장 중에 생일을 맞은 사진가를 위해 밤 시간의 낯선 동네에서 티라미슈 케이크와 멋진 초를 공수해 온 것도 그였다. 남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남을 배려하고,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양세종이라는 남자가 가진 특이점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사랑의 온도>나 이 드라마로 인해 얻게 된 인기는 이미 그의 머릿속에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일에 무섭도록 몰두한 후에는 곧장 새롭게 몰두할 대상을 찾는다는 그가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한동안 꽤나 빠져 있었던 드라마 이야기를 실컷 할 줄 알았던 인터뷰는 자연스레 양세종이라는 현실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들어갔다.

코트, 니트, 와이드 팬츠, 머플러, 스니커즈는 모두 Lanvin 제품.

애비에이터 재킷, 베이식한 셔츠, 데님 팬츠는 모두 Polo Ralph Lauren, 부츠는 Paul Smith,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는 uNrmL, 터틀넥 톱은 Haleine,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기능성을 강조한 백팩은 Samsonite RED 제품.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마음에 들어요? 베를린에 있는 동안 낯선 도시에 와 있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어요. 좋은 의미로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함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들이어서 감정적으로 편안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늘 뼛속까지 파고들던 베를린의 지독한 추위도 좋아할 수 있어요? 추위까지 좋아하려고 노력했어요. 어찌 됐든 촬영은 해야 되는데, 진짜 춥다, 빨리 끝내고 싶다고 생각해봤자 상황은 변하지 않고 더 지치기만 할 뿐이잖아요. 그럴 때 저는 그냥 받아들여요. 그냥 안고 가요. 그러면 더 좋은 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끝내고 돌아와서 뿌듯한 마음으로 왕뚜껑 사발면 하나 먹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잖아요.(웃음)

매 상황에서의 집중력이 인상적이었어요. 새벽부터 이어진 화보 촬영이 끝나고 피곤했을 텐데, 이 바이브로 계속 가야 된다며 곧장 인터뷰를 하자고 했죠. 어제는 화보 촬영을 위해 하루 종일 러닝머신을 뛰었고요. 작품에 들어가면 연기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원룸을 구해서 틀어박히고 휴대폰도 ‘무음’으로 해놓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독한 면이 있는 사람이네요.(웃음) 스스로를 궁지에 밀어넣어요. 촘촘히 목표를 설정하는 걸 좋아해요.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이에요. 베를린에 온 가장 중요한 목적은 화보 촬영이죠. 화보 촬영이 잘 끝난 다음에는 인터뷰에서 일대일로 제대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요. 물론 피곤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되니 텐션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져요. 몸부터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죠.

그러다 몰입해야할 것이 없어지는 순간이 오면 공허함을 느낄 것 같기도 해요. 생각이 엄청 많아져요.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너는 불안정하고 불안하고 충동적인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침착해질 필요가 있다.” 스스로도 이런 면을 너무 아니까 누르려고 순간 순간 몰입할 것을 찾는 것인지도 몰라요. 100% 이상의 몰입을 경험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별의별 잡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사랑의 온도>를 떠나 보낸 지금의 마음은 어떤가요? 마지막 신을 찍고 나서 들었던 감정은 딱 하나였어요. 다 털어내고 싶다, 다 비워내고 싶다. 드라마뿐 아니라 지금 내 안에 있는 복잡한 것들을 싹 비워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럴려면 우선 혼자 시간을 충분히 보내야겠죠.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익숙한 것들로부터 좀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 이번 연말에는 여행을 다녀오려고 해요. 항공편은 편도로 끊을 거예요.

양털 트리밍이 가미된 무톤 코트, 니트, 팬츠는 모두 Neil Barrett, 니트는 Calvin Klein Platinum, 모던한 디자인에 은은한 컬러를 가미한 백팩은 Samsonite RED 제품.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럼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건가요? 길어야 2~3주겠지만, 돌아오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아야 압박감이 덜하겠죠? 일 생각은 안 하려고요. 절대 안 할 겁니다.(웃음)  연기나 캐릭터가 아닌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돌아보고 싶어서요. 온전히 나만의 생각을 하고 싶은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서울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새벽에 혼자서 제일 편안한 복장으로 음악 들으면서 걷는 걸 좋아해요. 시간이랑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걸으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길게 늘리는 거죠. <사랑의 온도>를 찍을 땐 학동에서 지냈는데, 학동역에서 시작해 도산공원 사거리로 직진해서 청담까지 넘어간 후 골목길로 다시 돌아오면 두 시간 정도 걸려요.

새벽에 도산공원 사거리 부근에서 얼쩡거리면 온 셰프와 마주칠 수도 있는 거군요.(웃음)  드라마가 한창 방영될 때도 거의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어요. 지금 이 모습은 다 거짓이거든요. 머리를 하고 메이크업을 받은 거잖아요. 평소에는 옷도 이런 것 안 입고 다니죠. 추리닝에 롱 패딩 하나 입고, 수염도 안 깎아요. 왜 깍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수염이 덥수룩한 양세종이라니 저라도 못 알아볼 것 같아요. 지금은 온정선 셰프가 곧 양세종이라고 느껴지니까요. 드라마 속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모습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없어요. 작품을 할 때는 조심을 해요. 이를테면 온정선을 연기할 때는 공개된 곳에서는 담배를 안 피웠어요. 혹시나 사진이 찍혀서 퍼지면 사람들의 몰입에 방해가 될까 봐. 근데 작품이 끝나면 저는 그냥 세종이죠. 게다가 모든 사람들은, 입체적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끝도 없이 정말 많은 면을 가지고 있잖아요.

로브는 Emis, 셔츠, 팬츠는 모두 Ordinary People 제품.

가죽 재킷은 Sandro Homme, 팬츠는 Chris Christy, 클래식한 디자인에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를 사용한 백팩은 Samsonite RED, 터틀넥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클래식한 디자인의 재킷, 터틀넥 니트, 팬츠, 스카프, 슈즈는 모두 Polo Lalph Lauren 제품.

슬림한 실루엣의 코트, 스포티한 셔츠, 팬츠는 모두 Prada 제품.

사람들이 가진 예측불가한 면들을 관찰하는 걸 즐기는 편인가요? 굉장히 재밌어 해요. 우리 모두가 다 그렇잖아요. 일상에서도 어떤 캐릭터를 가진 친구가 전혀 할 것 같지 않은 행동을 불쑥불쑥 하잖아요. 평소에 놓치고 있던 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때 저는 웃음부터 나와요. ‘얘, 왜 이래?’가 아니라 ‘얘가 이런 면도 있었네.’ 싶은 거죠. 잠시 후에 있을 술자리에서 보실 겁니다.(웃음) 저든, 그 자리에 있는 다른 누구든, 분명히 ‘이런 면도 있었네’ 싶은 행동을 할 거니까요.

기대됩니다.(웃음) 양세종이라는 사람이 가진 의외의 면은 뭘까요? 저는 성격이 극과 극인데, 좋아하는 건 되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진짜 싫어해요. 말도 최대한 솔직하게 하려고 하고요. 일부러 그러는 것도 있어요. 평상시 나에게 솔직한 것이 연기와도 연관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주위에서는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죠.

절대 참지 못하는 상황은 이를테면 어떤 건가요? 예를 들면 일하는 관계에서, 몇 개월 전에 A에 대해 말하며 그렇게 하자고 합의했는데, 이후에 상대방이 갑자기 말을 바꿔서 그 얘기는 B였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때 저는 말을 세게 해요. 상대방이 높은 사람이라거나 나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사람이어도 그렇게 해요. 왜냐하면 그렇게 안 하면 끙끙 앓으니까. 분해서 막 눈물 나요. 이 사람한테 화가 나는 것보다 나 자신한테 화가 나는 거예요. 이 사람한테는 이렇게 하고, 저 사람한테 가서는 저렇게 하고, 사람을 가려가면서 대하는 걸 가장 싫어해요.

베이식한 디자인의 코트는 uNrmL 제품.

베를린에 도착해서 하고 싶은 걸 물었을 때 “사랑이 하고 싶다”고 답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그건 어떤 의미였나요?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온전히 둘만 있으면 되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선이는 만난 지 네 시간 된 사람에게 첫눈에 반해서 바로 “사귈래요?”라고 말했잖아요. 저는 사실 연애에 있어서는 충동적인 느낌이 들어도 그 느낌을 의심해요. 그래서 오랫동안 그 사람을 만나며 티 타임을 가져요. 정중하게 “시간 되세요?” “음식은 뭐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죠. 짧게는 3개월, 길게는 일 년도 넘게 옆에서 지켜만 본 적도 있을 정도로 사랑에 있어서는 신중한 편이에요. 그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서요.

온정선 셰프는 매우 소중한 캐릭터였지만, 실제의 양세종은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아요. 양세종과 온정선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가요? 저도 비슷한 줄 알았는데 온정선을 알면 알수록 저랑은 다르더라고요. 일단 사랑에 다가가는 방식부터 이미 다르고요. 정선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자기가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억누르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상대방을 신뢰하게 되면 다 열어요. 내 안에 있는 치부까지 다 털어놔요. 그게 연인이든 친구이든, 만난 기간이 얼마 됐든 상관없이 바로 오픈해요. 물론 오픈했을 때 “미친 놈이다, 또라이다” 이런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웃음) 만약 이후에 그 사람하고 관계가 틀어진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요. 그 상황에 찾아오는 어떠한 감정에 그냥 저를 맡겨요. 절대 빼지 않고, 절대 피하지 않고 그렇게 해요. 먼 계획이나 꿈도 정해두지 않아요. 다만 오늘 주어진 것을 잘해내려고 하죠. 지금의 상황에서의 본질을 보자. 지금 꼭 해야만 하는 게 뭔지 생각하자. 그리고 실행에 옮기자. 저는 그냥 그렇게 살아요.

이런 이야기는 대체로 거대해지거나 추상적으로 흘러가는데, 양세종이 이야기하는 삶의 본질이나 목표는 매우 세세하고 구체적이에요. 그 접근법이 흥미로워요. 본질은 아주 단순하고 명료하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제 자신이 붕 떠요. 항상 생각하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다음 집중할 대상은? 술자리죠.(웃음) 이제 술 마시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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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김 지선,헤어|정 선이,메이크업|강 윤진,사진|Kim Oimil,스타일링|지 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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