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 연애학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연애 못하는 내 친구들에게 보내는 독설 연애 조언. | 연애,독설

‘이데아’를 사랑하는 AA는 장장 7년째 다음과 같은 남자를 찾고 있다. 키는 175~180cm 사이, 화목하고 돈 좀 있는 집안에서 잘 자란 아들, 대기업에 다니거나 대기업 아니더라도 전도유망한 회사에 재직 중인 사회인. 이상형을 이루는 이 3요소가 너무 뻔하거나 허영기 있다고 나무라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는 이 말을 하고 싶다. 연애는 누가 봐도 멋있는 대상을 획득하는 과정이 아니다. 누가 봐도 남친(편)으로 제격인 남자를 마련하는 게 연애라고 생각하는 건 28살이 되면 결혼하고 30살이 되면 아이를 낳고 32살이 되면 집을 늘리고….하는 2030 5개년 계획처럼 지루한 일이다. 와의 인터뷰에서 17세의 전소미가 부르짖은 것처럼 사람들에겐 “모두 각자 나름의 매력이 있다.” ‘조건’이 아니라 ‘매력’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연애는 소개팅 주선할 때 간판으로 내거는 조건들 너머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어떤 매력들을 발견하는 보다 적극적인 과정이다. 어떤 상대에게서 나만이 볼 수 있는 매력을 찾아내고, 상대 또한 나에게서 (나조차도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적극적으로 읽어나가는 것. 그 과정 자체가 주는 열정적인 즐거움을 연애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려면, 남들은 보지 못하는 매력에 버튼이 눌리려면, 교양과 감성이 있어야 한다. 그림과 음악을 그냥 들을 수는 있지만 제대로 듣기 위해 일정량의 학습이 필요하듯이. 몸의 소리를 외면하는 BTV에서 언젠가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박수홍이 이렇게 답하는 걸 봤다. “같이 있을 때 소화 잘 되는 여자요.” 나는 같이 있을 때 뭘 자꾸 먹고 싶어지고 같이 먹으면 평소보다 맛있게 느껴지는 남자가 좋다. 그런 남자와는 예외 없이 섹스도 좋다. 누군가와 잘 맞고 안 맞고는 몸이 먼저 안다. 술자리에서 어쩌다 야한 얘기가 나오면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는 B는 ‘자위라는 걸 해본 적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친구다.(이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이후 3개월간의 어색함을 선사할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한 ‘페로몬 파티’는 여자들이 하룻밤 입고 잔 남자들 티셔츠의 냄새를 맡고 마음에 드는 짝을 선택하는 싱글 파티다. 체취를 통해 연결된 커플은 술을 마시며 어울리는데 커플 성사 확률이 높아서 요즘은 이 파티가 다른 나라에서도 유행이라고 한다. 한 생물학자는 실험을 통해 여자들이 자신의 것과는 전혀 다른 면역체계를 지닌 남자의 체취를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 행동의 생물학적 근간을 연구한 옌스 코르센과 크리스티아네 트라미츠는 한 책에서 “남녀 간의 관계는 감정과 사고뿐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 특히 적합한 면역체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때론 몸의 소리가 이성적 결론보다 더 맞을 때도 있다. ‘생활로서의 사랑’을 거부하는 C30대 중반에 들어선 C는 지난달에도 남자를 갈아치웠다. C는 서로에게 반하고 사귀기 시작하고 둘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는 연애의 열정적 단계만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바라볼 때 배속을 간질이는 듯한 설렘, 뇌 속의 뉴런이 활성화되어 분출되는 옥시토신, 아드레날린, 도파민 같은 호르몬 칵테일에 취해 매일이 봄봄봄! 그것만이 사랑의 처음과 끝이길 바라는 C에게 시간이 흐르고 ‘생활’이 된 사랑 따윈 식은 죽처럼 거들떠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연애의 열정적 단계는 상대에 대한 마음의 크기와 깊이와는 별개로 거듭될수록 짧고 옅어진다. 그러니 C의 연애는 주기는 점점 당겨질 수밖에 없다. 가속도가 붙은 단거리 연애 경주는 결국 불감증만 남긴다. 마라톤처럼 호흡 조절해가면서 셀렘과 불안이 교차되는 불완전한 시기, 애착 형성 시기, 안정과 권태가 무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끝없는 사랑의 환절기를 두 사람이 같이 이겨내는 게 얼마나 큰 보람과 새삼 애정을 샘솟게 하는 일인지 C가 느껴보길 바란다. 아니, 이겨낼 필요도 없다. 그저 서핑하듯 물살에 몸을 맡기면 된다. 시간이 더해진 유연하고 강력한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줄 테니까.