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는 남자] 오사카 돈카츠 만제 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미대식가(미식가+대식가) 자베의 맛집 탐방기. 그 남자는 오늘도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줄을 선다. | 줄서는남자,돈카츠,만제,오사카,도쿄X

토요일 아침 7시 40분. 이미 줄이 길다. 오픈 시간은 11시 30분이지만 8시 30분부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을 수 있다. 나름 아침 일찍 서둘렀는데 20여명이 대기 중이다. 만제는 타베로그라는 미식 사이트에서 일본 전역을 통틀어 돈카츠 랭킹 1위인 곳이다.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먹어보러 가는 수밖에.야오역은 JR 난바역에서 30분가량 걸린다. 아침 일찍 움직일 생각이어서 첫날 숙소는 JR 난바역 인근에 잡았다. 야오역에 도착하자 일부 인파의 발길이 한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속도를 높였다.굳이 이렇게까지 서두른 이유는 도쿄X라는 품종의 돼지고기로 만든 돈카츠를 먹어보고 싶어서다. 도쿄X는 일본에서 최고로 높은 등급의 돼지고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산량이 워낙 적어 맛보기가 쉽지 않다. 만제에서는 매주 토요일 딱 25인분만 판매한다.8시 30분이 되자 종업원이 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언제부터 와서 기다렸는지 알 수 없는 가장 앞쪽의 일본인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환호성을 질러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기쁨을 만끽한다. 명단에 이름을 적고 다시 번화가인 도톤보리 쪽으로 돌아갔다. 보통은 11시 30분까지 이 지역을 배회하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어보였다.11시 30분 오픈이지만 명단의 순서상 바로 들어갈 수 없을 것이 뻔해서 12시 30분쯤 만제로 돌아왔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도쿄X가 매진되었다. 11시 30분에 오픈하는 집에 7시 40분에 왔는데도 실패다. 스물다섯 번째 안에 들지 못했다. 허무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돈카츠를 시켰다.신세계다. 알던 튀김이 아니다. 바삭거리는 식감과 기름의 풍미 때문에 웬만한 튀김요리는 다 맛있다. 만제의 돈카츠는 차원이 달랐다. 단순한 튀김이 아니었다. 좋은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튀김옷으로 재료를 잠시 가둔 느낌이다. 튀김이라 맛있는 게 아니라 돼지고기 자체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맛있었다. 육즙을 가득 머금은 소고기 스테이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중요한 것은 재료 본연의 맛을 어떻게 그대로 전달하느냐다. 단순한 진리를 자꾸 잊는다.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아무리 포장해도 그 본질은 숨길 수 없다.도쿄X를 먹기 위해 다음번에 또 올 예정이다. 배도 부르고 동네를 산책했다. 야오는 정말이지 조용하고 예쁜 동네다. 만제가 아니면 올 일 없는 동네다. 골목골목 구석구석 정처 없이 걸었다. 여유를 만끽했다. 최고의 주말이다. 여행의 모든 스케줄을 빽빽하게 채울 필요는 없다. 결국 행복하기 위해 우린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