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했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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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했다

연애와 결혼은 180도 다르다고? 다른 건 몰라도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연애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BAZAAR BY BAZAAR 2017.11.22

친구야? 나야?”

연애 7년, 결혼 3년 차 이런 유치한 질문까지 해봤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생활 습관이 변할 순 있지만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더라. 연애 때부터 우리의 싸움은 늘 그의 친구들에서 시작했다. ‘담배나 피자’며 (나는 정말이지 이런 만남이 쓸데없어 보였다) 만나는 동네 친구들이 여기저기 포진된 그는 나랑 만날 때 친구들을 끼웠다. 2시에 약속을 하면 1시 50분까지 친구들을 만나다가 2시 20분에 약속 시간에 나타나거나, 친구랑 노는 곳으로 오라고 하거나,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식이었다. 밤 11시경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그가 다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날에는 ‘하루 종일 같이 놀고 마무리를 이런 식으로 보내면 안된다’며 억지스런 심술을 부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온종일 열심히 즐겁게 놀고, 나름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남자친구가 ‘먼저가! 난 친구들이랑 더 놀다 들어갈게’ 라고 하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조금 더 너그럽고 착한 여친이었다면, 그가 ‘빨리 오라’고 꼬시는 친구에게 NO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덜 싸웠을까? 물론 그의 마음 한 켠엔 친구를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도 컸을 거다. 그래도 연애할 때까진 잘 몰랐다. 이러한 ‘YES맨’ 성격은 결혼 후에 더 큰 문제가 될지는.

결혼 후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나 오늘 일이 새벽 늦게 끝나서 밤을 새고 와야 할 거 같아” 업무가 바쁘다는 그에게 나는 걱정의 메시지를 보냈다. “꼭~ 밥 챙겨먹고!” 그리고 그는 아침에 들어왔다. 문제는 3일 뒤에 터졌다. 우연히 친구에게서 온 카톡에서 수상한 낌새가 느껴진 것. 친구들의 단톡방을 몰래 들여다 봤는데 3일 전 밤샘업무를 한다는 그날 오후 4시, 그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아내에게 새벽에 일 끝난다고 했는데, 지금 끝나 버렸어. 어찌할까?” 친구의 유혹이 아닌 본인 스스로 친구들과 함께 하기를 원했던 그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나는 그를 추궁했고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할말이 없었겠지) 곱씹을수록 상처뿐인 날이었다.

 

밤 11시에 유부남을 불러내는 무개념이 누구냐?”

신혼 초에 잠깐 나갔다 오겠다는 남편의 말에 장난스레 대답했다. 총각 때는 그럴 수도 있지. 나도 밤 늦게 불러내는 친구의 부름에 버선 발로 뛰쳐나갈 정도로 친구들을 좋아했던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결혼 후 나의 집, 나의 가정이 생긴 후로는 가족과 있는 시간을 방해 받고 싶지 않아 웬만하면 메신저를 이용하거나 꼭 필요한 순간에만 통화하는 습관이 생겼다. 함께 사는 남편을 나만의 배려 방식이었다. 아주 친한 친구라 할 지라도 “나 남편이랑 둘이 있어서 톡 할게.” 라고 직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의 친구들은 내가 있건 없건 남편을 불러냈고, 그는 순간적으로 내 눈치를 보지만 ‘먼저 자’라는 말과 함께 외출하기 일쑤였다. 밤 늦게 전화 오는 친구도 짜증이지만, NO를 외치지 못하고(아니면 안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남편의 모습에 더 화가 난다. “시간이 몇 신데! 또 만나?”라고 묻는 나에게 “우리가 맨날 만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요즘 진짜 안 만났어! 잠깐만 갔다 올게” 라고 말하는 그에게 말하고 반문하고 싶었다. 니가 말하는 ‘우리’엔 내가 없다는 걸 아냐고.

 

친구랑 불금 보냈으면, 주말엔 좀 일어나 줄래?”

내 성격이 X랄맞다 보니 나도 가끔씩 ‘남편이 나보다 너그럽고 착한 여자를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친구 만나는게 뭔 대수냐’며 그를 이해해보려는 찰나, 남편의 친구 사랑은 한결 같았다. 금요일 퇴근길에 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고 들어가겠다는 게릴라성 통보도 모자라 새벽까지 놀고 주말 내내 침대와 한 몸이 있는 꼴(!)은 정말이지… 한숨이 나온다. 그럴 때마다 우린 싸웠다. 처음에는 누워있는 남편을 이리 깨우고 저리 깨웠지만 이제는 그냥 자고 있는 남편을 두고 혼자 나가버린다. 나도 오매불망 기다린 주말인데 마냥 흘려 보내고 싶진 않으니까. 쫌 심심하긴 하지만 괜찮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하지만 결혼이란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삶 아닌가? ‘이변’이 없는 한 평생토록 함께 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니 결혼 생활의 배려는 다른 게 아니다. 상대방이 내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미리 말해주는 것, 이미 함께 하고 있지만 더 즐겁게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배려다. 연애할 땐 함께 집에서 늘어져 TV를 보는 로망이 있었다 할지라도, 함께하는 게으름이 즐거운 거지 혼자만의 게으름은 누군가를 외롭게 만든다. 그러니까 친구랑 불금 보냈으면 주말엔 좀 일찍 일어나. 누구는 뭐 친구 없냐?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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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윤 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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