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각자의 사랑 영화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어젯밤에 혼자 방구석에서 돌려 본 철 지난 영화 속에도, 영화관에서 누군가와 함께 본 그 장면 속에도. | 영화,연애,사랑

사실 이 영화를 무려 다섯 번이나 돌려 본 데는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당시 짝사랑하던 남자(라 쓰고 지금은 남편이라 불리는 남자)와 박해일의 외모가 상당히 유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 눈에 안경이라고 당시 짝사랑의 열병을 심하게 앓고 있던 내 눈엔 '유림'이 '홍'에게 던지는 노골적이고 거침없는 19금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걸어 다닐 때마다 비누 냄새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남자가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진 채 미친놈처럼 달려드는데, 그처럼 본능에 충실하고 솔직한 구애야말로 얼마나 로맨틱한가 말이다. 비록 끝까지 보고 다섯 번을 더 반복해 돌려 봐도 끝내 은 찾을 수 없었으며, 각자 교제 중인 상대방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장면에선 이따금씩 불편한 마음도 들긴 했지만. 그것마저 특정 장면 하나로 인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홍이 유림의 팔을 베고 누워 너무도 편하게 잠이 드는 모습 말이다. "너 무슨 향수 써? 너한테 항상 좋은 냄새 나. 이상하게 너만 보면 잠이 와." 졸린 눈을 비비며 응석이 반쯤 묻어나는 목소리로 유림의 품으로 파고들던 홍. 방어적이고 경계심에 똘똘 뭉쳐 있던 여자의 얼굴에 새롭게 아로새겨진 그 미소야말로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지어 보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표정이기에. -고복수(웹 소설 작가)이혼 후 홀로 사는 중년 남녀의 만남을 유쾌하고 세심하게 다룬 영화 . 세 번째 데이트 후, 막 첫 섹스를 마친 남녀는 각자 세상 제일 편한 자세로 누워 말을 이어간다. 그 끝에 여자가 뱉은 한마디. “농담하는 것 너무 지쳐(Oh god. I am tired of being funny)." 남자, "나도 그래 (Me too).” 어색하고 멋쩍은 순간을 서툰 농담으로 빽빽하게 채워나가는 피곤한 시간을 넘기고, 이제야 서로가 더없이 가깝고 편안하게 밀착되는 순간이었다. 결혼에 한 번씩 실패한 그들이 농담은 그만하자고 무게 없이 속마음을 고백하는 장면. “이제 나는 웃기기를 포기하고 당신을 편안히 바라보겠어요.” 관심 가는 상대와 끊임없이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고자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비축해두었던 나의 에너지와 기운은 오간 데 없고 결국 또 인연을 잇지 못하고 혼자 도망가버리곤 하는 나를 가볍게 위로한다. -김민희(자유기고가) 연인과 이별할 때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를 댄다. 웃을 때 목소리가 아저씨 같아서, 마마보이여서, 게임 중독이어서, 바람을 피워서, 등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또 반대로 스스로 차인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이유를 대가며 스스로 궁지에 몰아넣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진실은 단순해서 정확한 이유는 단지 상대방을 감내할 만큼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가 그 모든 이유의 요약이 아닐까 싶다.는 그런 달달하지만은 않은 연애의 이면을 보여준다. 외도를 했던 엘리스의 남자친구가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그를 여전히 사랑했기 때문에 받아주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없는 사이에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진 엘리스를 추궁하다 둘은 싸웠고, 담배를 잠시 피러 나갔다 들어와서는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그녀에게 장미를 내민다. 그때 엘리스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라고 하고, 언제부터 그런 거냐고 묻는 그에게 "방금 전부터."라고 대답한다. 연애하며 자신과 전혀 다른 타인과 지낼 때 느껴지는 당연한 불편함이 둘이 함께 있고 싶은 욕구보다 커졌을 때 우리는 이별을 맞게 된다. 연애를 하다 보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연애가 가진 냉정한 성질을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영화의 시작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이유 없이 시작된 사랑이 이유 없이 끝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유리(디자이너)우리는 영화에서 동화 같은 로맨스를 꿈꾸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은 늘 그렇지가 않다. 은 섹스 파트너를 지칭하는 제목처럼 남녀관계에서 사랑의 필요성을 저울질하며 묻는 영화이다. 그나마 바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가까이 다가오려고 애쓰는 영화다. 솔직하고 재미있는 성적 농담들은 영화를 이해하는 ‘키’이자 ‘빅 재미’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게이 직장 상사 역할의 우디 해럴슨이 보는 남녀관계의 부조리도 들을 수 있고 엠마 스톤 앤디 샘버그도 살짝 나온다. 잘나가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몇 안 되는 히트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섹시한 주인공들이 영화의 섹시함을 더해주고, 과도한 남녀 사이의 설정 없이도 충분히 가볍고 재미있는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질문 하나. "남녀 사이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never no!’ –박진(자유기고가)영국 해협과 닿아 있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최북단 항구도시 르 아브르에서 일어난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 난민 흑인 소년 이드리아가 영국에 있는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에 구두닦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마르셀과 그의 아내가 등장한다. 매일 저녁 그날의 일당을 가져오는 그에게 아내는 간단히 한 잔을 하고 오라며 지폐 한 장을 쥐어주고, 동네 선술집에서 마리네이드 올리브에 백포도주 또는 칼바도스로 아페리티프를 하고 온 마르셀은 아내의 저녁밥을 먹고 하루의 피곤에 곯아떨어지곤 한다. 마르셀의 코 고는 소리를 문틈 사이로 들으며 다음 날 그가 입을 셔츠를 다리고, 그의 낡은 워커를 닦아놓는 아내. 구두닦이의 아내가 구두를 닦아놓는 것만큼 현실적인 사랑이 또 있을까. 오늘도 저녁 장사를 마치고 허겁지겁 뛰어올 남편을 위해 그가 좋아하는 돼지 앞다리 살 숭덩숭덩 썬 것을 들들 볶다가 김치 한 포기 통째로 넣고서는 끓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흐뭇해한다. 이것은 나밖에 모르던 어느 개인주의자 노처녀가 셰프의 아내로 느끼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서의 러브신이다. -이상민(프리랜스 에디터)사랑은 각인된 기억이 튀어나오는 순간이고, 그 뒤로는 진땀 나게 맞잡은 손이다. 영화 중 월터(벤 스틸러 분)는 지면이 사라지게 된 지의 잃어버린 마지막 표지 사진 네거티브 필름을 찾아 떠난다. 삶을 주저하고 포기하는 순간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던 동료 셰릴(크리스틴 위그 분)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녀는 상상 속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데이비드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 “This is ground control to major tom.” 그 순간 월터는 일어나 삶 속으로 뛰어들고 지와 자신의 삶에 스스로 의미를 찾아 나선다. 언제나 자신을 지켜보며 누구보다 나를 걱정해주는 지상관제소. 돌아갈 곳이 명확하다면 여정은 단호해진다. 스치듯 그러나 벼락치는 듯한 첫인상의 각인, 그 미세한 떨림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인생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상원(르꼬숑 오너 셰프)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 또는 그녀가 경쟁 조직의 킬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서로를 죽이려 하지만, 결국엔 그 죽일 듯한 격렬함이 키스로 이어져서 둘이 하나가 되는 장면. 나는 그 장면 속에서 졸리와 피트 사이에 육체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거리가 확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이 탄로나면서, 미처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털어놓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솔직함을 안겨줬기 때문이랄까. 나도 한번쯤은 연인과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싸우다가, 싸우면서 연인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돌연 서로의 입술을 잡아먹는, 그런 거칠고 예쁜 경험을 해보고 싶다. –강윤구(직장인)밀폐된 음악감상실 속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 비좁은 공간 속 가득 찬 긴장감, 심장 소리까지 들릴 듯한 침묵 속 울려 퍼지는 ‘Come Here’. 오가는 눈빛과 미소, 손끝 하나 겹치지 않지만 최고의 러브신. 아, 역시 시작이 가장 설렌다. –구효선(브레댄코 마케팅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