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주택에 모인 여섯 가게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연희동 한 주택에 여섯 개 문이 열렸다. 16년 전 홍대 카페 문화의 첫 출발점이었던 카페 비하인드는 이제 다섯 가게를 만나 유행보다 균형을 이루고 있다. | 비하인드,연희동,b-hind,유어마인드,가라지가게

따로 또 같이, 연희동 한 주택에 여섯 개 문이 열려 있다. 16년 전 홍대 카페 문화의 첫 출발점이었던 건축가 임태병 씨의 카페 비하인드(b-hind)는 이제 다섯 팀의 가게를 만나 유행보다 균형을 이루고 있다.‘은는’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는?임태병: ‘은는’에는 카페 ‘비하인드’, 독립출판서점 ‘유어마인드’, 천가방가게 ‘원모어백’, 직접 만든 차를 판매하는 ‘사루비아 다방’, 차고를 활용한 가구점 ‘가라지가게’, 가방가게 ‘바이커스탈렛’ 이렇게 총 6팀의 가게가 있다. 은는이란 ‘=’ 기호를 뜻한다. 즉, 6팀의 가게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균형이 잡힌 상태를 지향한다. 쉽지 않지만 균형이 잡힌 상태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목표하는 바다.공동주거의 형태로 6팀의 가게를 각각 운영하면서 서로 주고받게 되는 영향이 있다면?유어마인드: 다른 카테고리의 가게들이 모인 거라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대부분 10여 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오던 팀들이기 때문에, 6~7년 된 유어마인드 입장에서는 배울 점이 많다. 그들이 저마다 어떤 방식으로 꾸려나가는지 그 일상을 근접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각자 필요했던 부분, 갈증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서로 채워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원모어백에서 구경을 하시던 분들이 자연스럽게 아래층의 바이커스탈렛에서 가죽 가방을 보는 식이다. 이렇게 다양한 가게들이 재미있게 얽혀 있다.요즘은 SNS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찾는 것을 강박적인 유행 혹은 일상처럼 여기는 것 같다. 오랜 시간 카페 문화를 바라보던 사람으로서 이런 추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드러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면?임태병: 그런 추세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있던 곳은 유행을 타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상권이 발달한 홍대를 살며시 벗어난 연희동에 온 것 같기도 하다. 카페 비하인드도 유행보다는 오랜 시간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자 한다. 사실 9주년이 되었을 때, ‘그만할까’ 고민을 하며 가게에 변화를 주려고 했다. 그때 많은 단골에게 의견을 물어봤는데, 모두가 공통적으로 요구한 사항은 “아무것도 손대지 말아주세요.”였다. 오랜 시간 지속적인 것이 카페 비하인드만의 특징이다.사루비아 다방: 한국 시장에서 커피를 다루는 집은 많지만 차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곳은 많지 않다. 커피에 비하면 여전히 마이너이다. 차를 잘 소비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좋은 차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인사동을 가야 되나?’ ‘한국에 유통되는 해외 브랜드들을 먹으면 되나?’ 막연하게 떠올리곤 하는데 사루비아 다방은 그런 이들을 위해 쇼룸 형태로 우리가 잘 고르고 잘 만든 차를 소개하고 있는 곳이다.‘가라지가게’를 보면 차고의 고유한 기능을 잃지 않은 채 새로운 기능을 더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최근 현대자동차와 커피빈이 한 공간 안에서 영업을 같이 하는 강남역, 여의도 등의 매장 형태가 떠올랐다. 차고를새로운 공간으로 탄생시키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가라지가게: 자동차에 초점을 맞추었다기보다는 차고가 필요 없는 공간으로 비춰지는 게 아쉬웠고, 색다른 용도를 알려주고 싶어서 이 아이디어에 착안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는 실제 사용하는 주차 공간을 그대로 살리면서 수납장을 맞춤 형식으로 제작 판매하는 형태다. 가구 판매와 주차 공간의 이용 비율은 70:30 정도이다.독립출판서점 유어마인드는 마이너를 마이너 안에서 탄탄하게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마이너의 취향조차도 메이저가 될 수 있는 요즘, 왜 메이저보다 마이너를 바라보는가?유어마인드:대중가요를 안 듣는다거나 블록버스터 영화를 안 본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창작하고 공유할 때만큼은 마이너 취향에 끌려 한다. 어쩔 수 없는 마이너의 외로움은 유어마인드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Unlimited Edition’ 이벤트로 달랜다. 이 행사는 마이너들이 조금 더 알려질 수 있는 즐거운 기회이자 명절의 개념으로 여길 뿐, 일상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결국 마이너와 메이저 사이 어딘가를 지향한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