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8의 메시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뉴욕에서 열린 삼성의 언팩 2017 현장에서 갤럭시 S8이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을 지켜봤다. 갤럭시 시리즈 중 처음으로 ‘신기술’이 아니라 ‘스토리’가 먼저 보였다. | 갤럭시 S8

갤럭시에 처음 감탄했던 순간? 갤럭시 노트7을 손에 쥐었을 때다. 순식간에 눈동자 정보를 식별하는 홍채 인식, 날렵하고 섬세한 S펜, 잠금 화면에서도 쓱쓱 메모를 가능하게 하는 AOD(Always On Display),영상의 원하는 부분만 잘라 gif파일로 뚝딱 만들 수 있는 기능, 게다가 이 모든 것을 물 안에서도 할 수 있을 정도의 IP 68 방수 등급...! 오랜 시간 iOS를 고집하던 나였건만 마음이 움직였다. “지금까지 나온 제품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엣지 디스플레이(화면이 곡면으로 처리된 것)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갤럭시 노트7의 균형감 있는 디자인이 이를 상쇄해준다.(@lamy38/ 김태우)” “세상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의 앞날이 걱정될 정도다. 이렇게 잘 만드는 건 반칙이다.( 하경화)” 등 테크 전문 기자들 역시 갤럭시 노트7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결말은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불후의 명작’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노트7은 장렬하게 펑, 전사하고 말았다.어쩌면 그 ‘불후의 명작’ 타이틀은 갤럭시 S8에게 돌아갈지도 모른다. 공식 행사인 ‘삼성 갤럭시 언팩 2017’ 하루 전, 뉴욕 파크 하얏트 오닉스룸에서 갤럭시 S8을 만져보고 생각했다. 다음 날인 3월 29일, 링컨 센터에서 열린 언팩 2017을 시작으로 이어진 갤럭시 S8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짐작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갤럭시 S8은 (그 숙명대로) 브랜드 신뢰를 회복해줄 삼성전자의 히어로가 될 것이다. 갤럭시 S8을 공개하기 전 삼성전자는 티저 광고로 이런 문구를 내세웠다. ‘완성이자 새로운 시작’. 그 새로운 시작을 완성한 건 삼성의 주 무기였던 ‘10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스냅드래곤 835/ 엑시노스 8895 프로세스의 적용’ 같은 외계의 신기술이나 여전히 건재한 방수 등급과 홍채 인식, 혹은 추가된 얼굴 인식(생김새를 식별해 잠금 화면을 여는 것)과 같은 놀라운 기능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언어를 택했다. 갤럭시 언팩 2017의 주인공은 스타일과 경험 그리고 스토리였다.고유한 디자인 언어갤럭시 S8의 ‘8’을 옆으로 돌리면 인피니티(∞)가 된다. 그처럼 갤럭시 S8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다. 좌우 베젤을 감쪽같이 제거했고 물리적 홈 버튼을 화면 안에 숨겨(홈 버튼이 있던 그 부분을 꾹 누르면 화면 위로 가상의 소프트 홈 버튼이 등장한다.) 상하 베젤 역시 최소화한 디자인 말이다. 기기 전면의 80%가 디스플레이로, 간단히 말하면 화면을 감싸고 있던 ‘액자’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 테두리 좀 없어진 게 뭐 대수냐고? 갤럭시 S7 과 갤럭시 S8을 동시에 두고 영상을 플레이해보면 이 미묘한 차이가 얼마나 큰 해방감과 높은 몰입도를 선사하는지 여실히 실감할 수 있다. 뿔테 안경에서 콘택트렌즈로 바꿔 낀 기분이랄까, 전작에 비해 위아래로 죽 길어진 18.5:9 비율의 경계 없는 화면은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인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한다.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의 이민혁 팀장은 매거진과 함께 만든 브랜드 북 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연하고 직관적이며 강렬한 경험을 주는 디자인을 목표로 했습니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중립적인(Neutrality) 디자인으로 유저의 성별(Gender), 나이, 사는 장소에 상관없이, 그들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향상된 성능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미묘하게 느껴지는 진화된 경험’은 더 오래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손에 딱 쥔 순간 ‘그립감이 좋다’는 평이 빈말이 아님을 깨달았다.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한 사이즈가 스마트의 기본이라는 생각으로 플러스 사이즈를 꺼려왔지만 6.2인치 디스플레이의 갤럭시 S8 플러스는 부담없이 손에 쏙 들어왔고 엄지손가락만으로 카메라 줌-인 또한 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뻤다! 완벽한 일체감을 자랑하는 전면, 좌우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섬세한 곡면으로 마감된 가장자리, 사라진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것)’, 전작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균형감 등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봐도 모난 곳 없이 매끈했다.베를린의 디자인 평론가 케빈 브라독(Kevin Braddok)은 갤럭시 S8의 디자인 키워드를 일체성(Oneness)이라 꼽으면서 “일체성은 예술과 기술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발견함으로써 사용자를 통합하는 디자인 개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일체성이란 외관과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통일감 있게 어우러질 때 완성된다는 얘기다. 갤럭시 S8의 안을 들여다보면 보다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변화한 UX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Always On Display(잠금 화면 표시 기능) → 잠금 화면 → 홈 화면’의 과정은 단절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흐르고 과거 다소 산만했던 앱 아이콘 역시 심플하게 재탄생했다. 여기에 올해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인 제이콥 콜리어가 편곡과 녹음에 참여, 갤럭시 S8의 시각적 요소를 음악으로 표현한 새로운 ‘Over the Horizon’ 사운드까지! 갤럭시 S8의 ‘일체적이고 중립적인 디자인’이란 결국 총체적으로 통일화된 경험을 뜻하는 말이었다.경험의 확장갤럭시 S8 하드웨어에 ‘인피니티 디스플레이’가 있다면 소프트웨어의 히어로는 ‘빅스비’다. 빅스비는 음성과 터치, 텍스트, 이미지 등 다양한 입력 방식에 따라 정보를 받아들이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말을 건넬 수도 있으며(보이스), 카메라와 사진을 활용할 수도 있고(비전), 스케줄을 때마다 알려주면서(리마인더), 내 습관과 취향을 분석해 시간대, 필요성, 선호도 등에 맞춰 유용한 앱과 콘텐츠를 제공(홈)해주기까지 한다. 얼핏 몇몇 선발 주자들, 기존의 음성 기반 비서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 허나 단순한 검색과 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그들에 비해 빅스비는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진을 촬영한 후 “지금 이 사진을 A에게 보내줘”라고 말하면 ‘이거’라는 지시대명사를 캐치해서 전송하는 식이다.사용하면 할수록 진화하는 학습형 ‘딥 러닝(Deep Learning)’ 시스템인 데다 첫걸음 단계이므로 아직 백치미가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때문에 갤럭시 S8 출시일인 4월 21일엔 ‘보이스’ 기능이 지원되지 않고 추후 업데이트될 예정이라고 한다) 잠재력과 미래가 기대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다. 스마트폰이 디바이스를 넘어 일종의 동반자가 된 시대, 완벽한 소통은 모든 스마트 기기의 야심이고 난제 아니던가. 언팩 2017이 끝난 후 핸즈온 파트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섹션이 빅스비였다. 나 또한 갤럭시 S8을 켜자마자 제일 먼저 좌측의 빅스비 버튼을 눌렀다. ‘비전’으로 준비된 와인 라벨을 촬영했더니 포도품종과 가격, 판매처가 주르륵 리스트업 됐고 손에 쥔 커피 잔을 찍었더니 구글 이미지 검색처럼 비슷한 형태의 이미지들을 찾아냈다.그런가 하면 에디터들의 무한 관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건 ‘삼성 덱스(Dex)’였다. 간단히 말하면 스마트폰을 PC처럼 널찍하고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동그란 덱스 스테이션에 갤럭시 S8을 툭 꽂으면 모니터에 내 스마트폰 인터페이스가 뜬다. 단순한 화면 확장이 아니라 완벽하게 PC화 된 모양새로 말이다.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연결하면 단축키, ‘복붙’, 드래그 & 드롭 같은 익숙한 조작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출장지에서 개인 랩톱 없이, 호텔 로비에 구비된 컴퓨터 혹은 방 안 TV로 워드를 작성하고 PPT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세상에, 언제 어디서건 사무실에 있는 듯 업무 효율성을 높여준다니! 사용 프로세스의 간편함이나 그걸 패키지화시킨 발상은 놀라우면서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사실 이건 개인 사용자보단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거래) 분야를 겨냥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러니까, 근미래에는 사무실에 랩톱이나 개인 데스크톱 대신 모니터와 덱스가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덱스가 기업에서 탐낼 기능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삼성전자의 보급형 VR에 눈길이 갔다. 언팩 2017 무대에 오른 삼성전자 미국 법인 디렉터 수잔 드 실바는 새로운 360도 카메라 ‘2017형 기어 360’을 손에 쥐고 이렇게 말했다. “갤럭시 S8은 사용자가 만들고, 보며, 공유하는 것들에 대한 가상의 한계를 허물었습니다.” 일상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당연해진 지금, SNS와 1인 미디어 시대의 다음 챕터는 VR이다. 보다 깜찍해진 디자인, 향상된 스티치 기술(360도 영상을 만들기 위해선 180도 영상 두 개를 이어 붙여야 한다. 그 이음새를 더 매끄럽게 했다.) 등 여러모로 발전했지만 2017년형 기어 360에서 가장 도드라진 변화는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이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360도 영상이 가능한 플랫폼과 협업하여 기어 360의 촬영 영상을 생중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VR 헤드셋 ‘기어 VR’의 경우 컨트롤러를 탑재해 게임에 최적화된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공식 행사 전날 마련된 프리뷰 현장에서 가장 흥분하면서 체험을 자처했던 파트가 ‘기어 VR 위드 컨트롤러’로 즐기는 좀비 게임이었다. 코앞까지 몰려오는 좀비들, 한 방에 머리를 쏘아 맞출 때의 다이내믹한 타격감이란! 새로운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미래의 비즈니스 풍경, 가상과 현실의 어딘가를 들여다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갤럭시 S8의 ‘인피니티’는 베젤리스 화면 이상의 무한히 확장되는 경험을 의미하는 걸지도 모르겠다고.갤럭시의 스토리텔링갤럭시 S8은 두 가지 슬로건을 내세웠다. ‘Unbox Your Phone(휴대폰의 경계를 허물다)’ ‘Do What You Can’t(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라)’. 실제 언팩 2017에서는 중간 중간 각각의 메시지를 담은 짤막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New Normal’ 편에선 처음 스마트폰 카메라로 아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아버지와 배 속의 아이에게 무선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어머니, VR 기어를 쓰고 수업을 듣는 아이들까지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를 천천히 보여줬다. 한 세대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이 다음 세대에서는 평범한 것이 된다는 뜻. 압권은 ‘타조’ 영상이었다. 날지 못하는 타조가 VR로 비행 풍경을 보던 순간엔 웃었고, 하늘을 꿈꾸는 모습에는 응원을, 결국 날아오르는 결말엔 감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메시지는 언팩 2017이 끝난 후 저녁 6시에 열린 컨슈머 대상의 특별 언팩 이벤트에서도 이어졌다. ‘Vlogger(비디오 블로거)’ 샨탈 마틴의 라이브 아트 퍼포먼스, 영국 테크 리뷰어 슈퍼사프TV(SuperSafTV)의 갤럭시 S8 언박싱 영상 등을 비롯해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지금의 크리에이터로부터 그들의 모험담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벤트 말미, 영화감독 스파이크 존즈가 필름메이커 케이시 네이스탯과 불가능한 도전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코미디언 트레이시 모건이 교통사고와 의식불명을 극복해낸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땐 모두 기립박수로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솔직히 말하면 ‘감성’과 ‘정서적인 소통’은 삼성전자의 언어는 아니었고 여러 차례 그 지점을 의심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갤럭시 S8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처럼 푸른 바다로 바뀐 타임스퀘어 42개의 전광판, 그 사이를 유영하는 고래와 ‘Unbox You Phone’ 문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삼성전자의 화법이 바뀌었다. 지금 갤럭시 S8은 잘 만든 하드웨어 이상의 뚜렷한 메시지를 건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