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라는 신세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미래에서 온 자동차, 테슬라와의 짧지만 강렬한 만남. | 테슬라,전기차

일론 머스크가 벌이고 있는 범우주적 스케일의 일들은 섹시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지구의 교통체증에 짜증이 난 그는 몇 달 전 지하 터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통체증은 영혼을 탈탈 터는 일이다”라는 말과 함께.(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이 일이 곧 현실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일론 머스크라는 남자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그랬듯이 말이다.일론 머스크는 현재 전기자동차, 우주 로켓, 태양광 에너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들의 종착지는 우주에 있다.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 고갈로 위기에 처할 인류를 우주로 이주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그는 원대하고도 허무맹랑해 보이는, 적어도 몇 백 년은 걸릴 것 같은 계획들을 놀라운 추진력으로 실행해왔다. 테슬라도 그 계획의 일부분이다. 어찌 됐든 화성에 가기 전까지는 기후 변화나 에너지 고갈, 지긋지긋한 교통체증 같은 지구의 불편함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전기차가 유효할 것이다. 테슬라는 우주 무대를 위한 지구에서의 테스트 보드일 수도 있다. 테슬라의 공동 창업자 마크 타페닝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일론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멀리 테슬라를 끌고 나갔다.”얼마 전 한국의 도로 위에도 테슬라가 도착했다. 머지 않아 한남대로나 청담동 골목 어딘가에서도 테슬라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한국에 가장 먼저 들어온 모델 S는 크기로 치면 BMW 7 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와 비슷한 결코 작지 않은 차체의 세단이다. 나지막하고 늘씬하게 뻗어 있는 모델 S의 매끈한 차체에 키를 가지고 다가서면 차체 안에 숨겨져 있던 문 손잡이가 스르륵 앞으로 나온다. 미래에서 온 자동차와의 짧지만 강렬한 첫 만남이랄까?심플한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에도 일반적인 자동차에 달려 있는 자잘한 제어 장치들이 거의 생략되어 있는데, 그 대신 아이패드를 두 개 합쳐 놓은 듯한 크기의 터치스크린 계기판에 많은 기능을 몰아넣었다. 운전 중에 어떻게 스크린을 보냐는 염려는 접어두어도 된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터치로 문을 잠그고, 헤드라이트를 켜고, 주행 모드를 설정하고, 서스펜션의 높이와 시트 열선을 조작할 수 있으며 이 기능들은 매우 섬세하게 작동된다. 이를테면 선루프를 퍼센테이지 단위로 조절하여, 딱 72%만 열 수 있는 식이다. 승차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가속력. 엑셀을 밟으면 순식간에 가속하는데(3.2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된다), 전기차의 특성상 워낙 고요해서 계기판을 보지 않으면 속도를 체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아무런 소음을 내지 않아도 테슬라를 타고 한국의 도로 위에 나서려면 아직은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사실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현재 한국에서 판매 중인 모델 S의 가격은 1억2천1백만원, SUV 모델 X의 가격은 중간 사양이 14만2천3백 달러(약 1억6천만원)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올해 안에 모델 3를 출시한다고 밝혔고, 이 보급형 차량은 3만5천 달러(약 4천5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그 다음 플랜은 소형 SUV 모델 Y의 출시다. 일론 머스크에게는 ‘SEXY’라는 단어를 완성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있었으나 포드의 선점으로 ‘E’가 ‘3’으로 바뀌어버렸다.)지구인들이 전기차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의구심이 있었다. 주행 거리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할 것이다. 배터리 충전 시간이 너무 길지 않나. 결국 출퇴근이나 단거리 이동에나 적합한 세컨드 카로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평상시에는 휴대폰을 충전하듯이 집에서 충전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장거리를 여행하는 슈퍼 차저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20분 만에 50%가 충전된다. 보수적인 자동차 업계에 발도 들여보지 않은 실리콘 밸리 출신의 IT 인간들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자동차라는 ‘물건’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처럼 항상 LTE에 연결되어 있는 ‘달리는 스마트폰’이 탄생한 것이다.(다른 점은 요금제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무료다.) iOS나 안드로이드처럼 테슬라 OS라는 고유의 운영 체제가 있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가속 성능, 최고 속도 등 물리적인 차량 성능까지 바뀐다.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운영 체제의 버전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듯이 말이다.아직 한국에서는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테슬라의 모든 차량에는 두 손을 놓고도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차를 몰면서 독서를 하거나 아이랑 놀아 주기 위해 이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이용하여 소유차가 차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 차를 대여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고성능 모델인 모델 S와 모델 X 뿐만 아니라 보급형 모델인 모델 3에도 적용된다. 소수를 위한 특별한 기술이 아닌 모두에게 주어지는 평범한 미래를 좀 더 빨리 현재로 소환하고 싶어 하는 테슬라의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이폰을 살며시 손에 쥔 후의 삶이 이전의 삶과 완전히 달라졌듯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릴 브랜드라는 점에서 테슬라는 애플과 종종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삶의 방식을 바꿨다면, 일론 머스크는 미래를 완전히 바꿔버릴 거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그러니까 테슬라를 탄다는 것은 단순히 전기차를 탄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테슬라의 매끈한 차체 앞에서 지나치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테슬라를 타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보다는 매료시킨다. 애플스토어처럼 대형 쇼핑몰 한복판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은 힙스터들의 성지이며, 미국의 10대들은 유튜브, 구글, 넷플릭스, 나이키와 함께 쿨한 자동차 브랜드로 테슬라를 꼽는다. 그저 세련되고 흥미로우며 조금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지구에서 가장 섹시한 차를 타는 것만으로 일론 머스크의 우주적 플랜에 자연스레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그건 꽤 근사한 기분이다. “섹시한 제품을 만들어, 그것으로 세상을 구한다. 이보다 쿨한 것은 없다.” 일론 머스크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