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얼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가장 보통의 얼굴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고, 대체로 무해하며, 어떤 장르와 이야기에도 자기 자리를 가지고 있는 보통의 얼굴을 지닌 배우들이 나타났다.

BAZAAR BY BAZAAR 2017.10.29

사실 배우들에게 ‘보통의’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존재 자체로 소시민을 대변하는 송강호라든가 유해진 같은 배우가 아닌 다음에야 ‘보통 사람’ 같은 표현으로 꾸민들, 실은 꾸며준 것이 아니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젊고 아름다운 ‘보통’의 배우들을 이야기할 때의 ‘보통’을 대충 평균 어디 즈음의 의미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의 ‘보통’은, 주변 어디에 있어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렇지만 마음먹고 찾아보고자 한다면 눈을 씻고 찾아도 없는 그런 남자라는 의미다. 날카로운 콧날이나 수려한 이목구비, 훤칠한 키와 비현실적인 비율로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대신, 익숙한 듯 평범한 듯한 느낌이지만 자기만의 매력을 가진 이 남자 배우들의 얼굴과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보통’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쓴 첫 드라마 <알 수도 있는 사람>이 웹상에 공개되었던 8월의 첫 두 주 동안, 늘 몇 통의 메시지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보통 진영A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이었다. 주인공 이안(최수영)의 전 남자친구 진영A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은 심희섭이다. 드라마 <역적>에서 길동이 형으로 나온 배우. 여기서도 감이 오지 않는다면 영화 <변호인>의 윤 중위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심희섭이다. 이 배우의 얼굴은 희미한 듯하면서도 어쩐지 잊혀지지는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진영A는 여자친구에게는 언제나 져주고, 어떤 순간에나 다정한 남자다. 배우 심희섭이 주는 느낌도 비슷하다. 어떤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조용히 내 편에 서줄 것만 같고, 대체로 무해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상처주지 않을 것 같은 말간 얼굴의 남자. <변호인>과 <역적>에서처럼 자신의 양심이 시키는 일을 하며 끝내 옳은 선택을 할 것만 같은, 어쩐지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지만 실은 놀랍게도 희귀한 존재인 그에게 어느새 스며들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도 지홍아(조보아)를 향한 그의 애틋한 사랑은 올곧고 흔들림이 없고, 지고지순하다. “내 하나뿐인 호구” 소리를 들으면서도, 기꺼이 사랑의 편에 서기를 택하는 그에게서 멜로 장인의 싹이 보인다.

어딘지 미묘하게 심희섭과 닮은 배우 공명은, 단연 로맨틱 코미디에서 자신의 매력을 드러낸다. 신이라는 사실만 잊고 본다면 드라마 <하백의 신부> 속 비렴 캐릭터 역시 어딘지 장난기 어리고 자유로운 공명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런 공명의 매력이 최대치를 찍은 작품은 단막극 <개인주의자 지영씨>다. 이 드라마에서 공명이 연기한 벽수는 개인주의자인 지영(민효린)의 삶에 서슴없이 끼어드는 남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폐나 무례로 보일 수 있는 모습마저도 공명이 연기하면 사랑스러움이 더해져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젊은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 만큼, 공명에게는 재지 않고 아낌없이 사랑했던 20대의 연애를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다정하고 귀여운 연하남에 대한 오랜 판타지가 현실을 딛고 선다고 할 때, 공명이라는 배우 이상의 선택지는 없지 않을까. 주머니가 조금 가벼워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 재미있는 데이트를 하고, 차근차근 정석의 길로 연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남자. 물론 공명 같은 남자를 지하철에서 만날 확률은 공룡과 같은 칸에 탈 확률 정도겠지만.

어딘지 미묘하게 심희섭과 닮은 배우 공명은, 단연 로맨틱 코미디에서 자신의 매력을 드러낸다. 신이라는 사실만 잊고 본다면 드라마 <하백의 신부> 속 비렴 캐릭터 역시 어딘지 장난기 어리고 자유로운 공명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런 공명의 매력이 최대치를 찍은 작품은 단막극 <개인주의자 지영씨>다. 이 드라마에서 공명이 연기한 벽수는 개인주의자인 지영(민효린)의 삶에 서슴없이 끼어드는 남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폐나 무례로 보일 수 있는 모습마저도 공명이 연기하면 사랑스러움이 더해져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젊은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 만큼, 공명에게는 재지 않고 아낌없이 사랑했던 20대의 연애를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다정하고 귀여운 연하남에 대한 오랜 판타지가 현실을 딛고 선다고 할 때, 공명이라는 배우 이상의 선택지는 없지 않을까. 주머니가 조금 가벼워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 재미있는 데이트를 하고, 차근차근 정석의 길로 연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남자. 물론 공명 같은 남자를 지하철에서 만날 확률은 공룡과 같은 칸에 탈 확률 정도겠지만.

이주승은 앞선 배우들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순해 보이는 인상과는 거리가 먼 기다란 눈매와 묘한 표정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이주승에게는 영화 <살인의 추억> 속 박해일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도무지 해석이 되지 않고 진실이 보이지 않는, 투명하도록 희지만 불투명한 표정의 그 얼굴. 생각해보면 심지어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이주승이 연기한 FD는 사람이 아닌 귀신이지 않았나. 그래서인지 이주승은 각양각색의 평범한 한국 남자들과 뒤섞여 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배우같이 생기지 않았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주승은 아주 복잡한, 보통의 남자와 같은 느낌을 준다. 취업준비생, 고시생, 백수까지, 무언가에 실패를 했을 것 같은 젊은 남자의 얼굴로 어디에나 섞여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 이주승이 예상치 못한 매력을 선보인 작품은 바로 윤성호 감독의 웹드라마 <썸남썸녀>다. 서준영에 안재홍까지 한국 청춘영화의 대세 인디 남자 배우들이 함께 출연했던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것 같지 않은 모태솔로 4호 이주승을 만났다. 여기서 보여준 뚱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은 <식샤를 합시다 2>에서도 볼 수 있다. 비록 드라마 <보이스>에서는 다시 사이코패스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이들을 다음 세대 한국 드라마의 얼굴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가진 ‘보통’에 남자다움이나 강인함, 오만이나 거만을 자신감이라고 포장하는 나쁜 남자 판타지가 자리 잡을 공간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을 향한 조용한 지지와 응원은 왕자님도, 나쁜 남자도 필요 없는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이제는 필요할 때가 되었다는 의미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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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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