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데킬라 마을의 데킬라 이야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철없고 돈없던 시절 클럽에서 들이키던 샷이 데킬라에 대한 기억의 전부라면, 멕시코 데킬라 마을로의 여행은 당신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 술,멕시코,데킬라,호세쿠엘보

호세 쿠엘보의 초대로 멕시코의 데킬라 마을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단지 흥을 돋우기 위해 마시던 샷 이상의 데킬라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1795년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데킬라인 호셀 쿠엘보는 쿠엘보 가문 10대손에 의해 운영 중이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은 데킬라가 샴페인과 마찬가지로 데킬라 마을을 포함해 멕시코의 단 4곳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이며, 다른 지역에서 제조된 술은 ‘메즈칼’이라고 부른다는 점.데킬라 마을로 가는 여정 자체는 그야말로 파티였다. 멕시코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과달라하라의 호세쿠엘보 전용 기차역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한 무리의 인디언이 나타났다. 우연히 아가베 밭에 떨어진 화산재에 의해 불이 붙어 아가베가 익으면서 발견된 술의 유래를 알리는 춤 공연을 위해서다. 기차 여행 2시간 내내 다양한 데킬라 칵테일과 맛있는 타파스를 즐기며 창 밖으로 펼쳐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호지역으로 등재된 블루 아가베 밭을 만끽하는 이 투어는 150불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이후 들어선 호세 쿠엘보 양조장 입구에는 까마귀 한 마리가 방문객을 반긴다. 까마귀의 등장이 쌩뚱맞을 수도 있지만 사실 쿠엘보는 멕시코어로 까마귀라는 뜻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말을 타고 길을 나섰다가 총으로 무장한 도적의 공격을 받은 호세 쿠엘보 1세에게 까마귀가 날아들어 목숨을 구해주었고, 그 고마움에 자신의 데킬라를 호세 쿠엘보라고 불렀단다. 시선이 까마귀 새장 밖으로 향할 즈음 마리아치(멕시코 전통 밴드)가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데킬라에 도착하니 마리아치(멕시코 전통 밴드)가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가베 밭 앞에서 4대 째 일해 온 가장 유명한 히마도르 (아가베를 재배하는 전문가)인 돈 이스마엘이 서커스에 가까운 시연을 펼쳐보이고 있었다. 우선 당나귀가 운반해 온 100킬로 가까이 되는 아가베를 땅에 떨어뜨린다. 그리고, 아가베를 날카로운 특수 장비인 코아(Coa)를 사용해 단단한 잎사귀를 쓱쓱 베어내면, 데킬라의 원료가 되는 중간의 하얀 통 피냐(piña)가 준비된다.데킬라를 만드는데 쓰려면 아가베를 7-10년 정도 한다. 나는 베이비 아가베를 땅에 심으며 내가 심은 아가베가 7년 후 멋진 데킬라로 변신할 날을 상상했다.이렇게 준비된 피나를 다루는 데도 호르네로스라고 불리는 전문인력이 투입된다. 이들이 능숙하게 도끼로 아가베 피냐를 쪼갠다. 먼저 화산석 전통 오븐에 40시간 정도 쿠킹한 후에 압착해서 최장 60시간 발효시키고, 두 번의 증류를 거치면 데킬라가 탄생한다.데킬라는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과정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1) 플라타 혹은 실버는 숙성이 필요하지 않으며, 오크통에서 최대 8주 숙성한다. 2) 실버 데킬라나 다른 데킬라와 블랜딩한 숙성 데킬라 3) 최소 2개월에서 1년까지 숙성한 레포사도 4) 최소 1년이상 숙성한 아녜호 (Anejo), 마지막으로 5) 3년 이상 숙성한 엑스트라 아녜호가 있다. 위스키보다 훨씬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 같은 태양을 받는 이 곳의 1년은 스코틀랜드의 5년에 가깝다.마침내 다다른 테이스팅 시간. 시나몬, 소금, 커피의 향을 맡아 가며 가장 어린 데킬라부터 장기간 숙성한 엑스트라 아녜호까지 했는데, 데킬라 협회가 리델 글래스에 의뢰해 만든 데킬라 잔 덕분에 향과 맛을 더 깊게 음미할 수 있었다. 올해 86세인 마스터 블랜더 돈 프란시스코가 즉석으로 블랜딩한 데킬라도 시음할 수 있었다.숙성하지 않으면 마시기가 힘들만큼 맛이 고약한 위스키에 반해, 데킬라는 숙성을 전혀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술의 질이 높다. 하드 리쿼 중 가장 칼로리가 낮은 술이 데킬라이고, 호세 쿠엘보는 데킬라 중에서도 가장 칼로리가 낮다고 하니 데킬라를 마다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호세쿠엘보의 가장 특별한 데킬라, 리제르바 델라 파밀리아가 있는 지하 셀러 방문은 어느 고급 와인 셀러보다도 멋진 공간이었다. 호세쿠엘보 가문이 매년 크리스마스 정찬 후, 셀러에 내려가 가장 좋은 데킬라를 직접 블랜딩해 마셔 왔는데, 이 좋은 맛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1995년부터그들의 셀러 밖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고, 매년 다른 예술가가 박스를 디자인 한다. 오크통에서 바로 따른 리제르바 델라 파밀리아의 맛과 향은 지금까지 알던 데킬라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부드럽고 깊었다. 양조장 옆 호세쿠엘보 가문 저택 지하에는 멕시코에서 가장 길어서 롱바(long bar)라고 불리는 멋진 바가 자리해 있다. 수십 년 전 멕시코의 일상 용품들을 아기자기하게 모아 놓아 멕시코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이 곳은 VIP들의 특별한 테이스팅 행사를 위해 사용된다.  마지막날 밤 호세 쿠엘보 가문의 저택에서 밤 늦게까지 벌어진 축하공연과 파티는 데킬라의 열정과 멋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데킬라에 짜릿하게 취할 즈음 이 취기를 기분좋게 나누던 친구들의 빈자리가 실감이 났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의 왁자지껄함과 데킬라의 짜릿함을 잠시 맛바꾼 셈이다. 돌아가서 친구들과 함께 데킬라를 다시 한번 신나게 즐기는 일만이 남았다. 데킬라는 혼자 마시는 지금도 짜릿한 술이고 같이 마시면 그 짜릿함이 배가 되는 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