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얘기지만 (그래도 스포일러에 질색하는 사람이라면 주의!)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진짜 주인공은 에이리언이나 여성 히어로 ‘리플리(시고니 위버)’의 대를 잇는 다니엘스(캐서린 워터스턴)가 아니라 마이클 패스밴더가 1인 2역으로 연기한 안드로이드들이다. <프로메테우스>(<에이리언: 커버넌트>는 <프로메테우스> 10년 후의 이야기다.)에서 속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비릿한 데이빗과 섬세한 감성은 거세하고 성능은 진화시켜 인간에게 더욱 이롭게 만든 월터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v=BPlDR6X5iGI
월터의 탄생에 대한 영상. 더 많은 정보를 보고 싶다면 'Meet Walter' 웹사이트를 방문하실 것.
에이리언 중 하나인 ‘네오모프’가 등과 입을 찢고 나오는 장면이나 에이리언의 피 튀기는 학살보다 압도적인 건 두 안드로이드가 시를 읊어가며 대화를 나눌 때다. 인간 이상을 꿈꾸는 데이빗과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월터, 두 로봇이 ‘창조’를 논할 때 느껴지는 미묘한 긴장감과 공포란...!
https://www.youtube.com/watch?v=LNsbBMtXcdk
그리고 데이빗은 ‘프로메테우스’의 생존자 엘리자베스 쇼를 사랑했노라 전한다. 리들리 스콧이 뿌려놓은 수많은 떡밥 중 하나인데다 데이빗 자체가 워낙 복잡 미묘한 캐릭터라 확신할 순 없으나 그답지 않게 진심으로 느껴진다. 나아가 데이빗은 다니엘스를 지키고자 하는 월터의 행동을 두고 안드로이드의 ‘의무’가 아니라 ‘사랑’이라 단정짓기도 한다. 이기적이고 뒤틀리고 차가운 방식이라 하더라도 어쨌거나 사랑을 말하는 데이빗, 점점 ‘인간화’ 되어 가는 월터를 보면 자연히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데이빗과 월터가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로봇도 희로애락을 느낄까? 기계가 의지와 욕망을 가지고 ‘꿈’을 꿀 수 있는 건가?
실제 '기계의 감정'은 지금 인공지능 분야의 화두다. 애플이 인간의 표정을 분석하고 감정을 읽어내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이모션트(Emotient)’를 인수한 것을 보라. 그런가 하면 마이크로 소프트의 감정 분석 API ‘이모션’ 역시 독심술처럼 애매한 얼굴 뒤에 감춰진 진짜 표정을 캐내며 인터넷 신문 기사의 트렌드로 부상했다.
이미 로봇은 감정을 분석할 뿐만 아니라 모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출시한 ‘페퍼’는 세계 최초의 감정을 인식한 후 표현하는 로봇이다. 로봇이지만 낯을 가리며 불안해 하고 점점 친해지면 기뻐하거나 함께 사는 가족의 얼굴을 기억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1가정 1로봇을 꿈꾸는 이 로봇은 현재 가정용으로 상용화 되기 전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혼다가 CES 2017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NeuV’는 또 어떤가. 사람의 감정과 신체 상태를 읽어 적절히 대응하는 ‘감정 엔진’을 탑재, 안색이나 목소리 등을 살펴 운전자가 우울해 보이면 흥 돋는 음악을 틀어주고 산만하다고 느껴지면 자율주행모드로 척척 전환해주는 모습이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를 연상시킬 정도다.
지금은 2017년이다. 그러니까,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배경인 2104년 즈음엔 정말 로봇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로봇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 상상만은 아니란 얘기다.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