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자의 여인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카멜 스노, 다이애나 브릴랜드, 리즈 틸버리스 등 <바자>를 통해 매체의 혁신과 시대를 초월한 미적·문학적 감각을 펼쳐 보였던 여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재현해본다. | 에디터,지현정,김원경,태은,카멜 스노

LIZ TILBERISEditor in Chief, US Bazaar, 1992-1999이별 통보를 받았20세기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미국 의 편집장 리즈 틸버리스는 마리오 테스티노, 피터 린드버그, 케이트 모스는 물론 다이애나 황태자비에 이르기까지 특출한 재능을 자랑하는 인물들을 섭외해 자신의 비전을 구현해나갔다. 임기 동안 난소암으로 고통 받았음에도 병마가 자신의 낙관적인 사고와 추진력에 영 향을 미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강인한 정신력은 그녀가 이룬 모든 업적과 더불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힐러리 클린턴은 리즈의 사망 이후 1999년 7월호에 실린 추모 기사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리즈 틸버리스가 인터뷰를 위해 백악관 을 찾았던 것은 난소암 진단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절망적인 소 식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이 매력적이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인터 뷰가 끝난 후 그녀는 스케치 패드를 손에 들고 백악관을 배회하다가 눈길을 사 로잡는 것을 발견하면 걸음을 멈추고 그림을 그렸다. 장미 정원에 앉아 있는 그 녀를 보며 나는 끔찍한 질병에 짓밟힌 모습이 아니라 인생과 함께 앞으로 나아 가고 있는 여성을 보았다.”•••CARMEL SNOWFashion Editor, 1932-1934, Editor in Chief, US Bazaar, 1934-19571930년대 초반까지 패션 화보의 영역이란 지루한 스튜디오 속 단조로운 스크린을 배경으로 하거나 가짜 소품을 적절 히 배치하는 것에 국한되어 있었다. 1933년 의 패션 에디터가 된 스노는 패션을 스튜디오 밖으로 끄집어내어 역 동성을 전달하는 이미지로서 실험하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스노는 1930년대의 여성들이 자신들 의 이미지를 어떻게 개발하고 싶은지에 대한 직감이 있었고, 의 페이지에 그것을 펼쳐 보였다. 캐서린 헵번의 미 소가 걸린 입꼬리나 코코 샤넬 드레스의 루스한 라인에 스며 있던 개인주의, 그리고 여성성의 해방을! 반세기 전의 편집 장이 남긴 이 말은 여전히 의 독자를 상정할 때 가장 중요한 모토다. “는 ‘제대로 입고 제대로 아는 여자들’ 을 위한 잡지다.(Bazaar is a magazine for ‘well-dressed women with well-dressed minds.’)”•••ANNE SCOTT-JAMESEditor, British Bazaar, 1945~19511929년, 의 영국 에디션이 론칭되었다. 1945년부터 6년간 영국 의 에디터였던 앤 스콧 제임스는 피 처 섹션의 위상을 패션에 버금갈 정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었다. 1백8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장신에 늘 양성적이 고 우아한 스타일을 자랑했던 앤 스콧 제임스는 패션과 문학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칼럼 을 썼다. 그녀는 예술 분야로 취재 영역을 넓히고 높은 연령대의 여성들을 겨냥한 칼럼과 남성 패션 특집까지 주 제를 폭넓게 확장했다. 또한 찰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헨리 제임스와 같은 유명 작가들의 글을 소개하며 문학 적 유산을 자랑해온 에 걸맞게 자신의 친구인 존 배처먼의 시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글을 싣기도 했다. 본 인은 물론 부모와 형제자매, 남편까지도 모두 작가로 활동했던 앤 스콧 제임스는 를 떠난 뒤에도 여러 매체 의 편집장을 역임하기도 하고 소설을 쓰면서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했다.•••CARRIE DONOVANFashion Editor, US Bazaar, 1972-1977 크고 동그란 안경, 레오퍼드 코트, 직선으로 뻗은 치마, 땡그랑거리는 팔찌의 시그너처 룩으로 기억되는 캐리 도너번. 1970년 도너번은 당시 유망주에 불과했던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목소리이자 유머를 가미한 신랄한 평가를 아끼지 앉는 어드바이저를 자처했다. 랄프 로렌이 여성복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었고, 주말이면 햄튼의 별장에서 페리 앨리스, 캘빈 클라인과 번갈아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패션이 환상적으로 재미있을 때, 그리고 그것이 판매의 지표가 되기 전에 자기만의 스타일로 패션을 다루었던 그녀에 대해 칼 라거펠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패션을 사랑했어요.”•••DIANA VREELANDFashion Editor, US Bazaar, 1936~1962카멜 스노가 뉴욕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자신의 뒤를 이를 패션 에디터로 다이애나 브릴랜드를 발견한 얘기는 유명 하다. 검은 머리에 장미꽃을 꽂고 샤넬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채 태연하게 춤추던, 유난히 붉은 뺨을 가진 브릴랜드에게 스노는 스타일리시한 삶을 위한 재기발랄한 목록을 추천하는 ‘Why Don’t You....?’ 칼럼을 맡겼다. 브릴랜드는 스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녀의 제안은 가끔 퇴폐적이고, 기이했으며, 대공황 시대의 금욕적 문화 양식과는 유쾌하리만치 동떨어져 있기도 했다. 이윽고 의 패션 에디터가 된 브릴랜드는 무엇이든 기절할 만큼 사랑하고, 또 싫어했다. 그 녀의 패션을 향한 접근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이 반영돼 있었다. 스포츠웨어도 쿠튀르처럼 보이게 만드는 드문 재 능의 소유자였던 그녀에게 옷이란 올바른 방식으로 조합되기만 하면 환상적 영역으로 가는 마법의 문을 열 암호화된 단서로 여겨졌다. 사진가 루이즈 달 울프와 한 팀이 돼 케케묵은 스튜디오와 세트를 사막, 해변, 그 밖의 넓디넓은 공간 으로 바꾼 첫 패션 포토그래퍼 세대를 배출했다. 그들이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를 넘나들며 함께 만들어낸 패션 스토리 는 새로운 개념의 아메리칸 스타일의 진수라 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