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대행해 드립니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연말이라 각종 모임 혹은 나를 의심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솔로를 위한 연애 대행. | 파티,연애,연말,연애대행,알리바이

얼마 전, 아는 남동생에게 신기한 제의가 왔다. “누나 금요일 밤에 뭐해?” 같이 술이나 먹자는 생각으로 연락을 한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자기 아는 형이 있는데, 회사 사람들이 게이로 오해할 정도로 여자 친구가 없어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는 거다. 죽어도 연애하기는 싫은 거의 ‘무성애자’에 가까운 남자. 그래서 괜찮으면 그의 직장동료와 함께 술 먹고 놀아줄 수 있냐는 다소 황당한 제의. “나는 뭐가 좋은 거야?”라고 물었더니. “먹고 노는 거는 걱정하지 말고 오면 되고, ‘알바비’도 준다더라”“아 근데 생각보다 하겠다는 애들이 많아.”라는 다소 충격적인 말 이후 고민할 틈도 없이 승낙을 했다. 궁금했다. 그들의 심리와 이유.생각보다 치열했던 경쟁률(?)을 뚫고 나온 나의 첫 대행 알바. 좀 불편한 자리라는 걸 빼고는 대학 MT에 온 기분으로 모르는 사람이랑 맛있는 것 먹고 노는 정도? 에디터의 직업 정신이 발휘되는 순간은 단연코 처음 보는 사람과 친근하게 대화를 한다거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물론 의심을 피하고자, 하루 전 나의 ‘하루 남친’이 되어줄 고객과 한 시간 가량 전화를 했다. 그와 나의 만남은 약 한 달 전이고, 사랑에 빠지진 않았지만 그의 적극적인 구애로 연애를 시작한 상태, 서로를 아직은 알아가는 정도이며, 스킨십은 교묘히 언급을 돌리자고 서로 합의했다.1차로 밥을 먹고, 2차로 술을 마시며 연인 분위기를 내자 알바는 성공적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만지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보호한다는 생각 아래 가장 걱정했던 이상한 스킨십은 없었다. 모임이 파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한 숨 돌리며 그에게 물었다.주변에 이렇게 해 줄 사람 없어요?”일명 ‘남중-남고-공대’ 플로우를 탄 그에게 여사친은 황금보다 귀했으며, 마음에 드는 여자는 있었을 지언정 친한 여사친은 없다는 그의 말을 듣고 이해가 됐다. 그래도 죽기보다 ‘게이’로 오해받기는 싫었단다.생각보다 ‘꿀알바’였지만 씁쓸하기도. 모르는 사람과 밥을 먹으면 체하기 쉽상인 사람과 어색한게 티가 나는 사람에게는 피하는게 좋은 알바라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에 드는 다른 생각은 연애 안하는 ‘언젠가 나에게도 이런 피할 수 없는 자리가 올지도 모른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