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빠르망 & 라빠르트망
결말의 싸움
영화 ‘라빠르망’은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를 대부분 갖췄다. 뱅상 카셀의 조각 같은 젊은 시절, 단연코 최고였던 모니카 벨루치의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낭만적인 파리의 풍경.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자극적인 ‘관음’과 ‘4각관계’. 흥미롭고 자극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프랑스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라빠르망’의 맥락과 내용을 90% 담은 연극 ‘라빠르트망’은 현대로 잘 옮겨왔다. 깔끔하고 매력적인 스크린, 파리의 거리를 떠오르게 하는 가로등이 설치된 무대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돌아가는 원형 무대를 바탕으로 엇갈리는 주인공들의 시선이 잘 드러나며, 시간이 흘러가면서 엇갈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더 안타깝게 보여준다.
아름다운 모니카 벨루치가 연기한 리자의 모습은 발레리나 김주원의 몸짓으로 바뀌었고, 오지호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서툰 막스의 마음을 드러낸다.
다만 연극 라빠르트망의 결말은 영화 라빠르망과는 다른 노선으로 흘러간다. 감정은 좀 더 절제되었으나, 좀 더 희망적으로 열린 채 마무리된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라빠르트망’이 사랑에 관한 남녀의 이야기라면,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는 대가족을 배경으로 한 인생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 빅 대디 부부와 두 아들 내외가 그리는 사랑, 재산, 인생에 관한 총체적인 이야기.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으로, 그는 이 연극으로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 상을 수상하며 800회의 이르는 장기 공연을 펼쳤다.
라빠르트망과는 다르게 원작과 1955년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 둘째 아들 브릭 내외 부부의 싸움을 시작으로 재산을 둘러싼 가족간의 갈등을 다룬다. 본인이 게이라는 것을 외면하고 싶은 브릭과 오히려 그 열쇠를 제대로 쥐어주는 아버지 빅 대디의 싸움은 흥미진진하다. 아버지의 병세를 비밀에 부친 가족들을 뒤로하고, 브릭은 아버지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폭로한다. 이를 무마하는 건 브릭을 사랑하는 아내 마가렛. 삶의 ‘희망’을 갖게 만드는 선의의 거짓말들이 담긴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는 지금 시대에 생각해 보면 고루하다 느낄 수 있는 고전적인 이야기지만 삶에 대한 본질은 같다는 것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